벌거벗은 매춘부, 검은 고양이… 파격을 그리다 [김용우의 미술思]

김용우 평론가 2026. 7. 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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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아트 앤 컬처
김용우의 미술思 67편
에두아르 마네 ‘올랭피아’
당대 최고 전시회서 논란 일으켜
파리 매춘부 간판 내건 작품
성적 이미지 고양이의 함의
여성을 당당한 이미지로 표현
인상주의 사조에 큰 영향 미쳐
그림① 에두아르 마네, 올랭피아, 1863년, 캔버스에 유화, 131×190㎝, 오르세 미술관, 프랑스 파리. [그림 | 위키백과]
프랑스 왕립 아카데미(Acad·mie royale de peinture et de sculpture)가 주관하는 전시회, 프랑스 정부가 주최하는 명실공히 유럽 최고의 미술 전람회…. 17세기 루이 14세 때(1667년)시작한 '살롱전'을 일컫는 말이다. 매년 봄이면 전람회를 열었는데, 화가들이 줄지어 작품을 냈다고 한다.

그만큼 살롱전은 화가들이 명성을 얻는 등용문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 바로크 시대에 화가란 칭호를 받으려면 길드(Guild·중세 유럽 상인 조합)의 시험을 통과해 회원이 돼야 하는 것과 같았다.

첫번째 살롱전 후 200여년이 흐른 1865년. 파리 루브르궁에서 열린 살롱전은 무척 시끄러웠다. 에두아르 마네가 선보인 작품 '올랭피아'가 문제를 일으킨 탓이었다. 이 작품을 목도한 관람객들은 '천박한 그림이다' '부도덕한 그림이다'면서 혹평을 쏟아냈다. 몇몇 관람객은 작품을 훼손하려는 시도까지 했다.

사실 마네에겐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2년 전 마네가 살롱전에 출품한 '풀밭 위의 점심 식사'도 '비도덕적이다' '천박하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관람객의 비난을 불러일으킨 걸까.

작품 '올랭피아(그림①)' 속으로 들어가보자.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두 사람이다. 비스듬히 누워 있는 사람이 올랭피아(빅토린 뫼랑)이고, 꽃다발을 든 사람이 하녀(로르)다. 올랭피아 발치에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꼬리를 치켜들고 있다. 큰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왜 비난을 산 걸까.

그림② 티치아노, 우르비노의 비너스, 1534년. [그림 | 위키백과]
그림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일단 이름이 문제적이다. 올랭피아는 당시 파리 매춘부들이 즐겨 쓰던 명칭에서 따왔다. 그 시기에 나온 오페라와 소설을 실례實例로 들어보자.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파리 사교계 매춘녀의 이름은 바로 올랭피아다. 알렉상드 뒤마 피스(Alexandre Dumas fils)의 소설 '춘희椿(동백꽃 아가씨·La Dame aux Cam·lias·1848년)'에도 올랭피아란 이름의 고급 창부가 나온다. 다시 말해, 마네는 자신의 작품 제목에 '매춘부의 이름표'를 단 셈이다.

이름만이 아니다. 그림 속 올랭피아는 나신으로 정면을 직시하고 있다. 그때만 해도 신체를 모두 보여주는 건 여신女神만이 가능했다. 그래서 비너스와 신화 속 등장 인물만 누드로 그려졌다.

그러니 당돌한 직업 여성이 누군가를 정면을 똑바로 쳐다보는 마네의 그림은 파리의 많은 이들을 당황케 했다. 특히 산업혁명과 시민혁명 과정에서 비도덕적인 일을 저지르던 파리 남성들에겐 여간 불편한 그림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치부를 보고 있는 느낌이였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배경을 종합하면, 작품 '올랭피아'의 내용은 정부情夫가 고급 매춘부에게 보낸 꽃다발을 흑인 하인이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만으로도 발칙한 작품인데, 마네는 한발 더 나아가 서양미술에서 여성과 함께 그리지 않는 고양이까지 배치했다. 더구나 교활하면서도 성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검은 고양이를 넣어 충실한 이미지의 '강아지'와 대비시켰다.

흥미롭게도 이는 16세기 티치아노가 그린 '우르비노의 비너스(그림②)'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그림③)'와 맞닿아 있다. 티치아노 작품 속 비너스의 발치엔 강아지가 있는데, 마네는 여기에 고양이를 넣었다. 올랭피아의 농염한 포즈는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를 빼닮았다.

그림③ 조르조네, 잠자는 비너스, 1510년. [그림 | 위키백과]
이처럼 마네는 여성을 고결한 존재 또는 꽃으로 보는 대상에서 '성적 자기 주도권'이 있는 당당한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황진이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파리의 남성들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았겠는가.

마네의 이런 현실참여적이고 사회고발적인 작품은 새로운 미술 사조가 꿈틀대고 있는 몽마르트르의 젊은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구스타브 카유보트, 카미유 피사로, 알프레드 시슬레, 베르트 모리조가 그들인데, 우리는 이들을 '인상주의 화가'라 부른다. 파격적인 작품을 남긴 마네의 '인상적인' 유산이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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