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논란의 이면…왜 소년분류심사원에 다시 들어오는 아이들은 매년 늘어날까
소년 변해도 가정·학교·지역사회는 그대로…‘재비행 악순환’ 끊지 못하는 현실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5489명. 지난해 소년분류심사원에 새로 들어온 소년의 숫자다. 4년 전보다 42%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촉법소년 범죄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화제를 모았고, 처벌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도 덩달아 커졌다. 3월10일부터 12일까지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연령 하향에 "찬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815명(81.34%)에 달했다. 그러나 정작 이 소년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이 향하는 곳이 바로 소년분류심사원이다. 촉법소년이 논란이 된 건 비행소년, 일탈소년 등으로 분류되는 이들 때문이다. 이 소년들이 '사고'를 치면 법원 소년부는 소년분류심사원(이하 심사원) 또는 소년원(위탁 대행)으로 이들을 보낸다. 심사원에서는 소년들의 성장 배경을 듣고, 심리검사와 행동관찰 등을 통해 비행 원인을 진단한다. 위탁소년들의 앞날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이 기관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많지 않다. 6월16일 시사저널이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심사원을 직접 찾은 이유다.

심사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은 1년에 250건
취재 결과 확인한 심사원의 현실은 예상보다 열악했다. 실태는 통계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876명이었던 신규 수용 인원은 2022년 4169명, 2023년 4665명, 2024년 5138명을 거쳐 2025년에는 5489명까지 늘어났다. 4년 사이 42% 증가한 셈이다.
숫자 이면의 풍경은 더 삭막하다. "일부 생활관 호실에서는 20명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취침은 물론 세면과 화장실 이용도 쉽지 않아요." 한 심사원 관계자의 말은 현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심사원의 하루 평균 수용인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25년 기준 460명으로, 정원 410명을 넘긴 112.2%의 수용률을 한 해 내내 유지했다. 문제는 단순히 인원 증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반 소년원과 달리 심사원은 정원이 차도 소년을 다른 기관으로 옮길 수 없다. 관할 법원 재판이 예정돼 있어 기관 간 이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번 들어온 소년은 심사가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 위탁 기간은 원칙상 1개월이지만, 2025년 위탁소년의 50.4%는 기간이 연장됐다. 절반 넘는 소년이 기한을 넘겨 머무르는 사이에도 새로운 소년들은 계속 들어왔다.
과밀 못지않게 심각한 건 소년들의 상태다. 이렇게 들어오는 소년 세 명 중 한 명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 정신적 어려움을 가진 소년이 늘어날수록 소년분류심사관(이하 심사관)의 업무는 한층 복잡해진다. 하지만 정작 전국적으로 심사관 수는 22명에 불과하다. 심사관 한 사람이 1년에 250건씩 떠맡아야 하니, 사실상 하루에 한 건씩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심사관들이 설명하는 분류심사의 목적은 이렇다. "비행사실 자체를 평가하거나 범죄의 경중을 판단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소년이 어떠한 환경적·심리적·발달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해, 향후 재비행을 예방하기 위한 처우와 개입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데 본질이 있습니다." 이들 판단은 재판부에 그대로 전달돼, 그 무게가 남다르다.
이 일의 무게를 가장 잘 보여준 건 21년을 이 업무에 쏟아온 한 사무관이었다. 소년원과 보호관찰소 업무까지 두루 맡았던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현재 심사원이 마주한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 소년의 비행은 절대 단일한 원인이 아니에요. 가정, 또래, 학교, 환경, 심리, 신체, 사회까지… 모든 것이 얽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종합적 판단을 내릴 시간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한 건의 심사에 통상 7시간 내외가 소요되지만, 최근 다문화가정·정신건강 문제를 동반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 기준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잦아졌다. 시간뿐 아니라 인력 구조도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소년원은 교육·수용 전담제를 운영해 주·야간 교대근무 인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심사원은 이 전담제가 마련돼 있지 않아, 교육·조사·행정 인력이 평균 5일에 한 번꼴로 야간근무를 소화해야 하는 구조다.

심사원에선 달라지지만 담장 밖은 그대로
이렇듯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심사원에 들어온 소년이 보내는 평균 44일은 나름의 성과를 낸다. 그동안 심리검사, 비행 위험성 평가, 상담, 교육이 차례로 진행되며 유형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처음엔 소년들도 변한다. 규칙을 지키고 교육받고 밥도 잘 챙겨 먹는다. 밖에서 굶거나 약물을 손댔던 소년들도 이 기간을 거치며 눈에 띄게 건강해진다.
문제는 그 변화가 심사원 안에서만 유효하다는 데 있다. "한 달, 두 달 함께 있는 동안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요. 비행 유형별 교육도 하고 상담도 하고 운동도 해요. 그런데 나가면 강제 교육이 안 돼요." 현장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재위탁을 막으려면 결국 퇴원 이후의 연계가 관건이다. 심사원 관계자는 "가출, 학교출결불량, 불량교우 교제 등 가족과 친구 관계가 소년의 비행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집에서 생활하면서 학교에 정상적으로 나가는 경우는 재비행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연계는 좀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퇴원 후 극적으로 가정환경이 좋아진다거나 학교에서 소년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역사회 기관들도 소년이 직접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야만 지원이 가능한 구조라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공백을 메워야 할 보호관찰소마저 여력이 없다. 보호관찰관이 가족, 교사 등과 협업하고 지역사회 자원도 발굴해 소년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하지만, 지금 담당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소년들의 주변 환경은 아무것도 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개과천선시켜 내보내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그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이런 공백을 심사원 구성원들도 모를 리 없다. 이들은 여러 차례, 여러 채널을 통해 개선을 요구해 왔다. "관할 법원장과 판사가 방문할 때, 통계에 기반한 사실을 가지고 유관기관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수준의 변화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소년들이 분류심사원에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난과 부모의 무관심, 또래 일탈소년들의 유혹, 학교에서 느끼는 낙오감이 대표적이라고 심사원 관계자들은 말했다. 소년들이 심사원 안에서 변화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이 같은 외부 환경은 변하지 않는다. 심사원 문을 나서는 순간 이 소년들은 다시 과거와 마주한다. 재위탁률이 40%를 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 한 소년은 심사원 위탁 횟수가 8회였습니다." 심사원 관계자가 수치를 언급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입·퇴원을 반복하는 소년들에겐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재위탁되면 이곳 심사원의 규칙에 따라 심리일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소년들이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이들을 다시 돌려 세우기가 더 어렵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증언이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 분류심사원에 재위탁된 226명 중 102명(45%)은 새로운 비행이 아닌 보호관찰법·소년법 위반으로 들어왔다. 안산 심사원의 경우 그 비율은 74%(89명 중 66명)에 달한다.
이런 재위탁의 전형적인 경로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초범으로 시작한 한 소년은 1년 반을 소년원에서 보내며 열심히 지낸 끝에 임시 퇴원해 사회로 나갔다. 처음엔 잘 적응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부모와 다투고,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학교를 안 나가고 보호관찰 약속도 어겼다. 다시 돌아오면 처음과 같은 '봐주기 훈육'은 없다. 남은 기간을 모두 채워야 하고, 임시 퇴원의 기회도 더는 주어지지 않는다. 최장 2년을 꼬박 살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심사원 안에서 개과천선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그 효력이 평균 44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게, 소년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어른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취재진이 마주한 소년들의 일탈과 비행은 대개 한 지점으로 수렴했다. 심사원 담장 밖,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그 44일 동안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사원 정문을 나서는 순간 '개과천선한 소년'은 다시 '위험한 소년'으로 돌아간다. 소년이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소년을 둘러싼 세상이 변하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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