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년 7월 4일 vs 1919년 3월 1일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최수문 선임기자 2026. 7. 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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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역사적인 독립선언서 발표 1776년 7월 4일
올해 250주년 행사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 들썩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임기 1789년 시작
韓선 1919년과 1948년 해묵은 논쟁 이어져
“역사적 흐름에서 건국 이뤄진 것으로 봐야”
전제왕정과 민주공화국을 가르는 기준 역할도
4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한 여성이 ‘250’을 페이스페인팅한 얼굴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7월 4일 미국이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 행사로 떠들썩하다. 우리나라 언론들도 이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라는 의미다. 미국이 기념하는 독립기념일 의미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다른 성격이긴 하지만 어쨌든 미국과 한국 모두 식민지에서 ‘독립’해 현 체제를 세웠고 지금도 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서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인접한 주한 미국대사관 건물 전면에는 큰 플래카드가 하나 걸려 있다. 자세히 보면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Celebrating 250 Years of American Freedom)이라고 적혀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기념한다는 의미다. 글자 그대로는 ‘독립을 한 날’인데 ‘독립기념일’로 우리는 대개 번역한다.

이렇게 보다 보니 헷갈리기는 한다. ‘독립’인지 ‘독립기념’인지 아니면 ‘건국’인지. 또 ‘프리덤(Freedom)’은 뭔지. 엄격히 규정하면 미국대사관에 붙어 있는 ‘독립 250주년’이라는 우리말 번역은 틀렸다.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인 1776년 7월 4일 일어난 사건은 단순히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것이었다.

미국 독립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영국의 식민지 미국에서 1775년 5월 10일 13개 주 대표가 모인 ‘제2차 대륙회의’가 열린다.(앞서 1774년 제1차 대륙회의가 열렸었다) 제2차 대륙회의는 같은 해 4월부터 시작된 영국과의 독립 전쟁을 주도한다. 대륙회의가 사실상 ‘임시정부’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그 유명한 ‘독립선언서’(원제는 The Unanimous Declaration of the thirteen united States of America)가 발표된 것은 1776년 7월 4일이다. 물론 독립이 ‘선언’됐다고 해서 당장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이후에도 영국과의 치고받는 독립 전쟁이 계속됐다. 처음에는 미국이 불리했다. 미국으로서는 다행으로 당시 강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이들은 영국을 견제하는 마음에 신생 독립국을 지원했다.

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인근 주한 미국 대사관 벽면에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영국의 곤경이 심해지면서 결국 1783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파리평화조약’이 체결된다. 여기서 미국 독립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어떤 나라를 세울 것인가, 이번에는 미국 내 주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미국 헌법이 작성돼 서명된 것은 1787년 9월이고 이후 1787년 12월 델라웨어부터 1790년 5월 로드아일랜드까지 13개 주 모두가 이 헌법에 대한 비준을 완료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연방국가 미합중국이 완성됐다. (1789년 9개 주 이상의 비준을 통해 헌법이 발효하면서 미국 정부는 성립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임기는 1789년 4월 시작됐다.

이러한 역사에 따르면 ‘미국 독립’을 어떻게 볼지는 가타부타 논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시작은 언제일까. 대륙회의가 처음 열린 1774년인지, 독립선언서가 공개된 1776년, 전쟁에 승리하고 독립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1783년, 헌법이 제정된 1787년, 미국 헌법이 발효되고 첫 대통령이 취임한 1789년 등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물론 미국 내에서는 논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공식적인 ‘독립일(Independence Day)’은 독립선언서가 발표된 1776년 7월 4일이다. 서울의 미국대사관 건물에 ‘독립 250주년’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이유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내에 새겨진 독립운동 관련 부조.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독립운동가 정재용이 탑골공원 팔각정 위에서 ‘독립선언서’를 읽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최수문기자

미국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은 물론 한국 때문이다. 한국의 독립과 정부 수립의 기준을 어떻게 볼지다. 미국과 비교하면 이렇다. 일본의 식민지가 된 상태에서 1919년 3월 1일 독립을 요구하는 ‘선언서’가 발표된다. 바로 3·1절이다. 당시가 기미년이기 때문에 ‘기미 독립선언서’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태화관에서 민족대표 33인에 의해 선언됐다가 일반인에게는 탑골공원에서 공개됐다. 첫 문장이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로 시작한다. (일본은 대한제국을 식민지화한 후 이름을 ‘조선’으로 다시 바꿨다) 그리고 전국으로 만세시위가 확산된다.

3·1 운동의 직접적인 결과로 상하이에서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모여 1919년 4월 10일 임시의정원을 구성했다. 여기에서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했다는 설이 있다. 물론 조선을 계승한 대한제국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대한민국’ 국호에 대해 대부분이 찬성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919년 4월 11일 임시의정원은 ‘임시헌법’ 격인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하고 이승만을 수반인 국무총리(이후 대통령)로 뽑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구성했다.

이미 독립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는데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보다 체계적으로 독립군, 이후에 광복군을 지휘해 일본과의 전쟁을 수행했다. 중국(당시 중화민국)과 미국의 도움도 받았다. 미국과 중국은 일본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에 한국을 지원하는 상황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이 독립할 때는 프랑스의, 중국은 미국의 지원을 각각 받은 바 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일본이 지배한 다른 식민지들과 함께 한국도 해방됐다. 이후 3년간의 설왕설래를 거쳐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졌고 이승만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돼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7월 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의 모습. 탑골공원은 서울에 만들어진 최초의 근대식 공원으로 평가되는데 1890년대 조성됐다. 15세기 탑인 국보 ‘원각사지 10층석탑’(뒤쪽 유리벽 안)이 있어 탑골공원, 또는 파고다공원이라고 불린다. 최수문기자

굳이 비교한다면 ‘미국의 7월 4일’은 곧 ‘한국의 3월 1일’이다. 미국은 왜 ‘독립 250주년’이라고 홍보를 할까. 아마 미국의 건국 역사가 조금이라도 오래됐다는 자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테다. 왕정이 아니라 공화국으로의 독립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을 법도 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떨까. 사실 정부 수립은 역대로 여러 번 있었다. 이는 신생 독립국인 미국과는 다른 경우다. 우리는 삼국 시대에 이어 고려, 조선, 대한민국까지 여러 번의 정부 수립의 기회를 가졌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역사상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역대 있었던 개별적인 건국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지배세력들뿐이었다.

따라서 만약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정말 특별하다면 그것은 3·1 독립선언과 운동 및 사실상의 혁명 결과에 따른 이유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왕(王) 제도를 폐지하고 민(民)이 국가의 기본이 되는 ‘민주공화국’을 수립하겠다는 일반의지를 보였다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우리 현행 헌법의 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다. 앞서 1899년 반포된 대한제국 헌법(대한국국제)의 1조는 “대한국(大韓國)은 자주독립한 제국(帝國)이다”, 2조는 “대한국의 정치는 만세토록 불변할 전제정치다”였다.

기자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미국의 독립일(또는 독립기념일)이 7월 4일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국내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 대해서는 다른 논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으니 안타깝다.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글로벌 문화수도 ‘한국’에서 전개되는 문화 현상을 살펴보고 진정한 문화수도가 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을 탐구합니다.

최수문 선임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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