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정보ㆍ거래판단 해외 플랫폼 의존⋯가상자산 ‘정보주권’ 도마
경찰청, 체이널리시스 라이선스 갱신에 36억5700만원 투입
거래소 현업에서도 활용…주소 식별·거래 차단 판단
해외 솔루션 활용 불가피하나 국내 인프라 병행 구축 필요

가상자산 범죄 대응을 위한 온체인 분석 수요가 커지면서 국내 수사기관과 거래소의 해외 분석 솔루션 의존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범죄 연관 지갑주소와 거래 흐름, 거래 차단 판단까지 외부 플랫폼에 기대는 구조가 굳어지면 비용 부담뿐 아니라 데이터 종속 우려도 커진다는 지적이다.
5일 조달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미국 가상자산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의 분석 프로그램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라이선스 갱신에 36억5700만원을 투입한다. 이는 올해 가상자산 관련 조달 배정예산 100억6000만원의 약 36.4%로, 전체의 3분의 1을 웃돈다.
체이널리시스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가상자산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온체인 분석 인프라다. 경찰청이 갱신하는 솔루션은 코인 추적,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 국내외 거래소 특정, 탈중앙화거래소(DEX) 거래 해석, 크로스체인(블록체인 간 이동) 분석 등을 지원한다. 범죄에 이용된 가상자산이 여러 체인과 서비스를 거쳐 이동하더라도 자금 흐름을 이어서 파악하도록 돕는 구조다.
체이널리시스는 수사기관뿐 아니라 현업에서도 쓰인다. 실제로 4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영업일부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체이널리시스 모니터링 시스템 활용 여부가 미신고 사업자 거래 차단 노력의 근거로 다뤄졌다.
온체인 분석은 단순 분석 프로그램을 넘어 민감 정보 처리 체계에 가깝다. 수사기관은 분석 과정에서 범죄 연관 지갑주소, 거래 흐름, 거래소 특정 정보, 주소 간 연관관계 등을 다룬다. 관련 경찰청 과업내역서도 수사 목적으로 입력한 범죄 연관 가상자산 정보와 수사 정보를 누출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분석 체계가 장기간 외부 솔루션에 기대게 될 경우다. 거래 차단과 주소 식별 같은 핵심 판단이 외부 분석값을 기준으로 이뤄질수록 국내 기관이 자체적으로 쌓아야 할 주소 식별 경험과 라벨링(지갑주소 식별) 노하우를 축적하기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검증 체계가 외부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물론 글로벌 해킹과 자금세탁 대응을 위해 해외 솔루션 활용은 불가피한 측면도 크다. 가상자산 범죄는 국경을 넘어 발생하며, 해외 거래소와 브릿지(블록체인 간 자산 이동 통로), 믹싱(거래 흔적 섞기) 서비스, 랜섬웨어 주소를 추적하려면 국제적으로 축적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장)는 “해외 솔루션을 당장 배제하기보다 국내 온체인 분석 역량을 병행해 키워야 한다”며 “수사기관은 글로벌 공조와 추적 역량 때문에 체이널리시스 등 해외 온체인 분석 프로그램을 안 쓸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와 지갑주소 라벨링 같은 기초 인프라를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공공 차원에서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감독 정보를 국내에 축적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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