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품귀에 가격 4.6배 폭등…삼성 ‘갤럭시Z 폴드8’ 가격 인상 유력
스마트폰에서 D램 원가 비중 45%로 급증
애플·소니·샤오미 이어 삼성도 가격 인상
“갤럭시Z폴드8 고용량 제품 가격 높아질 것”

전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칩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폰 가격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애플이 제품 가격을 최대 25% 인상한 데 이어 삼성전자(005930)도 이달 공개할 갤럭시 Z 폴드8 시리즈의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공급난이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하반기 출시 예정 기기들의 가격 인상 흐름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은 메모리 가격 인상에 따른 스마트폰 가격 상승을 잇달아 예측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올해 2분기 메모리 가격이 뛰었다고 분석했다. 2025년 4분기 메모리 가격이 40~50% 급등한 데 이어 2026년 1분기에도 40~50% 추가 상승했고, 2분기에도 오름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3일 발표한 3분기 메모리 가격 전망에서도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낸드플래시는 10~15%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1~2분기에 비해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되겠지만 D램 시장의 극심한 공급 부족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카운터포인트도 메모리 가격이 올해 남은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기관은 추가 생산능력이 본격 가동되는 2027년 말에야 시장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부품 가격 변동을 넘어 스마트폰 등 완제품 가격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IDC는 메모리 가격 상승 여파로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2.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출하량 감소에도 평균판매가격은 14% 오른 523달러, 약 80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트너 역시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이 올해 말까지 합산 130%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스마트폰 가격은 13%, PC 가격은 17%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는 둔화되는데 가격은 오르는 비정상적 시장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가격 인상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통상 전자제품은 출시 후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소니, 샤오미, HP, 델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기 업체들은 올해 들어 제품 가격을 한두 차례씩 인상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더 이상 내부적으로 흡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출시한 갤럭시 S26 시리즈 가격을 전작보다 올리며 2023년부터 이어온 가격 동결 기조를 멈췄다. 이어 4월에는 이미 출시된 갤럭시 Z 폴드7·플립7의 512기가바이트(GB) 모델 가격도 각각 9만 4600원 올렸다. 출시 1년 이내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은 2022년 갤럭시탭 S8 시리즈 이후 약 4년 만이다.

애플도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애플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모델에 따라 최소 100달러에서 최대 300달러까지 올렸다. 맥북 네오 기본형은 699달러로 100달러 인상됐고, 맥북 에어 512GB와 맥북 프로 1테라바이트(TB)는 각각 1299달러, 1999달러로 200달러와 300달러씩 높아졌다. 서비스 사업을 기반으로 경쟁사보다 높은 수익성을 유지해온 애플마저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그만큼 부품 가격 충격이 크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메모리 공급난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비유하며 짧은 기간 부품 가격이 이처럼 크게 오른 사례는 보기 어렵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비보 X300 시리즈는 전작보다 100~300위안, 약 2만 2500원~6만 7600원 올랐고 오포 Find X9은 200~300위안, 리얼미 GT8은 300~500위안 인상됐다. 샤오미의 저가형 레드미 K90 시리즈도 직전 세대보다 약 100위안 올랐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높아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어렵지만, 메모리 가격 급등세가 워낙 가파른 탓에 중국 업체들도 가격 방어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AI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메모리 탑재량을 줄이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트 AI 시대로 이동하면서 모바일 기기에서도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해지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고도화될수록 스마트폰의 D램과 저장장치 용량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실제 원가 부담은 급격히 커진 상황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800달러급 스마트폰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1분기 14% 수준에서 최근 40%까지 확대됐다. 같은 모델 기준 D램과 낸드 비용은 2025년 1분기 약 63달러에서 올해 2분기 291달러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비용만 약 4.6배 오른 셈이다.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위축되고, 가격을 동결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급등하는 메모리 가격 탓에 삼성전자도 이달 22일 공개할 갤럭시 Z 폴드8 시리즈의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AI 기능이 강화되는 만큼 전작 대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 모델의 미국 출시가는 전작과 같은 1999달러, 약 305만 원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고용량 옵션에서는 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소비자 체감 가격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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