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있는경제]“전쟁 끝나도 수요 남는다”…유럽 VC들 방산테크 베팅
독일 퀀텀시스템즈, 1.8조원 규모 투자 유치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한때 벤처캐피털(VC)이 선뜻 손대기 어려운 영역이었던 유럽 방산테크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드론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전장 효용이 입증되고 각국의 방위비 확대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드론·무인 시스템·전장 소프트웨어 기업을 향한 투자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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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산업용 정찰 드론에서 출발한 퀀텀시스템즈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사용 정찰·감시 수요를 타고 방산테크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실제 전장에서 드론의 활용도가 높아지자 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커졌고, 이번 투자 유치로 회사는 80억달러(약 12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노르웨이 방산테크 스타트업 식스로보틱스도 최근 1200만유로(약 21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식스로보틱스는 여러 무인 시스템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자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자본시장에서 드론 기체뿐 아니라 무인체계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영역으로도 투자금을 쏟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독일 군사용 드론 스타트업 스타크는 최근 세쿼이아캐피털, 파운더스펀드, NATO 혁신펀드, 어드벤트 등으로부터 5억유로(약 8748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설립된 스타크는 자폭 드론 등 무인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유럽 방산 스타트업 가운데 빠르게 몸집을 키우면서 인정받고 있다.
자본시장에선 방산테크 투자 열기가 단기 테마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휴전이나 종전 가능성과 별개로 유럽 각국은 이미 소진된 탄약과 방공체계, 드론 대응 장비를 다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저가 드론과 AI 기반 전장 소프트웨어의 효용이 확인되면서 방산 투자의 무게중심도 대형 무기체계에서 자율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로 넓어지고 있다.
미국 안보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의 움직임도 관련 투자에 힘을 보태고 있다. EU와 NATO를 중심으로 방위비 확대 기조가 이어지면서 향후 정부 조달 수요를 기대한 민간 자금도 방산테크 스타트업으로 유입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기후테크와 핀테크, 생성형 AI에 집중됐던 유럽 VC 자금이 드론과 무인 시스템, 전장 소프트웨어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 관계자는 "유럽 방산테크 투자 붐은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인가보다 전쟁 이후 유럽 안보 질서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베팅"이라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드론 위협, 사이버 공격, 전자전, 탄약 부족, 미국 의존도 축소라는 과제는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은 언젠가 끝날 수 있지만, 유럽이 느끼는 안보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그 불안이 지금 드론과 AI, 자율 시스템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의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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