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맞붙은 ‘K-미래 기술’ vs ‘중국산 가성비’…내일의 판도 가른다
가성비와 기술로 국내 시장 뛰어든 BYD의 역습

자동차 산업의 미래 흐름과 판도를 한눈에 가늠할 ‘2026 부산모빌리티쇼’가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열흘간 열렸다. <내일의 길을 열다>라는 올해의 표어에 걸맞게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단순한 ‘탈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이동 수단·서비스를 대거 쏟아냈다. 이번 행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안방을 지키려는 국내 완성차 가문의 초격차 기술과 국내 승용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중국 1위 전기차 업체의 정면충돌이었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에 대한 돌파구를 찾으려는 업체들의 생존 전략이 부산에서 격돌했다.
이번 전시회는 한마디로 “전기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이 엿보였다. 각 업체들이 내세운 기술은 화려했다. 특히 배터리 전기차(BEV) 고도화와 함께 수소, 하이브리드 등 다변화된 동력원을 전면에 내세운 친환경 차별화 전략이 두드러졌다. 캐즘의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출시 차종 등을 다각화하려는 업체들의 치열한 수싸움이 현장을 달궜다.
‘인생 첫차’ 아반떼, 8세대로 강해져서 돌아오다

가장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었다. 현대차는 완전 변경 모델인 ‘디 올 뉴 아반떼’를 세계 최초로 전격 공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생 첫차’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국내 대표 준중형 승용차로 사랑받던 아반떼가 외관부터 기존의 모습과 완전히 달라져서 돌아왔다. 1995년 출시된 이후 이번이 ‘8세대’라고 한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기존의 7세대보다 커진 차체였다. 엔진을 ‘2.0 자연흡기’로 강화해 동력성능을 보완하고 여유 있는 주행감을 줬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내부에는 현대차가 자랑하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인공지능 에이전트 ‘글레오 AI’를 탑재했다. 스스로 학습하고 운전자와 교감하는 똑똑한 차로 진화한 모습이었다. 다만 엔진 배기량이 오르면서 유지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세대보다 300만~500만원 판매가격이 비싸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있다.
기아 PV5의 다양하고 놀라운 ‘변신’들


기아는 고객 맞춤형 차량인 목적인프라차량(PBV) ‘PV5’의 신규 파생 제품군 3종을 전면에 세워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우선 다인승 수송에 초점을 맞춘 ‘패신저 7인승’은 독특한 ‘2-2-3’ 시트 배열을 적용해 2열 시트를 한쪽으로 배치했다. 3열 승객의 승하차 편의성을 극대화하며 실용성을 강화했다. 프리미엄 의전 및 고급 택시 시장을 정조준한 ‘프라임’ 모델은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연상하게 했다. 고급 가죽으로 마감된 뒷자리와 레일 시스템을 탑재해 ‘달리는 비즈니스 라운지’를 구현해 냈다. ‘카고 하이루프’는 화물 수납과 작업용으로 개발됐다. 기존 PV5보다 실내 높이를 295㎜나 높여 성인이 차 안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고 서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전체 높이가 2.1m를 넘지 않도록 설계돼 도심의 낮은 지하 주차장도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게 했다. PV5를 개조한 ‘산업별 협업 모델’도 전시됐다. 경찰청과 협업한 ‘AI 순찰차’가 대표적이다. 영화에서나 보던 ‘비밀작전용 봉고차’ 같았다. 실내에 모니터가 탑재돼 위험 요소 조기 감지와 지상·공중 연계 순찰을 지원하고, 차량 지붕에는 4K급 영상을 찍을 수 있는 AI 카메라 3개와 드론, 드론 스테이션이 설치돼 있었다. 바이크 수송차와 아이스크림 판매 트럭으로 변신한 PV5들도 있었다.
미래형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 모델 ‘비전 메타투리스모’도 공개했다. 세련된 스포츠카 차체에 디자인과 디지털 경험 등을 넣은 고성능 전기차로, 관객들에게 ‘미래에서 온 차’ 같은 느낌을 줬다.

3000만원대 하이브리드 기술 진화, BYD의 진격

이에 맞서는 해외 업체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부산모빌리티쇼에 처음 참가한 중국 BYD코리아는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기술 ‘DM-i’를 국내에 최초로 선보였다. 저가 전기차 이미지에서 벗어나 탄탄한 자체 배터리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찍겠다는 전략이다. 류쉐량 BYD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환경차 기술 혁신을 통해 한국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신뢰받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BYD가 선보인 DM-i 기술은 1회 충전과 주유로 1000㎞이상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으로, 국내 친환경차 시장의 대안적 선택지를 넓겠다는 포석이 엿보였다. 가격은 역시나 ‘쇼킹’하다. ‘씨라이언 6 DMi’는 3750만원대라는 공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장점을 모두 원하는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 읽혔다. 다만 정부의 신규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평가에서 국내 인프라 기여도 미달로 낙마하며 당장 7월부터 구매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악재를 맞닥뜨리게 됐다.
수입차 전통 강자들의 반격도 매서웠다. BMW그룹코리아는 플래그십 세단 기반의 한정판 에디션과 ‘더 뉴 올-일렉트릭 MINI JCW 에이스맨’ 등 순수 전기차 브랜드를 포함한 전동화 라인업 13종을 출격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친환경차 전시를 넘어 완성차 업체들이 수년간 준비해 온 미래 차 기술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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