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S&P500 고작 7.4%, M7은 역성장…‘마테팔 못난이 3형제’ 어쩌나
[비즈니스 포커스]

7.4%. 상반기 미국 S&P500의 수익률이다. 예적금 수익률과 비교하면 훌륭하지만 주식 투자자에게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불과 1년 전 S&P500 성과(16.39%)와 비교해도 그렇고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르게 랠리를 펼친 코스피 수익률(97.04%)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미국 증시의 중추 역할을 하던 대형 빅테크(M7)의 성적표는 더 초라하다. 상반기 -6.6%를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만약 M7 중심의 쏠림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했다면 큰 낭패를 봤을 흐름이다.
M7 지고 ‘망고스(MANGOS)’ 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2024년 하반기 1000억달러를 돌파한 후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899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대 자금이 미국 시장에 묶여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장 꾸준히 몰린 곳은 단연 지수 추종 상품이다. 2025년 하반기 뱅가드 S&P500 ETF(VOO, 5위), SPDR 포트폴리오 S&P500 ETF(SPLG, 15위) 등 상위권을 차지했던 S&P500 추종 상품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VOO가 4위(약 9.3억달러), SPLG가 18위(약 3억달러)를 유지했다. 투자자 사이에서 ‘무지성 투자’로 불린 ETF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나스닥100 ETF(QQQM 등) 역시 2025년 하반기 6위에서 올해 상반기 3위(약 11.8억달러)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시장은 우상향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증시를 지배했던 나스닥과 M7 성장주 대신 가치주와 비(非)M7 종목, 중소형주로 온기가 확산됐다. 상반기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가 21.3% 상승하는 사이 정작 서학개미들이 가장 압도적으로 모아왔던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S&P500 지수 수익률은 7.4%로 주요 지수 중 최하위에 그쳤다.

대형 빅테크(M7) 중 엔비디아(3.2%)와 알파벳(7.8%)만이 겨우 체면치레했을 뿐 핵심 우량주로 꼽히던 테슬라(-15.6%), 메타(-16.6%), 마이크로소프트(-22.9%) 등은 처참한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빅테크 중심의 M7 지수는 -6.6%라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마테팔 못난이 3형제’라는 신조어가 화제다. 서학개미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투자 신앙’으로 통했던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팔란티어를 일컫는 말인데 이들 이름 앞에 ‘못난이’, ‘금쪽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은 것이다.

M7의 철옹성에 균열이 가면서 최근 월가에서는 기존의 7대 빅테크를 뜻하던 ‘매그니피센트 7’이 가고 새로운 주도주 축인 ‘망고스(MANGOS)’라는 신조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망고스는 메타·앤트로픽·엔비디아·구글·오픈AI·스페이스X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기존 M7 멤버 중 실적 실체가 떨어지는 테슬라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걷어내고 순수 AI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기업들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핵심은 AI 성장주 내에서도 ‘투자 주체’와 ‘투자 수혜’ 기업 간의 온도차를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4대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등 직접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투자 주체’들은 유상증자와 대규모 부채 발행으로 인해 수익성과 이자비용 압박을 대폭 받기 시작했다. 매출성장률은 비슷할지 몰라도 EPS 성장률 측면에서는 이들이 뒤처지는 구조다. 반면 이들의 자금을 받아 제품을 공급하는 반도체, 전력 인프라 등 ‘투자 수혜’ 기업들은 비용 부담 없이 독점적 가격 결정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키우고 있다. 조병문 메디치투자일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시대에 정작 금광을 캐는 사람보다 삽을 판 사람이 돈을 더 벌었다”며 “AI 승자가 되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경쟁하고 있는 4대 하이퍼스케일러가 아닌 반도체와 패키지 기판을 만드는 주식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7월 중하순부터 이어질 빅테크의 실적 발표는 하반기 증시의 향방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다. 이때 투자자들이 따져보아야 할 핵심은 빅테크들의 ‘Capex(자본지출) 가이던스의 질(質)’이다. 투자 금액 숫자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호재가 되지 못하며, 오히려 그 이면에 숨은 실질적 수요를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7월 2일 시장을 뒤흔든 일명 ‘메타 쇼크’는 가이던스의 질이 왜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다. 메타가 대량의 Capex 투자로 생긴 유휴 인프라를 외부 기업에 임대하는 클라우드 비즈니스 진출을 본격화하자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자체 AI 모델 비즈니스가 생각만큼 궤도에 오르지 못해 남는 장비를 빌려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즉 ‘AI 레이스 낙오에 따른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가 번진 탓이다.
이처럼 투자 주체의 단순 비용 증가나 수요 둔화 우려가 겹치면 시장은 즉각 충격을 받는다. 반면 물량 증가에 기인한 투자 확대와 실질적 수요가 증명된다면 전력 인프라나 반도체 공급사들에게는 강력한 촉매가 될 수 있다.
자사주 매입 발표도 체크리스트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I CAPEX 수혜주들이 자사주 매입을 선언한다면 우려감은 한번에 완화할 것”이라며 “2분기 실적 시즌에 볼 수 있는 최대 호재”라고 설명했다.
하반기부터 고조될 미국 매크로 리스크도 대비해야 한다. 7월 24일 무역법 122조 만료에 따른 관세 리스크, 이란 관련 국방 예산 추가, 사상 처음 월간 1000억달러를 돌파한 순이자지출 등은 재정적자를 키우고 국채금리를 자극하는 요소다. 금리가 상승하고 AI 모델 개발사의 수익성 의구심이 커질 때 변동성을 방어할 수 있는 자산을 담아야 한다. 네오클라우드 3사(오라클, 코어위브, 네비우스)의 경우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에 비해 부채 감당 여력이 현저히 약한 상태다. 김일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AI 모델 개발사들의 경쟁이 격화되는 시기에 금리가 오르면 차환 비용 상승 부담이 더해지면서 클라우드 AI 관련주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중한 낙관론’ 속 주도주 유효
전문가들은 하반기 미국 증시의 우상향 기조 자체는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폭발적인 수익률 예상치는 찾기 어렵다. 현재 7500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 중인 S&P500 지수가 연말에는 약 4~5% 소폭 상승한 선까지는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목표치로 8000선을, 바클레이즈와 JP모간은 각각 7800을 제시했다. JP모간은 S&P500 지수가 향후 1년 안에 현재보다 약 22% 추가 상승한 9000선을 돌파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월가가 하방 경직성을 확신하는 가장 강력한 버팀목은 기업의 이익 체력이다. S&P500 기업들의 하반기 이익 성장률은 3분기 25%, 4분기 23.7% 수준의 높은 성장이 예고돼 있다. 2분기 EPS 성장률 컨센서스 역시 21.3%로 작년 평균(12.5%)을 크게 뛰어넘는다. 빅테크들의 하반기 자본지출 또한 작년보다 83% 급증한 7540억 달러에 달해 AI 슈퍼사이클의 실체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다.
김일혁 애널리스트는 “과거 IT 버블이나 금융위기 직전처럼 쏠림 현상이 강해졌다고 해서 주도주 비중을 섣부르게 축소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며 “주도주의 비중을 시장보다 낮추는 선택보다 주도주의 비중 확대를 유지하면서 충격에 잘 견딜 수 있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견인하는 중기 추세 상승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다”면서도 “극심한 단기 변동성은 이번 사이클이 끝날 때까지 동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추천 전략은 주도주 중심으로 9월까지 바이앤홀드 전략을 취하되 일부 소외주를 섞어 기술적 부담을 헤지하는 것이다. 소외주로 6월 중 신고가 영역에 진입한 산업재, 헬스케어, 부동산, 중소형 가치주를 꼽았다.
하반기 포트폴리오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추천하는 피난처 자산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미·중 갈등 및 트럼프 정부의 미국 AI 모델 사용 제한 조치로 인해 사내 서버나 PC 등 로컬 환경에서 오픈소스 모델을 구동하려는 수요를 흡수할 ‘온디바이스 AI 관련주’다. 둘째는 금리 상승기에 방어력이 돋보이고 대규모 AI 딜 과정에서 IB 수수료 및 강력한 자사주 매입·배당 확대를 보여주는 ‘대형 금융주’다. 마지막으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CAPEX 최우선순위가 장기 전력 확보로 넘어가면서 구조적 수혜를 입을 ‘발전설비 및 전력 인프라 관련주’가 꼽힌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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