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AI 시대의 ‘생산성 퍼즐’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는 한 나라 경제에서 총산출물에는 두 생산요소(자본·노동)의 단순한 물적 투입이 기여한 부분 외에 어떤 ‘잔여분’, 즉 노동과 자본의 기술적 결합에 의한 생산성(이른바 ‘총요소생산성’·TFP)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기서 자본과 노동의 상호 결합에는 기술혁신뿐 아니라 생산방식의 변화, 지식·인적자본의 수준, 경영 효율화 등이 포함된다.
일국 경제에서 왕성한 경제활동과 경제적 번영을 이끄는 ‘생산성’ 결정 요인에 대해 초기 고전학파 경제학이 ‘노동분업’을 제시했다면, 20세기 중후반 제도주의 경제학자들은 투자와 혁신을 보장하고 유인하는 ‘사유재산권’(다론 아제모을루·노벨경제학상)이나,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선물로 주는 높은 임금이 교환 과정을 통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효율성 임금’(조지 애컬로프·노벨경제학상) 등을 제출했다.
컴퓨터·인공지능(AI)이 이끄는 정보기술 경제에서 이제 생산성은 ‘기술변화’를 변수로 하는 함수다. 그런데 솔로는 1987년 ‘뉴욕타임스 북리뷰’에 실은 기고문에서 “우리 주변 어디를 둘러보든지 ‘컴퓨터 시대’를 실감할 수 있지만, 생산성 통계에서는 이것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생산성 패러독스’로 불리는 이 역설은 다름 아닌 솔로가 말했기에 더욱 유명해졌다. 자본·노동의 양적 투입은 종국에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것이고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의 핵심 동인이라고 입증한 것이 그의 노벨상 수리경제모형인데, 정작 인류가 역사상 가장 빠르고 광범한 컴퓨터 기술혁신을 질주하던 시기에 생산성 지표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모순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과 가계가 아이비엠(IBM)·애플 컴퓨터를 사무실·공장·집안에 대대적으로 보급하던 1973년부터 1980년대 중반 당시,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폭발하기는커녕 이전 시기(1948~1973년 연평균 2.9%)의 절반 수준(1.1%대)으로 정체·후퇴했다. 기술이 삶과 기업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도 거시 생산성 지표에서 그 증거는 거의 발견되지 않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 까닭으로 몇 가지가 지목된다. ‘컴퓨터는 어디에나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컴퓨터를 먹거나 입을 수 없고 컴퓨터를 타고 출근할 수 없고 컴퓨터한테 머리를 깎아달라고 할 수 없다’고 솔로는 말했다. 컴퓨터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과거보다 성능이 좀더 나아졌을 뿐인) 가전제품·자동차를 소비하며 산다.
경제성장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도 2016년 펴낸 책 ‘미국 경제성장의 흥망’에서 “요즘 세상을 가만히 보면 잘 이해되지 않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인터넷 웹과 닷컴 혁명이 일어나고 이토록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보편화됐는데도 2004년 이후 10년 동안 미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저조(연 0.4%)한 편이다. 경제 전반의 생산성은 왜 이렇게 상승 속도가 느린가?”라고 말했다. 노동생산성 역시 기계와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일을 돕거나 대신해주고 있는데도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94~2004년 닷컴 시대에 연간 평균 2.3%였으나 2010~2015년에는 0.5% 상승에 그쳤다.
세계은행은 2026년 6월에 내놓은 ‘글로벌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AI 덕분에 우리 시대 생산성이 강한 회복탄력성을 보여줄 거라고 전망한다. 그동안 추세적 하락(2000년대 1.4%→2010년대 1.1%→2020년대 0.8% 전망)에 있던 글로벌 생산성 증가율이 AI의 도입과 확산으로 향후 10년간 강한 성장세(최소 1.4%, 최대 2.7%)를 보일 잠재력이 있다는 시나리오 예측이다. AI 생산성은 닷컴 시대와 달리 일종의 ‘생산성 마법’을 일으킬까? 아직은 모호한 수수께끼일까?
조계완 한겨레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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