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손가락 금반지는 어디에서 왔는가

한겨레 2026. 7. 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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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

“당신 손가락의 금반지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금은방’이라고 답한다면 절반만 맞다. 백 점짜리 답은 ‘죽어가는 별’이다. 현대 우주과학은 금의 기원을 초신성 폭발이라는 우주적 격변에서 찾는다. 별들이 죽어가며 우주에 흩뿌린 금과 철과 탄소가 46억 년 전 서로를 끌어당기며 뭉쳐져 지구가 되었다. 불덩어리였던 초기 지구에서 대부분의 금은 중력에 이끌려 지구 심장부로 가라앉았고, 인류는 지각에 남은 미량의 금을 파내어 욕망의 도구로 삼았다. 별의 죽음이 빚어낸 물질이 수십억 년의 시간을 건너 누군가의 손가락에서 빛난다. 이 경이로운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는 금의 자연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인 레베카 조라크와 마이클 W. 필립스는 금이 역사의 물줄기를 어떻게 바꿨는지, 그 찬란한 빛 이면에 얼마나 깊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는지를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에서 21세기 콩고 분쟁 지역까지, 천문학에서 연금술을 거쳐 우주공학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누비며 파헤친다.

찬란함과 참혹함, 그 불편한 공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도, 스페인의 코르테스가 멕시코 아즈텍문명을 멸망시킨 것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미국 캘리포니아로 목숨 걸고 부나비처럼 몰려든 것도 모두 금때문이었다. 저자들은 황금 양털 신화가 고대 흑해 연안의 실제 채굴 방식을 담은 기록임을 밝혀내고, 스페인 정복자들이 집착한 엘도라도가 황금 도시가 아니라 콜롬비아 원시사회 무이스카 부족의 종교의식이었음을 증명해낸다. 이 책은 전설이 탐욕 앞에 어떻게 왜곡됐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지 파헤친다.

모든 이가 아홉 살에 왕위에 올라 열일곱 살에 요절한 이집트 제18왕조 12대 왕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에 경탄의 눈빛을 보내는 동안 그 금을 캐낸 누비아 노예들의 고통은 역사의 무덤 속에 묻혀 있었다. 캘리포니아 골드러시로 미국이 초강대국의 기틀을 다지던 시기, 12만 명이던 아메리카 원주민은 20여 년 만에 3만 명으로 급감했다. 역사학자들이 “미국 개척사의 가장 명백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사례”라고 규정한 이 비극은 “당신이 아는 역사는 얼마나 완전한가?”라고 되묻는다. 화려한 역사의 이면을 파헤치게 하는 힘은 이 책이 지닌 미덕이다.

연금술사 꿈이 현대 화학이 되기까지

중세 연금술사들은 평범한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 그들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그 과정에 쌓인 증류·추출·여과 기술이 현대 화학의 토대가 되었다. 연금술사들의 꿈을 좇는 과정 자체가 세상을 바꾼 셈이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2호에는 금으로 코팅된 특수 레코드판이 실렸고, 현존 최고의 우주망원경으로 불리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18개 거울에도 금이 코팅돼 135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을 포착해낸다. 우주에서 온 금이 다시 우주를 들여다보는 눈으로 승화한 역설적 아름다움이다.

오늘날 페루의 아마존에서는 금 채굴로 4만 헥타르(㏊)의 숲이 잿더미가 되었고, 콩고에서는 분쟁 금광을 둘러싸고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가 날마다 손에 쥐는 스마트폰 한 대에는 약 0.034g의 금이 들어간다. 이 미량의 금을 얻고자 아프리카의 어딘가에서 아이들이 위험천만한 갱도로 내몰린다.

금을 향한 욕망의 기관차

별의 죽음에서 태어난 금속 한 조각이 인류의 욕망과 문명의 흥망성쇠, 과학의 진보와 전쟁의 참혹함을 아우른다. 금은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라 인류사의 압축이다. 역사서에서 혜안을 얻고자 하는 경영인에게 이 책은 이렇게 말을 건넨다. 금의 역사를 읽는 일이 현재를 이해하는 일이며, 현재를 통찰하는 자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금을 둘러싼 욕망과 분쟁이 여전히 세계사의 물줄기를 움직이는 지금, ‘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는 인류의 본성과 역사의 동인(動因)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 맥락에서 이 책은 길을 세세히 알려주는 지도라기보다는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인 셈이다. 나침반,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재두 편집자 saram_nam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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