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인삼·한수위쌀의 연금술… 재료에 진심 ‘파주 운정양조장’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8)]

신현정 2026. 7. 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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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 운영했던 채미나 대표·송인식 이사
술지게미 얻으려 시작했다 막걸리 매력 빠져
식당 손님들 요청에 양조장 개업 결심
주민과 함께 만든 술… ‘운정’ 지역명 자부심


한 지역에서 유명한 생산물을 두고 ‘특산물(特産物)’이라고 부릅니다. 부산의 기장 미역, 논산의 딸기, 광주의 무등산 수박처럼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특산물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면, 경기도는 어떨까요. 서울, 인천과 함께 수도권으로 묶인 경기도는 도심 이미지가 강해 대표적인 특산물이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에는 판교처럼 에너지 넘치는 도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어촌이 모두 있습니다. 당연히 31개 시·군마다 그 지역 특성에 맞는 특산물이 있는데요. 쌀, 포도, 율무 등 지역 특색에 따라 종류도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그 ‘변신’이 눈길을 끕니다. 단순 1차 생산물에 그치지 않고 특산물을 활용해 특산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는 우리가 몰랐던 경기도 지역의 특산물을 알리고, 이를 새롭게 개발·판매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파주 운정 양조장의 대표제품으로 (왼쪽부터) 운정 막걸리, 파주개성인삼막걸리, 구름을탄산. /김도윤PD lkjkdy02@kyeongin.com

뜨거운 햇볕 아래 푸르던 논밭이 황금빛으로 뒤덮이는 가을이 오면, 한반도 군사분계선 남쪽에 위치한 임진각에서는 축제가 열립니다. 고려 인삼의 명맥을 잇는 파주시 대표 특산물인 파주개성인삼축제인데요. 6년근 개성인삼은 파주시 대표 특산물 중 하나로 쌀, 장단콩과 함께 ‘장단삼백(長端三白)’이라 불립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장단삼백은 장단지역에서 생산된 쌀, 콩, 인삼을 일컫는 말로, 임금님께 진상될 정도로 맛과 품질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특히 접경지와 가까운 파주시는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땅이 비옥하고 청정환경을 보전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파주 운정신도시에는 이처럼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지역 특산물인 쌀과 개성 인삼을 가지고 전통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이 있습니다. 10년 전 식당에 온 손님들하고만 나눠먹던 막걸리를 운정 지역 대표 막걸리로 성장시킨 곳인데요. 오늘 소개할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 우리술 특집 마지막편은 파주 운정양조장의 채미나 대표와 송인식 최고기술책임자(이사)의 이야기입니다.

고기 잡내 잡기 위해 빚은 전통주, 운정막걸리

파주 운정양조장 채미나 대표. /김도윤PD lkjkdy02@kyeongin.com

운정양조장은 운정신도시의 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에 자리 잡은 지 약 10년, 처음에는 지역 양조장이 아닌 한식을 전문으로 한 식당이었습니다. 주메뉴는 고기구이였는데, 당시 어머니와 함께 음식점을 운영했던 송인식 이사는 어떻게 하면 고기 잡내를 잡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때 ‘술지게미(탁주를 빚으면 나오는 찌꺼기)’를 이용하면 잡내도 잡고, 고기도 부드러워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하지만 동네마다 양조장이 있고 집에서도 술을 빚어 먹던 옛날과 달리, 당시에는 술 지게미를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았고 결국 직접 술을 빚어 술 지게미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술 지게미를 얻기 위해 처음부터 하나씩 전통주를 배우기 시작한 송인식 이사는 점점 전통주의 매력에 빠졌고, 지금 운정양조장의 대표 제품인 ‘운정막걸리’를 만들었습니다. 고기 잡내를 잡는 술 지게미를 얻기 위해 시작한 술 빚기가, 지역 양조장 그리고 운정지역 대표 막걸리를 만들게 된 것이죠.

“그때 음식점 메뉴에 고기구이들이 많았는데 술 지게미를 이용하면 연육도 잘되고, 잡내도 잡힌다고 해서 양조장을 알아봤는데 구하기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직접 술을 빚어보면 어떨까 했죠. 직접 빚다가 나중에는 음식점에서 같이 팔고 싶어서 관련 면허, 인허가 등을 받고 혼자 연구개발하기 시작했어요”

파주 운정양조장 (왼쪽부터) 채미나 대표, 송인식 최고기술책임자(이사). /김도윤PD lkjkdy02@kyeongin.com


알코올 도수 9도인 운정막걸리는 오로지 파주 쌀, 누룩, 물로만 만듭니다. 한 달가량 저온 숙성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매력으로 꼽히는데요. 특히 장단삼백으로 꼽히는 한수위 파주쌀, 그중에서도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참드림 품종을 사용하며 다른 막걸리에 비해 쌀 함량도 많게는 10배가량 높아 쌀 자체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채미나 대표와 송인식 이사는 운정막걸리를 두고 누구나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막걸리라고 했는데, 처음부터 운정막걸리가 이러한 맛을 보였던 건 아니었습니다. 10년 전 식당을 운영할 때부터 운정막걸리를 마시며 냉정한 평가를 내려준 손님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성장했습니다. 송인식 이사는 손님들과 함께 만든 술인만큼, 막걸리 이름에 지역명인 ‘운정’을 쓰는 것에 있어 더 자부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운정막걸리는 사실상 운정 지역주민과 함께 만든 술이기 때문이죠.

파주 운정양조장. /김도윤PD lkjkdy02@kyeongin.com


“처음에는 (손님들한테) 막걸리 같지 않고 독하다, 너무 단맛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때마다 당도, 산도, 향 등 여러 밸런스를 조절하고 맞춰갔어요. 그렇게 하다보니 점차 안정적인 제품이 나왔고 특정 소비자만이 아니라 우리 술 대중화에 맞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10년 전부터 오시던 단골들이 지금도 오시는데, (그분들은) 저희보다 저희 술을 더 잘 아세요”

음식점 문을 닫으면서 술을 빚는 송인식 이사 옆에, 아내인 채미나 대표가 본업을 그만두고 함께하기 시작했고 운정막걸리를 식당 밖에서도 먹고 싶다는 손님들의 요청에 두 사람은 운정양조장의 문을 열었습니다. 채미나 대표 역시, 운정막걸리의 성장을 지역 주민과 함께한 만큼 파주 운정양조장은 단순히 술을 빚는 공간이 아닌 지역과 사람을 잇는, 도시와 농업을 잇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공간이라 강조했습니다.

원재료 품질, 곧 술의 품질…파주하면 ‘운정양조장’

파주 운정양조장 내부모습. /김도윤PD lkjkdy02@kyeongin.com

운정양조장의 대표 제품은 운정막걸리, 파주 개성인삼막걸리, 구름을탄산 이렇게 3가지입니다.운정막걸리가 파주 쌀만 활용해 10년의 세월을 담은 전통주라면, 파주 개성인삼막걸리는 파주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전통주인데요. 막걸리에 인삼이 들어갔다고 하면 보통 쓴맛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파주 개성인삼막걸리는 연구개발을 통해 쓴맛을 낮추고 6년근 개성 인삼을 원물 그대로 넣어 인삼의 풍미를 높였습니다. 그 덕분에 쓴맛보다는 단맛이 강하고, 끝에는 인삼향이 올라오는 게 특징입니다.

특히 운정막걸리와 파주 개성인삼막걸리, 구름을탄산까지 운정양조장에서 나오는 막걸리는 모두 한수위쌀의 참드림 품종을 사용하는데요. 여기에 파주 개성인삼막걸리는 파주시에서 나고 자라는 6년근 개성인삼, 구름을탄산은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천연탄산을 넣었습니다.

“운정막걸리는 쌀 본연의 맛도 있지만, 발효과정을 통해 바나나와 멜론 등과 같은 향이 나고 감미료가 없어서 속이 편해요. 개성인삼막걸리는 처음에는 나하고는 안 맞지 않을까 하시는데 오히려 저희가 개발한 기술로 쓴맛을 낮추고 풍미를 높여서 달고 부드럽다, 나 인삼 좋아했네, 술이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한 맛이라고 (손님들이) 많이 얘기합니다”

역사·문화 담은 ‘개성인삼막걸리’ 원물 풍미
“원재료가 품질”… 농가와 상생 직접 수매
헤이리마을과 협업, 부산물로 ‘비누’ 제작도
“전통주는 자화상… 빚는 사람 가치관 반영”

파주 운정양조장 내부모습. /김도윤PD lkjkdy02@kyeongin.com

채미나 대표는 ‘원재료의 품질이 곧, 술의 품질’이라며 생산 이력이 확실한, 품질이 보장된 파주시 농가와 협업해 직접 원재료를 수매합니다. 파주시 특산물을 더 알리고 활용하기 위해 전통주 사업을 시작한 만큼, 그 과정에서 농가와의 상생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운정양조장의 꿈 역시 파주하면 떠오르는 술, 양조장이 목표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해외 진출을 통해 우리 술을 해외에 알리고, 전통주뿐만 아니라 쌀로 할 수 있는 여러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개발을 꿈꾸고 있습니다. 파주 헤이리마을의 한 공방과 협업해 판매를 시작한 ‘막걸리 비누’가그 시작이었습니다.
파주 운정양조장은 파주 운정신도시가 있는 목동동에 위치해 있다. 사진은 막걸리를 만들면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만든 막걸리 비누 모습.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좋은 쌀을 수급해서 좋은 술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술을 빚고 나오는 부산물도 아깝더구요. 그래서 이렇게 나온 부산물로 뭘 하면 좋을까 하다가 쌀 발효 여과물이 피부에 좋다고 해서 비누공방과 연계해 막걸리 비누를 만들게 됐어요. 나중에는 비누뿐만 아니라 쌀이나 쌀을 발효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끝으로 채미나 대표는 운정양조장에서 나오는 전통주를 두고 ‘자화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운정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술 자체는 나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해요. 술에는 술을 빚는 사람의 가치관, 정성이 나타나고 술을 마시면 나의 본모습을 찾기도 하니까요”

파주 운정양조장 내부모습. 운정양조장에서 만든 운정막걸리는 3년 연속 대한민국 주류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김도윤PD lkjkdy02@kyeongin.com

운정양조장 추천 제품, 맛있게 먹는 TIP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채미나 대표의 추천 제품은 ‘구름을 탄산’

“자글자글 미세탄산이 주는 청량감,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가볍게 전통주 입문하기 좋아요”

★10년 전 식당에서부터 술을 빚은 송인식 이사의 추천 제품은 ‘운정막걸리’

“식당에서 김치를 먹어보면 식당 수준을 알 수 있듯 운정양조장의 기본인 전통주, 지역주민과 함께 성장해 더 애착”

★채미나 대표의 운정양조장 전통주 페어링 추천

운정막걸리는 어떤 안주와 먹어도, 안주 없이 먹어도 어울리는 제품. 개성인삼막걸리는 인삼향이 있어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음. 구름을탄산은 가벼운 탄산을 품고 있어 핑거푸드 등 맥주 안주와 함께 즐기길 추천.

파주 운정양조장은 파주 운정신도시가 있는 목동동에 위치해 있다. 사진은 파주 운정양조장 외부모습.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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