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최훈길 2026. 7. 5. 08: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문성 교수의 블록체인 Pick]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시장은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가 주도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자산 거래소 안에서 달러와 연동된 결제수단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 경쟁의 무대가 달라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더이상 거래소 내부의 결제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지급결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블랙록, BNY멜론, 구글,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결제·금융·기술 기업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오픈USD(OUSD)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약 140개사가 파트너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 삼성전자, 신한금융그룹, KB국민카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두나무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도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일부 암호자산 기업의 영역을 넘어 글로벌 결제·금융·기술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프로젝트 출범 초기인 만큼 일부 기업들이 참여와 실제 사업화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디지털 결제망의 지각변동 속에서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 흐름의 중심이 원화가 아니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라는 점이다.

(사진=챗GPT)
왜 한국 기업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가는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중심이 달러라는 점이다. 국제 무역, 해외송금, 암호자산 거래, 글로벌 플랫폼 결제에서 달러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기준통화이고, 국제금융질서의 기축통화라는 지위는 디지털 결제 영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OUSD처럼 미국 국채 등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운용 수익을 발행사가 독점하지 않고 네트워크 참여 기업들과 공유하겠다는 새로운 모델이 제시되면서,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에게 달러 기반 결제망의 매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가 아직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은 크지만 발행 주체, 준비자산, 보관 방식, 은행과 비은행의 역할,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 등 핵심 사항이 아직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반면 글로벌 디지털 결제망은 이미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이 미카(MiCA)를 통해 암호자산 규율체계를 마련하고, 주요국들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달러 중심의 초기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 대응에 가깝다. 결제 인프라는 한 번 표준이 만들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참여한다는 것은 미래 결제망의 표준 형성 과정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행보는 이 흐름을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관심은 코인 발행 자체보다 삼성월렛을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월렛은 카드 결제, 멤버십, 디지털 키, 모바일 신분증 등을 통합한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송금 기능이 더해지면 삼성월렛은 글로벌 디지털 금융을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게 스테이블코인은 갤럭시 생태계에 결합될 차세대 결제 인프라에 가깝다.

AI 에이전트 시대가 열리면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사람의 지시를 받은 AI가 서비스를 찾고, 조건을 비교하고, 계약과 결제까지 처리하는 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계 간 결제, 즉 M2M(Machine to Machine) 결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결제수단은 빠르고, 국경을 넘을 수 있으며,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런 조건에 부합한다.

금융회사들의 참여도 같은 맥락이다. 신한금융그룹이나 KB국민카드는 기존 지급결제망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보기에는 지금과 같은 카드 결제처럼 보이지만, 실제 정산은 뒤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되는 구조가 등장할 수 있다. 글로벌 카드사들이 이미 일부 정산 과정에 스테이블코인과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초기부터 이 흐름에 참여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두나무의 이해관계도 뚜렷하다. 암호자산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유동성의 핵심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거래 기준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소를 넘어 결제, 송금, 지갑, 디파이, 실물자산(RWA) 토큰화로 확장된다면 거래소의 역할도 달라진다. 두나무로서는 이러한 흐름을 외면하기 어렵다.

물론 우려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참여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그러나 이를 원화 포기로 볼 필요는 없다. 현재의 전략은 달러 기반 네트워크에 먼저 참여해 경험과 협력관계를 축적하고, 이를 향후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망 구축의 밑거름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달러 기반 네트워크에서 지갑,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준비자산 관리, 결제 프로그램 연결 통로(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이용자 보호 체계 같은 역량을 먼저 쌓는 것은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예금토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연결될 때도 활용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망을 뒷받침할 국내 제도 마련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참여는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달러 기반 디지털 결제망이 커질수록 원화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 국내 소비, 송금, 플랫폼 결제 일부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고 외환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른바 디지털 달러화(Digital Dollarization) 현상이다.

정부는 무조건 막기만 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시장을 방치할 수도 없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달러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은 열어 두되, 원화 기반 디지털 지급수단에 대한 제도 설계도 서둘러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자산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급결제, 금융산업, 통화주권, 플랫폼 경쟁, AI 경제의 문제다. 과거 인터넷이 정보 유통의 방식을 바꿨다면,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이전의 방식을 바꿀 수 있다. 과거에는 정보 플랫폼의 장악력이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가치 이전 플랫폼의 장악력이 디지털 금융 시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참여는 원화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행위가 아니다. 글로벌 표준을 만드는 과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현실적 대응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달러 결제망 경쟁에서도 빠져 있다면, 우리는 미래 금융 인프라의 설계자가 아니라 단순한 이용자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의 글로벌 참여와 정부의 제도 설계가 함께 가는 것이다. 기업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기술과 네트워크, 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정부는 원화 기반 디지털 지급수단의 원칙과 규제적 한계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질서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한국 금융회사들의 참여는 단순한 암호자산 사업 진출이 아니다. 글로벌 지급결제 질서가 바뀌는 대전환의 순간에 한국 기업들이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세계는 한국의 제도 정비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의 참여는 원화의 포기가 아니라, 미래 디지털 금융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아야 한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전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현 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한국회계학회·삼일회계법인 저명교수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