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 더 줘라”…한국은 노조, 일본은 주주가 요구했다
‘호황 과실, 사회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韓이 먼저 논의 시작
(시사저널=노미진 일본 통신원)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홀딩스(KIOXIA Holdings)의 직원 약 600명이 1인당 10억 엔(약 95억원)이 넘는 주식 평가이익을 보유하게 됐다. 2018년 회사 인수 당시 받은 스톡옵션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낸드(NAND) 수요 확대로 주가가 공모가(1455엔)의 수십 배까지 오르면서 거액의 자산으로 바뀐 결과다. 키옥시아 시가총액은 6월12일 종가 기준 약 44조 엔으로, 토요타자동차를 처음으로 제치고 일본 상장사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억대 성과급이 사회적 쟁점이 된 것과 겹쳐 보이는 장면이다. 2018년 도시바 메모리 인수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국 성과급 논란의 한 축을 이루는 기업이 일본의 이번 사례와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키옥시아 직원 600명, 100억원대 자산가 됐다
그러나 두 나라가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다루는 방식은 정반대다. 그 차이에 한국이 들여다볼 지점이 있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은 키옥시아 직원들이 받은 것은 성과급(현금 보너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스톡옵션, 곧 자본이득이다. 베인 캐피털이 주도한 컨소시엄은 2018년 도시바 메모리 사업을 인수하면서 최고경영진뿐 아니라 부장·과장급 일반 직원 약 600명에게까지 약 700만 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보통 사모펀드 인수 시 스톡옵션은 경영진에게만 제공된다. 6월28일 니혼게이자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본사는 일반 직원에게까지 스톡옵션을 주는 것에 이견을 보였으나, 베인의 일본 투자팀이 "실무 전반을 책임지는 부장·과장의 역할이 핵심"이라며 이를 관철했다고 한다.
6월22일 연중 최고가(11만2700엔) 기준으로 키옥시아의 700만 주 가치는 약 7900억 엔, 1인당 평균 10억 엔을 넘는다. 다만 이 부(富)는 어디까지나 현 주가 기준의 미실현·세전 평가이익이다. 한 종목에 자산이 쏠린 집중 위험이 크고, AI 관련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평가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지난 6월 하순 일본 증시는 하루 3000엔대 급락을 겪을 만큼 변동성이 컸다. 무엇보다 키옥시아의 스톡옵션은 2018년 사업 인수의 결과로 일어난 일회성 사건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은 따로 있다. 6월25일 키옥시아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실적이 크게 개선됐는데도 임직원 보상은 도시바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거론됐다. 핵심은 이 문제 제기의 주체가 노동조합이나 직원이 아니라 주주였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 6월29일 보도에 따르면, 한 60대 주주는 "직원에게 제대로 분배하지 않으면 다른 회사로 떠난다"고 했고, 30대 주주는 "최소한 글로벌 경쟁사와 같은 수준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수준을 비교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키옥시아 2027년 3월기 영업이익의 시장 컨센서스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팩트셋 기준 약 7조4000억 엔에 이르고, 한국처럼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다면 1인당 약 5000만 엔(약 4억8000만원)이 가능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여기서 한국과 일본 간에 역전이 드러난다. 한국에서 주주는 거액 성과급이 배당을 잠식한다며 억제를 요구하는 쪽이 많다. 키옥시아의 경우, 주주가 거꾸로 "더 줘라. 그렇지 않으면 인재가 떠난다"며 확대를 요구했다. 한국이 직원이 요구하고 회사가 버티는 갈등이라면, 키옥시아의 경우는 주주가 요구하고 회사(연공·균형임금 문화)가 버티는 구도에 가깝다.
일본의 신중함에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키옥시아는 독립 이전 도시바 시절의 보상 체계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어, 대규모 성과급 도입에 대한 사내 합의가 쉽지 않다. 연공 중심의 균형임금이라는 일본 기업 전반의 관행도 급격한 성과급 확대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임금 결정 방식부터가 다르다. 개별 기업 노사가 저마다 교섭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매년 봄 산업별 노동조합이 시기에 맞춰 일제히 임금 협상을 하는 '춘투(春闘)'로 그해 인상률 기준을 잡는다. 대기업 타결 결과가 사실상 상한선이 되어 사회 전체로 퍼지는 구조다. 올해 춘투 인상률은 약 5%로 3년 연속 5%대를 기록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 증가 폭은 4월 기준 1.9%에 그쳤다. 키옥시아나 한국 반도체 기업의 보상 규모와는 자릿수가 다르다.
'많이 주는 것' 넘어 '기준의 투명성'이 핵심
반면 한국과 대만은 이미 성과 연동 보상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노사 합의로 초과이익분배금(PS)의 기본급 1000%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약 10%를 재원으로 삼았다. TSMC도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AI 호황은 장비 투자 사이클이 아니라 인재 확보 경쟁"이라는 업계 인식처럼, 보상에서 뒤처지면 핵심 인재 확보에 불리해진다는 우려가 일본에서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키옥시아에서의 보상 문제가 일본 기업 보상 체계의 구조적 변화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 나라 모두 반도체 호황에 따라 반도체 종사자와 일반 근로자, 또 같은 기업 안에서도 부서 간 보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다만 그 과실을 처리하는 방식은 다르고, 거기에 한국이 참고할 내용이 존재한다.
첫째, 키옥시아의 '자본 공유(스톡옵션)' 모델은 매년 반복되는 현금 보너스 협상 대신 자본이득으로 직원과 회사의 이해를 한 방향으로 묶는다. 그러나 자산이 단일 종목에 쏠리는 집중 위험, 권리가 모두 확정된 뒤에는 붙잡을 유인이 사라진다는 점, 애초에 일회성이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둘째, 역설적으로 일본의 이번 주총 장면은 한국식 노사 모델을 다시 보게 한다. 일본 주주들이 성과 배분 확대를 요구하는 지금,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명문화한 합의는 인재 확보 경쟁이 격화하는 국면에서 하나의 선제적 제도화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이익 급감 국면에선 이 고정비율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제도가 '많이 주는 것'을 넘어 '납득되게 설명하는 것', 곧 산정 기준의 투명성으로 나아가야 노사가 주도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호황의 과실을 사회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분배 논의는 한국에서 이미 표면화한 만큼 아직 이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은 일본에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누가 얼마를 버느냐'를 넘어, '그 과실을 어떻게, 누구와 나누느냐'라는 제도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한일은 지금 같은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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