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악몽 재현될라…지각장마·폭염 예보에 딸기 육묘 ‘비상’
지각장마·폭염 예보에 한숨만
여름철 이상기상 수년째 반복
침수피해·병해충 방제비 급증
“정부, 대응시설 지원 확대해야”

“딸기농사의 성패는 육묘가 80∼90% 좌우합니다. 그런데 몇년간 여름이 너무 덥고 비가 많이 내려 예전처럼 좋은 모종을 키우기가 어렵습니다.”
‘지각 장마’로 굵은 비가 내린 1일 오전 11시, 충남 논산시 노성면의 한 딸기 육묘장. 푸른 잎을 펼친 딸기 모종이 육묘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겉으로는 싱싱해 보였지만 생육 상태를 살피는 박형규 논산 킹스베리 연합회장(73)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전체 4958㎡(1500평) 규모의 육묘장 6동에서 딸기 모종을 연간 27만포기 생산하는 그는 “요즘은 기상예보를 하루에도 열번, 스무번씩 찾아본다”고 초조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폭염·호우 등 여름철 이상기상이 수년째 반복되면서 딸기 육묘가 전국적으로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8월엔 극한호우가 쏟아지면서 충남·경남·전남광주 등 내로라하는 딸기 주산지에서 아주심기(정식)를 앞둔 모종 상당수가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2021년엔 8월 ‘가을장마’에다 10월 이상고온이 겹치면서 모종은 물론 아주심기한 딸기까지 전국적으로 10∼43% 말라 죽었다.
박 회장은 “기상이변으로 딸기 모종 관리가 갈수록 어렵다보니 논산만 해도 육묘 전문 농가수가 10년 전과 견줘 반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고온기 병해충 방제 부담이 급증하면서 육묘는 접고 딸기 재배만 전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아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췄던 우리 지역의 한 육묘 전문 영농조합도 병해와 모종 공급에 따른 민원 부담 등을 견디지 못해 올 3월 일반 딸기생산조직으로 전환했다”고 귀띔했다.
병해충 방제 부담이 얼마나 커졌기에 육묘 포기 사례가 속출하는 걸까. 박 회장은 “7∼8년 전만 해도 1주일에 한번만 예방적으로 방제해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3일마다 약제를 살포해도 병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내성을 피하고자 두가지 이상 약제를 혼용할 때가 많고 약제값마저 뛰면서 방제비가 7∼8년 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엔 논산지역 전체적으로 딸기 모종 생산량을 예년보다 15∼20% 늘렸는데도 막상 9월 아주심기할 때가 되니 병든 모종이 많아 건전 모종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면서 “올해는 장마가 늦은 데다 7∼8월 무더위가 심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3년 전 고온에 대응하기 위해 육묘장에 천창자동개폐시설·차광시설·환기시설을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내년에는 냉난방기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상기상 대응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정상적인 딸기 육묘가 거의 불가능해진 만큼 정부가 육묘장 현대화와 냉난방시설 확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은 고온다습한 7월이 딸기 육묘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현장 기술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수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기초기반과 연구사는 “비가 오기 전 미리 방제하고 병든 모종은 즉시 없애는 한편 점적관수를 통해 배지가 지나치게 습하거나 마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종 이파리에 물방울이 오래 남지 않도록 하고, 작업 가위와 런너(포복경·기는줄기) 고정핀 등은 수시로 소독해달라”고 당부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