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도 형사처벌 마땅한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청소년들 생각은?

권영은 2026. 7. 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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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하향' 중고생 5명에 직접 물어 보니>
정부, '중대 범죄' 한해 만 14세→13세 추진 중
"피해자 고통 심각 땐 가해자 나이 무관 처벌을"
"강력한 교화 필요" "초등 고학년도 선악 구분"
"참정권·형사 책임 나이 다른 건 모순" 반박도
"교도소에 집어넣으면 OK? 국가의 책임 회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6화에 등장하는 비행 청소년들이 훔친 차량을 몰며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극중 만 14세 미만인 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 신분임을 악용한다. 넷플릭스 제공
"촉법이라는 게 이거저거 다 경험해 보고 똥인지 된장인지 가려 보라고 나라에서 주는 배움의 기회, 이런 거 아닌가요? 딱 촉법 때까지만 하고 안 할게요. 약속해요. 잡아가서 교도소에 쳐 넣으세요. 하실 수 있으면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6화에서 온갖 비행을 일삼는 중학생 '민지웅'은 자신이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임을 내세우며 이렇게 이죽댄다. 그런데 정말로 촉법소년이라면 마약을 팔고, 차를 훔친다 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형법상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는 범죄를 저질러도 징역형이나 벌금형 등의 방식으로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소년법에 따라 최대 2년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형사 처벌은 아니지만, '법적 제재'까지 피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촉법소년'이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민지웅의 모습은 단지 드라마 속 허구가 아니다. 실제 현실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2020년 훔친 렌터카로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만든 중학생들이 "우리는 촉법이라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주장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참교육' 열풍은 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불러 왔고,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춰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다시 힘을 얻게 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2월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최소 한 살은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인 것 같다"며 공론화를 거쳐 두 달 안에 결론을 내려 달라고 주문했다. 성평등가족부가 꾸린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는 2개월간 숙의를 거쳐 '현행 기준 유지' 권고안을 지난 4월 말 의결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 법감정을 고려해 '중대한 범죄'라는 조건을 달아 촉법소년 연령을 제한적으로 낮추는 절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성범죄 등 강력 범죄에 한해서만 촉법소년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내리는 '조건부 하향'이다. 하지만 전문가 단체들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의 권고에도 어긋난다. 이 때문인지 정부는 당초 지난달 30일로 예고했던 국무회의 상정을 별다른 설명도 없이 미뤘다.

원민경(왼쪽 앞줄 두 번째)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4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협의체 4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유의할 대목은 '한 살'을 둘러싼 논의조차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작 법과 제도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고등학생 5명에게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생각을 직접 물어 봤다. 학생들은 단순한 찬반 의견을 넘어 △피해자 보호와 형사 책임의 기준 △처벌의 목적 △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등 여러 층위와 관련해 다양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촉법소년은 면죄부?… "가해자보다 피해자 우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찬성 여론의 배경에는 현행 소년사법 체계의 역기능에 대한 공감대가 깔려 있다. '가해자에겐 사실상 면죄부로 작용하는 반면, 피해자 보호는 미흡하다'는 인식이다. 청소년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선정중 1학년 오윤지(13)양은 "피해자가 원래 삶으로 복귀하기 어려울 경우, (가해자인 촉법소년도) 그에 대한 책임을 응당 져야 한다"며 "(학교에서) 교칙을 어기면 벌점을 받고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듯, 가해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죗값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자 연령보다 피해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고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이와 같은 문제 제기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소년법의 목적은 소년을 형사 처벌에서 면제해 주려는 게 아니라 '소년의 건전한 성장 도모'에 있는데도, 피해자 관점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이 다수의 피해자에게 '가해자만 보호받는다'는 인상을 준다면,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여부와는 별개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소년재판의 경우 담당 법관 성향에 따라 기록의 열람·등사 범위가 제각각이고 처분 결과도 공개되지 않는데, 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유가영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서부지부 피해자국선전담 변호사는 지난 4월 청소년정책포럼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관한 제도적 보완 방안'에서 "소년재판의 비공개주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가해자가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조차 피해자가 알 수 없어 피해자를 사건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짚었다. 이어 "적어도 피해자의 진술 참여권, 기록 일부에 대한 열람·등사권, 처분 결과에 대한 알권리 등을 보장함으로써 피해자의 온전한 참여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의 한 장면. 드라마 속 설정과는 달리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라도 범죄를 저지를 경우 보호관찰, 사회봉사, 최대 2년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 제공

국제사회는 '형사 책임, 14세부터' 권고

핵심은 '만 13세'를 △자신의 행동이 범죄임을 알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춘 나이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국제사회는 형사 책임 최저 연령 기준으로 '만 14세 이상'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아동 발달 및 신경과학 분야 등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해 정한 하한선이다. 한국에서 '촉법소년 연령 조건부 하향'이 현실화하면, 국제사회 기준과는 어긋나는 꼴이 된다.

청소년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서울디자인고 3학년 김미루(18)군은 "13세면 충분히 살인이나 성범죄에 대해선 (옳다 그르다) 자각할 수 있는 나이"라며 "특히 그런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강력한 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체적 발육 수준이 향상됐을 뿐 아니라, 알 건 다 아는 나이인 만큼 형사 책임도 질 수 있다는 취지다. 서울에 거주하는 중학교 2학년 양모(14)양도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선과 악의 기준이 명확해진다"며 "오히려 어리다는 이유로 넘어가는 게 되레 교육상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책임만 강조하고 권리는 뒤로 미루면서 나이에 다른 기준을 들이댄다'는 반박도 나온다. 한성여중 3학년 장효주(15)양은 "청소년의 참정권을 위해 투표 연령을 낮추자고 하면 '너네가 뭘 알아?'라며 반대하고선, 촉법소년 문제에는 '13세도 충분히 성숙했으니 형사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소년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과 청소년 혐오를 과도하게 키우는 언론 보도도 동시에 비판했다. 장양은 "요즘 10대 청소년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지 자극적으로 다루는 기사가 많고, 그런 내용의 영상이 릴스나 숏폼의 알고리즘을 타고 계속 확산한다"며 "그러나 이는 극소수일 뿐이고, 대다수 청소년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린다'는 말만 들어도 무서워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촉법소년 악용 사례를 표현한 이미지. 법원행정처는 "소년법상 13세 이하 소년에게 부과되는 보호 처분이 형사 처벌에 비해 결코 경미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 범죄는 사회·국가의 책임"

한편으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손쉬운 선택일 뿐,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반응도 있었다. 충암고 1학년 문성호(16)군은 "중학생의 범죄 행위에 과연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교도소에 집어넣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는 건 국가의 책임 회피"라고 역설했다. 연령대를 낮춰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건 능사가 아니며, '청소년 범죄 예방'의 시각에서 해법을 모색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지금의 논의는 결국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김동건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3월 청소년정책포럼 '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에서 "최근 촉법소년 사건은 신종 유형의 범행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그 원인은 무인화·자동화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 교육환경 내 제도적 변화에 따른 법적 분쟁의 증가,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의 보급 확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연령의 낮아짐 등으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또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는 '14세 이상 청소년'의 강력 범죄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촉법 사건 증가 현상을 억제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청소년 범죄를 개인의 일탈로 보고 처벌에만 그칠 게 아니라, 가정·학교·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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