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녹취록에 ‘탬퍼링’ 재점화…하이브·민희진 소송도 영향권
하이브·민희진 1심에선 탬퍼링 등 의혹 기각
‘실행 전 모색’ vs ‘이탈 유도’…판단 분수령
주주간 계약 소송에도 파장 주목
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가 뉴진스 전 멤버 다니엘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민 전 대표의 이른바 ‘탬퍼링’(전속계약 이탈 유도) 의혹 관련 증거가 공개됐다. 업계에서는 이 증거가 하이브와 민 전 대표가 진행 중인 주주 간 계약 확인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5일 엔터테인먼트·법조계 등에 따르면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 가족,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3차 변론기일에서 2024년 9월 2일 자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 부모들에게 “라이브 방송을 강행해야 한다. 해지 소송에 대한 증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 전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이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 함께하려고 했으나 탬퍼링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탬퍼링은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나 아티스트에게 다른 구단이나 제3자가 접촉해 이적을 유도하는 행위를 뜻한다.
탬퍼링 의혹은 뉴진스 사태 전반의 법적 판단을 가를 핵심 변수다. 어도어와 뉴진스, 하이브와 민 전 대표 재판이 쟁점은 다르지만, ‘민 전 대표가 계약 기간이 남은 뉴진스를 이탈시키려 했느냐’라는 사실관계를 공통으로 다루고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탬퍼링 사건이 불거지면 구단이나 관계자에게 제재금을 부과하거나 자격 정지 등 징계를 내린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 1심에서는 민 전 대표의 탬퍼링 의혹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민희진은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어도어를 독립 지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어도어 독립 지배 방안을 모색한 사정만으로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판결을 두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탬퍼링을 사실상 용인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탬퍼링을 획책했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거나 실행 전 발각됐다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도 “업계에서 탬퍼링으로 인식될 수 있는 행위가 정당한 경영 행위로 해석되거나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증거로 탬퍼링에 관한 논란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어도어가 이번 소송에서 민 전 대표의 구체적 관여 정황을 제시하면서 판단의 무게중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행 전 모색’에 그쳤는지, 실제 전속계약 이탈을 유도한 행위였는지를 가르는 것은 물론 하이브와 민 전 대표와의 소송에서 사실관계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다만 어도어와 다니엘·민 전 대표 소송과 하이브·민 전 대표의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 1심을 같은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가 맡은 데다, 탬퍼링을 정면으로 다룬 판례도 많지 않아 향후 상급심에서 관련 법리가 구체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탬퍼링 자체보다 개별 계약 위반이나 불법행위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한 사례가 많다”며 “새롭게 제출된 증거가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치고, 같은 증거가 다른 사건에도 제출된다면 유사한 사실관계를 다루는 민사 소송에서도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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