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정직했지만, 멍청했다

토드 G. 부크홀츠 전 백악관 경제정책국장 2026. 7.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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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사진 AP연합·셔터스톡

배경 설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새 수장을 맞았다.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은 2026년 5월 13일(이하 현지시각) 상원에서 찬성 54, 반대 45로 인준됐다. 이는 역대 연준 의장 인준 가운데 가장 표차가 적은 표결이었다. 그는 제롬 파월 전 의장 임기가 끝나는 5월 22일 정식 취임했고, 첫 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6월 16~17일 주재했다. 이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3.5~3.75%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동시에 금리 인하를 시사하던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 문구를 성명에서 빼면서, 시장은 이를 긴축에 무게를 둔 신호로 받아들였다.

워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취임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 물류가 막혀 유가가 급등했고,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2%)를 웃돌면서 금리 인하 여건은 오히려 나빠졌다.

필자는 연준의 거듭된 정책 실패를 ‘부정직’이 아니라 ‘판단 착오’ 문제로 규정한다. 연준의 정책 실패 핵심 원인으로 “1913년에 만들어진 낡은 권역 지도, 후행 지표에 대한 의존, 재정·규제 정책을 향한 무비판적 태도”를 지목한 필자는 “워시가 연준을 더 똑똑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다.

조종사는 계기를 신뢰하라고 배우지만, 똑똑한 조종사는 이따금 창밖도 내다볼 줄 안다. 연준은 너무 오랫동안 계기판만 응시한 채 고도를 1피트 단위까지 읊으면서도 정작 유리창 너머의 산은 보지 못했다. 새 연준 의장 워시는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할지 긴축해야 할지를 두고 시장이 논쟁을 벌이는 바로 이 시점에 조종석에 앉았다. 현명한 결정을 하려면 그는 부지런히 창밖을 내다보아야 할 것이다.

워시는 연준의 과거 성과를 옳게 비판해 왔다. 한 세대의 미국인이 경제 전문가를 냉소하게 된 것도, 그동안 이들이 겪어 온 숱한 실책과 거품을 떠올리면 무리가 아니다.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와 2008년 금융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물가 급등이 대표적이다. 전임 연준 의장 파월과 조 바이든 정부는 햄버거부터 보험료, 집세까지 모든 것에 스위스 은행가에게나 어울릴 가격표가 붙었는데도, 최근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며 미국인을 안심시키는 잘못을 저질렀다. 2020년부터 2026년 사이 맥줏값이 20% 넘게 뛰어, 맥주를 여섯 캔씩 사던 서민이 다섯 캔밖에 못 사는 처지가 됐다.

토드 G. 부크홀츠 - 전 백악관 경제정책국장, 전 타이거 헤지펀드 전무이사, '죽은 경제학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 저자

연준 실책을 부패한 관료나 음모론, 파월의 서류 가방 속 공사 설계도 탓으로 돌리기는 쉽다. 그러나 그렇게 냉소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진실을 밝히는 데 회계 감식반의 서류함 수색 따위는 필요 없다. 연준은 정직했다. 다만 멍청했다. 다행히 연준은 더 똑똑해질 수 있다. 연준의 권역 지도를 보면 문제가 단번에 드러난다. 1913년에 만들어진 이 지도는 19세기 탐험가 루이스와 클라크가 모닥불과 콩 냄비를 옆에 두고 사슴 가죽에 끄적인 것처럼 낡고 엉성하다. 미국만 한 대국을 12개 권역으로만 나눈 데다, 정식 지역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은)이 무려 두 곳이나 미주리주에 몰려 있을 정도다.

남부 캘리포니아주는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자, 엔터테인먼트의 수도이고 생명공학의 엔진이다. 동시에 평범한 소득으로는 첫 집 마련도 버거운 주택 인플레이션의 실험장이다. 그러나 이곳은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맡은 관할의 일부일 뿐이다. 그 관할 지역에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유니콘, 알래스카 어장, 태평양의 섬 괌까지 포함된다. 그런데도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굴과 수제 맥주로 유명한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동료 총재보다 발언권이 세지 않으며,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에서도 격년으로만 투표권을 행사한다.

동부의 구획도 마찬가지다.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 D.C., 리치먼드로 이어지는 모습이 지금은 사라진 펜실베이니아 철도 회사가 한 세기 전에 찍어낸 지도를 보는 듯하다.

인플레이션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의회는 연준의 권역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그러나 지도를 손보는 것만으로는 연준의 지리적 문제가 절반밖에 풀리지 않는다. 중앙은행가는 정치권은 물론, 경제에 불을 지피거나 숨통을 죄는 정부 프로그램도 더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2000년대 초 의회와 ② 패니메이(Fannie Mae)·프레디맥(Freddie Mac) 같은 정부 보증 기관은 주택 보유율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려다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켰다. 2006년에 이르러 신규 주택 담보대출 4건 중 1건가량이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서브프라임), 즉 신용 이력이 부실한 사람에게 더 높은 금리로 내준 대출이었다. 연준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워시도 전임 의장들처럼 의회 증언대의 뜨거운 자리에 앉아 적잖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입장을 한번 뒤집어 보자. 중앙은행가가 정기적으로 의회 지도부와 백악관 당국자를 불러, 그들이 신나게 불에 끼얹는 재정·규제라는 땔감을 추궁하는 것이다. 통화정책은 정치인이 지른 불을 끄는 소화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증언대에서 선서를 하고 이 점을 분명히 말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연준에는 더 날카로운 도구가 필요하다. 나는 대학원생 시절 밀턴 프리드먼과 서신을 주고받은 이래로 줄곧 통화정책을 지켜봐 왔다. 프리드먼은 인공지능(AI)과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수십 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능가하는 수익을 올린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투어가 등장하기 전에 무대를 떠났다. 은행 잔액이나 실업수당 청구 건수처럼 연준이 즐겨 보는 지표 상당수는 후행 지표여서, 더는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 못한다. 원격 근무가 상업용 부동산과 인구 이동 양상을 얼마나 빠르게 재편했는지 보라.

③ 긱 경제(gig economy)는 놀고 있던 자원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강력한 공급 측면의 충격이다. 빈 침실은 에어비앤비가 되고, 차고에 세워 둔 자동차는 우버로 다시 태어나며, 은퇴한 간호사가 거리로 나서서 보톡스 시술을 한다. 이런 경제는 스트라이프, 페이팔, 쇼피파이 같은 기업을 기반으로 돌아가며, 이들 기업은 연준에 미래를 내다볼 단서를 제공한다.

워시가 물려받은 연준은 리모델링이 거의 끝난 본부 건물과 산더미 같은 실시간 데이터 그리고 다소 낯부끄러운 실적을 함께 안고 있다. 다행인 것은 조종사가 그렇듯 기관도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워시는 의회를 압박해 권역 지도를 현대화하고 연준 정책 도구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며, 통화정책이 정치인이 지른 불을 끄는 소화기가 아님을 그들에게 일깨워야 한다. 그가 이를 해낸다면 서민도 다시 여섯 번째 맥주캔을, 어쩌면 집 한 채의 계약금까지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른다.

Tip

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다. 연준 이사 7명과 12개 지역 연은 총재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표결권은 12명에게 주어진다. 이사 7명과 뉴욕 연은 총재는 상시 투표권이 있고, 나머지 11개 지역 연은 총재는 네 자리를 놓고 돌아가며 2~3년에 한 번꼴로 투표에 참여한다. 그 결과 본문의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처럼 관할 경제 규모가 큰데도 매년 표를 행사하지는 못하는 구조가 생긴다. FOMC는 통상 연 8회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정하고 정책 방향을 시장에 알린다. 워시는 이런 운영 방식 자체를 손보려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취임 전부터 회의 횟수를 연 8회에서 4회 수준까지 줄이고, 기자회견과 포워드 가이던스를 축소하며, 연준의 자산(대차대조표) 규모를 더 빠르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② 패니메이(Fannie Mae)·프레디맥(Freddie Mac): 미국 주택금융 시장의 양대 정부보증기관(GSE)이다. 패니메이(연방저당공사)와 프레디맥(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은 은행이 내준 주택 담보대출 채권을 사들이거나 보증한 뒤 이를 증권으로 만들어 되팔아, 시장에 자금이 계속 돌게 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기 전에도 새 대출을 내줄 여력을 확보한다. 두 기관 모두 정부가 직접 소유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정부의 암묵적 보증을 받는 것으로 여겨져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2000년대 초 정부와 의회가 주택 보유율을 끌어올리려 하자, 두 기관은 신용도 낮은 차주에게 내준 부실 대출까지 대거 사들이며 주택 거품을 키웠다. 결국 2008년 금융 위기 때 두 기관은 막대한 손실을 내고 정부 관리 아래로 들어갔다.

③ 긱 경제(gig economy): 정규직 고용 대신 단기·임시 계약(gig)으로 그때그때 노동력을 사고파는 경제 방식을 말한다. 디지털 플랫폼이 일감과 사람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우버·리프트(차량 호출),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도어대시(배달), 쇼피파이(전자상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유휴 자원과 인력을 시장으로 끌어내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어, 물가와 노동시장을 읽는 새로운 지표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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