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다음은 AI…“ESS배터리 연 40% 급성장”
리튬업계도 수요 다변화 모색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가격 급락을 겪었던 글로벌 리튬 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증가에 힘입어 본격적인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과 글로벌 전력망 인프라 투자가 맞물리면서, 대규모 배터리 저장 시스템이 리튬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5일 글로벌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현재 배터리 저장 시스템용 리튬 수요는 연간 40%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라주 다스와니 패스트마켓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글로벌 리튬·배터리·핵심 광물 콘퍼런스’에서 “시장의 과도한 가격 조정기는 끝났다”며 “ESS가 리튬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리튬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면서 “ESS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전기차 수요보다 리튬 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받쳐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글로벌 ESS 대부분은 리튬이온배터리 기반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서버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만큼 전력 공급 안정성과 저장 설비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에 리튬 가격이 하반기부터 수요 증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철강정보업체 ‘마이스틸’(Mysteel)은 최근 “리튬 가격은 초반에 약세를 보이다가 점차 강세로 전환될 것이며, 회복 강도는 성수기 수요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광산 업체 리오틴토의 제롬 페크레스 알루미늄·리튬 부문 총괄은 “향후 2년간 리튬 수요는 전기차와 ESS를 양대 축으로 훨씬 더 균형 있게 분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리튬 생산 업체인 앨버말도 수요 변동성이 큰 전기차와 달리, 배터리 저장 장치 분야에서는 수요가 안정적인 우상향 곡선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에릭 노리스 앨버말 CCO는 “ESS 수요는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며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글로벌 리튬 최고경영자들은 중국 저가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리튬 가공(제련) 부문에 대해 정부가 실질적인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서방의 리튬 및 니켈 공급망 활성화를 위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호주 최대 리튬 생산 업체인 필바 미네랄스의 데일 헨더슨 CEO는 “공급망 안보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지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오드리 로버트슨 미국 에너지부 차관보는 리튬을 비롯한 핵심 광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 혁신을 강조했다. 로버트슨 차관보는 “현재의 리튬 가공 방식은 5년 후의 가공 방식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업계의 공정 혁신을 당부했다.

강민성 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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