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의 개미수다] 알맹이 없는 무상증자, 밸류업 아닌 ‘눈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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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주식 커뮤니티나 종목 토론방에서 '무상증자' 공시가 발표된 기업을 검색하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미들의 반응이다.
코스닥 시장의 우주항공 기업인 이노스페이스는 대규모 유상증자 직후 무상증자를 연이어 단행했다.
무상증자는 발행 주식 수와 주가를 비례적으로 조정하는 자본 정책일 뿐, 그 자체로 기업의 경쟁력이나 실적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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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공짜 주식 개이득", "호재 떴다, 무조건 상한가 직행이다."
주식 커뮤니티나 종목 토론방에서 '무상증자' 공시가 발표된 기업을 검색하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미들의 반응이다. 내 계좌에 아무런 대가 없이 새로운 주식이 들어온다니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돈 한 푼 안 쓰고 주식 수가 늘어난다는데 싫어할 개미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자산 가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무상증자의 실체는 간단하다. 1만원짜리 주식 1주를 가진 주주에게 주식 1주를 더 주는 대신, 주가는 권리락을 거쳐 5000원으로 조정된다. 결국 내 계좌에 찍히는 총자산은 그대로다. 내 지분율도, 회사의 시가총액도 변하지 않는다. 달라지는 것은 유통 주식 수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 드는 기업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5일 기준 최근 두 달간 공시를 살펴보면 이목을 끈 사례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먼저 코스피 상장사인 가온전선은 지난달 16일 1주당 0.8주를 배정하는 대규모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배정기준일이었던 지난 1일을 전후해 주가 유동성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오는 23일 신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우주항공 기업인 이노스페이스는 대규모 유상증자 직후 무상증자를 연이어 단행했다. 이노스페이스는 80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이 완료된 직후인 지난달 12일 1주당 0.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배정기준일은 같은 달 19일이었으며 오는 9일 신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노스페이스 사례는 무상증자가 시장에서 어떻게 '미끼 상품'처럼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한 직후 무상증자를 연계해 공시하는 방식은 자금 조달에 따른 주가 하락 압력을 완화하려는 기업의 전형적인 주가 관리 전략이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자금 조달에 따른 부담보다 '공짜 주식'이라는 인상을 더 강하게 남길 수 있다.
기업들이 이토록 무상증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권리락 당일 나타나는 주가 흐름 때문이다. 권리락이 발생하면 주가는 절반 수준으로 조정되면서 가격이 크게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 평소 거래량이 적었던 종목에도 '싸졌다'고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 고, 이 과정에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일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는 실적이나 성장성과 무관한 수급 변화에 따른 현상에 가깝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렇게 단기적으로 상승했던 주가는 늘어난 신주가 실제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하면 하락 압력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고점에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만 손실을 떠안게 된다.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무상증자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진정한 '밸류업'이라기보다 단기적인 주가 관리 수단에 가깝다. 진정한 주주환원은 종이 주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적 개선과 자사주 소각 등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 역시 단순히 주식 수가 늘어난다는 사실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권리락 이후 수급 변화와 주가 변동성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상증자는 발행 주식 수와 주가를 비례적으로 조정하는 자본 정책일 뿐, 그 자체로 기업의 경쟁력이나 실적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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