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본연의 맛 살린 ‘절제의 味학'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伊 유학·치열한 주방서 얻은 경험 토대로
‘좋은 재료로 정직한 맛’… 요리 철학 추구
발효·숙성·스톡·수비드 장시간 조리 선호
생면에 노른자 비율 높인 ‘보타르가 파스타’
야성적 풍미 살린 ‘숯불 양갈비’ 간판 메뉴
한 입 맛보면 요리사의 진심 느낄 수 있어
이 셰프가 처음부터 요리사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그는 먹는 것을 좋아했고,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즐겼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순위는 그의 삶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엘 불리, 프렌치 런드리, 팻 덕 등 낯선 이름의 레스토랑들을 찾아보며 그는 요리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노클은 그가 걸어온 시간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낸 공간이다.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 파인다이닝도,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캐주얼 다이닝도 아니고 좋은 음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건면과 생면을 모두 사용하고 코스와 단품을 함께 운영하는 이유 역시 손님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경험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의 음식 철학은 명확하다. 재료를 이기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발효와 숙성, 스톡과 수비드처럼 시간을 들이는 조리법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리는 재료를 설득하는 일이 아니라 대화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재료가 원하는 방향을 읽고 그것을 가장 좋은 모습으로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이 셰프가 생각하는 요리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오일 파스타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치밀한 계산과 오랜 연구가 숨어 있다. 클램 스톡의 시원한 감칠맛, 치킨 베이스 스톡이 주는 깊이감, 그리고 생선 육수인 푸메가 더하는 섬세한 풍미를 조화롭게 결합해 소스의 뼈대를 만든다. 여기에 올리브오일과 갈릭 오일, 버터를 각각의 역할에 맞게 사용해 풍미의 층을 쌓아 올린다. 파스타 면 역시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인 생면보다 노른자 비율을 높여 더욱 풍부한 고소함과 탄력 있는 식감을 구현했다.

사용하는 부위는 프렌치랙이다. 약 10일간 웻에이징 과정을 거쳐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고 풍미를 더욱 깊게 끌어올린다. 이후 숯불 위에서 정성스럽게 구워내는데, 숯이 더하는 은은한 훈연 향은 양고기의 야성적인 매력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곁들여지는 구성 또한 인상적이다. 큐민을 더한 당근퓌레는 은은한 향신료의 풍미로 양고기의 깊은 맛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화이트 발사믹으로 절인 얼갈이배추는 산뜻한 산미를 더해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준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조합이지만, 한입 맛보는 순간 각각의 요소가 왜 필요한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 셰프는 “양고기의 향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향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주변의 요소들을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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