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미국 독립기념일에 '난민섬' 찾은 이유는

김계연 2026. 7. 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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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난민 기착지 람페두사섬 방문
"이민자들이 미국 역사 만들었다" 거듭 강조
이민자 만난 레오 14세 교황(왼쪽 두 번째)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레오 14세 교황은 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난민 기착지 람페두사섬을 방문해 이민자를 따뜻하게 맞아달라고 미국과 유럽에 거듭 요청했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국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민자들은 희망과 희생, 기여로 이 나라가 시작할 때부터 역사의 일부를 만들었다"며 이들을 환영·보호하고 돕는 건 생명 보호의 가톨릭 가치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들을 연민과 너그러움으로 받아들이는 건 자선에 그치지 않고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출신인 교황은 전날도 미국 필라델피아시가 주는 '필라델피아 자유메달'을 받고 "미국은 이민자들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게 한 나라"라면서 독립기념일이 건국 이념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편지 공개에 앞서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도착해 지중해를 건너다가 숨진 난민들의 묘지를 참배하고 섬 주민과 최근 섬에 도착한 이민자들을 위해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최근 대부분의 국가가 이민 강경책을 펴는 유럽 역시 역사와 문화를 볼 때 고유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급 구호와 이주민 보호·사회통합을 위한 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아무도 강제로 이주하지 않도록 난민들의 모국 발전에도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람페두사섬 방문한 교황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난민 문제를 사목 우선 과제로 삼는 레오 14세는 미국 내 이민자들이 '극도로 멸시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을 비판해왔다. 바티칸 당국자들은 교황이 이민자 지원을 강조하고자 람페두사섬 방문 일정을 일부러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췄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이탈리아 영토지만 남부 시칠리아보다 아프리카 튀니지에 더 가까운 람페두사섬은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의 기착지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바다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민자 1만4천464명 중 거의 60%가 람페두사섬을 거쳤다. 지난해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려다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은 약 1천330명이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로마 바깥 첫 방문지로 람페두사섬을 찾았다. 난민들이 첫발을 딛는 부두는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 부두'로 이름을 바꿨다. 레오 14세는 '몰로 파파 프란체스코-도착과 희망, 인류애의 장소'라고 적힌 기념비에 축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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