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최대 승자로 등극한 중국
중동 에너지 질서 재편 속 中 기업들이 최대 수혜자로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대적으로 이란을 공습하고 폭격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고 이란 내 반(反)정부 시위 세력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에 맞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통행하는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국제 석유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이동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외에 호르무즈해협을 지렛대로 활용해 국제 에너지 공급망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中. 美 중심 국제 질서의 대안 국가로 자리매김
그러나 이란은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은 주요 핵과 군사 시설이 파괴됐다. 기초 인프라와 산업 기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란이 입은 경제적 피해는 최대 2300억 달러(약 35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은 미군 주둔을 이유로 이란의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당했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필리핀 등은 연료 부족에 시달리며 경제적인 타격을 받았다.
전쟁을 주도한 미국·이스라엘도 큰 부담을 감당해야 했다. 미국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고, 미군기지가 보복 공격을 당하면서 막대한 경제·군사적 비용을 떠안았다. 협상 상대였던 이란을 공격해 국제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고, 사전 협의 없는 군사행동으로 일부 동맹국과의 신뢰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스라엘은 선제공격을 주도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침략국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를 중심으로 국제적 고립이 심화했다.
이렇듯 이번 전쟁으로 이란도, 미국도, 이스라엘도 제대로 실익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던 중국이 가장 큰 전략적 승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월14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유럽 외교전문지 모던 디플로머시는 "중국이 필수불가결한 강국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미·중 정상은 "호르무즈해협은 개방돼야 하고 이란은 핵무기를 가져선 안 된다"는 원론적 입장에 합의했다.
트럼프가 거둔 실질적 성과는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시진핑의 약속뿐이다. 반면 중국은 휴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을 상대로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고,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중국이 이란산 원유 구매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전쟁과 관련해 미국 의도대로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것이다. 모던 디플로머시는 "중국은 대(對)이란 영향력을 모두 소진하지 않은 채 필요한 외교력을 발휘해 미국과 이란이 인정하는 중재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미·중 정상회담 개최는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에서 결정됐다. 본래 3월말에 개최하려 했으나 전쟁 발발로 연기됐다. 전쟁 이전에 미국은 무역 분쟁을 중심 의제로 삼으려 했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란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무역 현안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기 어려웠고, 경제적 실익도 거두지 못했다. 당초 보잉 항공기를 500대 판매하길 기대했으나, 중국은 200대만 계약했다.
무엇보다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시진핑은 전쟁 발발 이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동남아 국가 정상들을 잇따라 베이징으로 초청해 경제 협력과 인프라 투자, 무역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내정 불간섭과 상호 존중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평화 촉진자'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행보는 미국 중심 국제 질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전략과 맞물리면서,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중국의 정치·외교적 영향력을 더욱 넓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외교적 입지를 크게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재편될 글로벌 에너지와 경제 질서에서 최대 승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전쟁으로 중동산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걸프국 에너지 시설을 폭격하면서 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난과 가격 급등을 겪었다. 6월17일 뉴욕타임스는 "앞으로 중동에서의 전쟁 위험을 회피하려는 국제사회의 대응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에너지 생산국들은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소비국들은 중동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안을 찾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각국의 에너지원 구성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주역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해를 본 아시아, 유럽 국가들이 대체 에너지를 찾아나서고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원자력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변압기, 초고압 송전망 등 분야에서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즉 중동 의존도를 줄이려는 국가들이 새로운 에너지 설비를 확대할수록 중국 기업들이 가장 많은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망의 재구축과 다변화 추세에서 중국이 전방위적 공급자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은 이번 전쟁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중국은 넉넉히 비축한 석유와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에너지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했다.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의 가격 상한제를 시행해 국제유가의 급등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
'페트로 달러' 체제 위협하는 중국
그에 반해 중국의 수출 경쟁국인 베트남, 태국 등은 높은 중동 의존도와 적은 비축유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생산비와 물류비가 급상승하면서 주문받은 상품을 제때 수출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중국은 가격에 민감한 경공업과 중간재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강화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시아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확산하던 탈달러화 결제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더 힘을 받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자국 통화 결제를 확대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위안화가 있다.
물론 향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활용해 비달러화 결제를 압박하더라도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페트로 달러(석유 달러 결제) 중심의 에너지 거래 질서에 균열을 가하는 상징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걸프 산유국들도 미국의 일방적 개입과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위안화를 비롯한 비달러 결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국이 에너지 패권을 되찾기 위해 벌인 전쟁은 오히려 달러 패권에 균열을 가져오고 중국의 부상을 더욱 앞당기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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