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장을 지탱하는 유재석이라는 플랫폼
[원순우의 데이터로 보는 콘텐츠]
[미디어오늘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K-콘텐츠 화제성 조사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매년 약 350~400편의 TV 비드라마 프로그램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다. 이 가운데 화제성 상위권은 신작이나 시즌제 프로그램,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콘텐츠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환경에서 일 년 내내 방송되는 스테디 예능이 경쟁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경쟁 속에서도 매년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스테디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유재석이 있다. SBS <런닝맨>,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MBC <놀면 뭐하니?>. 서로 다른 성격의 세 프로그램은 모두 유재석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표적인 스테디 예능이다.
2018년 3월, <무한도전>이 563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무모한 도전>부터 시작하면 총 615회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을 모두 함께한 출연자는 유재석이 유일했다.
당시 그는 <런닝맨>, <해피투게더>,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 등을 이끌며 국내 최고의 MC로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9년은 예상 밖의 한 해였다. 화제성 TOP10에는 단 한 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오랫동안 함께했던 KBS2 <해피투게더>도 종영했다. 새롭게 시작한 <놀면 뭐하니?>와 <유 퀴즈 온 더 블록> 역시 초반에는 40위권 밖에 머물렀고, <일로 만난 사이>, <미추리 8-1000 시즌2>, <요즘애들>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당시에는 '국민 MC 유재석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유재석은 2020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TV 비드라마 화제성 상위권에 세 편 안팎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올려놓고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런닝맨>, <놀면 뭐하니?>는 이제 유재석이라는 플랫폼을 대표하는 세 축이 되었다.
포기하지 않는 스테디 예능의 힘 : 런닝맨, 유퀴즈, 놀면뭐하니?
2010년 시작한 SBS <런닝맨>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글로벌 예능이다. 멤버들은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고, 프로그램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1020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TV 화제성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에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무한도전>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종영설까지 돌았고, 이후에도 2019년까지 화제성은 이전만 못한 모습을 보였다. 주간 TOP10은 물론 TOP20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9년 넘게 같은 포맷의 버라이어티를 이끌어온 유재석에게도 분명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0년부터 다시 프로그램은 TOP10에 안착하기 시작했고, 2025년까지 꾸준한 경쟁력을 이어갔다. 특히 2024년 이후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면서 프로그램은 다시 활력을 찾았다.
2026년 들어 화제성이 다소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흐름을 돌아보면 유재석은 프로그램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다시 경쟁력을 회복시켜 왔다. 과연 <런닝맨>을 20주년까지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출연하고 싶은 예능이자 가장 신뢰받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시작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019년 첫 방송 이후 주간 화제성 TOP20에 안착하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낮은 시청률과 화제성 속에서도 유재석은 의자를 들고 거리로 나가 시민들과 꾸준히 대화를 이어갔다.
전환점은 2020년에 찾아왔다. 야외 촬영이 어려워지면서 실내 인터뷰 중심으로 변화했고, 이는 유재석의 진행 능력을 가장 안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끌어올렸고, 2021년에는 연간 화제성 2위까지 올랐다. 이후에도 매년 2~4위를 유지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토크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무한도전> 종영 이후 MBC 토요일 저녁 예능은 오랫동안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여러 후속작이 방송됐지만 <무한도전>이 남긴 존재감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가운데 2019년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로 다시 토요일 저녁을 찾았다. 김태호 PD와 함께한 이 프로그램은 유재석 1인 체제로 시작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초반에는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드럼과 트로트 프로젝트 등을 거치며 프로그램은 빠르게 성장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평균 화제성 순위 8~9위권까지 올라섰다.
이후 다시 화제성이 하락하며 TOP20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많았다.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유재석은 새로운 출연진과의 조합을 시도했고, 최근 허경환과 양상국 등 새로운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프로그램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2025년 중반 이후 화제성이 회복됐고, 2026년 상반기에는 평균 9.7위까지 올라섰다.
물론 프로그램은 출연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연출과 작가, 제작진, 함께하는 출연진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고 끝까지 버티며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유재석이 보여준 리더십 역시 분명한 의미를 갖는다.

방송시장을 지탱하는 유재석이라는 플랫폼
SBS, MBC, tvN의 대표 스테디 예능을 오랜 시간 이끌어온 유재석은 이미 단순한 진행자의 역할을 넘어섰다. 여기에 곧 방송될 KBS2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그는 지상파와 케이블을 아우르며 각 방송사의 대표 스테디 예능을 이끄는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 이는 한 명의 출연자를 넘어 대한민국 방송시장을 지탱하는 중심축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방송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TV와 OTT, 유튜브의 경계는 허물어졌고, 하나의 콘텐츠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TV만이 가진 힘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해진 시간, 같은 채널에서 온 가족이 함께 웃고 공감하는 경험은 다른 플랫폼이 쉽게 대신하기 어려운 가치다. 언젠가 거실의 큰 화면 앞에 가족이 다시 모여 함께 예능을 즐기는 풍경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 중심에는 누구나 믿고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유재석은 그런 존재였다.
이제 유재석은 더 이상 '국민 MC'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다. 그는 방송사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콘텐츠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대한민국 방송시장의 플랫폼이다. 방송이 어려운 시대일수록 시청자도, 방송사도, 그리고 함께하는 후배 예능인들도 이러한 리더를 필요로 한다. 앞으로도 유재석이라는 이름이 대한민국 방송시장의 든든한 중심으로 오래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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