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사람도 안심 못 해… 고지혈증, 소리 없이 혈관 망가뜨린다
고지혈증을 단순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상태'로만 알고 있다면 절반만 이해한 셈이다. 실제로는 혈액 속 지질 대사 전체가 균형을 잃은 복합 질환으로, 마른 사람이나 겉보기에 건강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더 무서운 건 이 병이 별다른 증상 없이 혈관 속에서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혈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2030 젊은 세대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김원석 원장(위드원내과의원)과 함께 고지혈증의 진짜 위험과 올바른 관리법을 들어봤다.
고지혈증, 실제로는 어떤 질환인가요? '이상지질혈증'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고지혈증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의미를 넘어 혈액 속 지질 대사가 균형을 잃은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더 정확한 용어인 '이상지질혈증'을 사용합니다. LDL 콜레스테롤 증가뿐 아니라 HDL 콜레스테롤 감소, 중성지방 증가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죠. 특히 간은 콜레스테롤을 만들고 조절하는 핵심 기관이라, 이상지질혈증은 단순한 수치 문제가 아니라 전신 대사, 특히 간 대사와 밀접하게 연결된 복합 질환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검사하면 LDL, HDL, 중성지방 등 여러 항목이 나오는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임상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표는 LDL 콜레스테롤입니다.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르는데,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 복용 여부도 보통 이 LDL 수치를 기준으로 결정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도 함께 고려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중성지방이 높으면 지방간 같은 간의 지방 대사 이상과 연관된 경우가 많아, LDL 하나만 보지 말고 전체 대사 상태를 함께 평가하는 게 중요합니다.
같은 식습관인데도 어떤 사람은 수치가 높고 어떤 사람은 정상입니다. 마른 사람도 걸린다는데 왜 그런가요?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상당히 큽니다. 콜레스테롤은 음식으로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부분 몸 안에서 합성되고, 특히 간에서 만들어지는 양이 많습니다. 그런데 간이 콜레스테롤을 만들고 분해하는 능력이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다릅니다. 그래서 마른 분인데도 LDL이 높을 수 있고, 건강해 보여도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형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혈액 검사로 확인해야 합니다.
최근 2030 세대에서도 고지혈증이 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식습관 변화도 영향을 미치지만, 단순히 음식 문제라기보다 생활 전반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활동량 감소, 좌식 생활,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가 모두 영향을 줍니다. 여기에 젊은 분들이 당분 많은 음료나 정제된 탄수화물을 많이 드시는데, 이런 탄수화물은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전환되어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고지혈증은 증상이 거의 없어서 치료를 미루는 분이 많은데, 무증상임에도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상지질혈증은 혈관 내부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라 초기에는 느껴지는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간이나 혈관은 어느 정도 손상이 진행되기 전까지 특별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는 문제가 없다고 느끼지만, 혈관 안에서는 이미 나쁜 변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혈관에 지방이 쌓이면 시간이 지나며 어떤 과정으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나요?
혈관에 LDL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산화 과정을 거치며 염증 반응이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면역 세포가 모여들어 '죽상경화반'을 만듭니다. 시간이 지나 이 병변이 커지면 혈관이 좁아지고, 결국 파열되면 혈전이 형성돼 혈관이 막힙니다. 막힌 혈관이 뇌혈관이면 뇌졸중, 심장혈관이면 심근경색이 생기는 겁니다.
고지혈증은 고혈압, 당뇨병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런 것일까요?
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흔히 대표적인 성인병이라고 하는데, 이들을 유발하는 생활 습관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정제된 탄수화물과 기름진 음식 위주의 식습관, 운동 부족, 만성 스트레스 등으로 복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커집니다. 그 결과 혈압과 혈당이 오르고 콜레스테롤 이상도 함께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 중 하나가 있으면 다른 질환도 있는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고지혈증에 고혈당까지 겹치면 혈관 손상이 더 빨리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높은 혈당은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고 혈관 내 염증을 악화시킵니다. 고지혈증으로 이미 혈관 벽이 좁아진 상태에서 고혈당까지 오면 혈관 손상이 가속화돼 심혈관 질환이 훨씬 쉽게 옵니다. 그래서 당뇨병이 있는 분은 심혈관 질환 예방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같은 생활 요인도 영향을 미칠까요?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은 떨어지고, 식욕을 올리는 '그렐린'은 올라갑니다. 식욕이 늘고 체중이 증가하기 쉬운 상태가 되면서 콜레스테롤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올리는데, 이 호르몬은 혈압, 혈당, 중성지방을 모두 상승시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충분히 고지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확연히 느끼긴 어렵지만 그래도 눈, 피부, 혈관 등에서 나타나는 신호가 있다면요?
대표적으로 눈꺼풀에 노란 지방이 쌓이는 '황색종', 각막 주변에 흰 테가 생기는 '각막환'이 있습니다. 또 아킬레스건 같은 힘줄 부위에 단단한 결절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증상은 대부분 병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는 건 위험합니다. 또, 걸으면 종아리가 아프고 쉬면 좋아진다면 다리 동맥이 좁아진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발이 항상 차고 상처가 낫지 않거나 피부 색까지 변한다면 혈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정기 건강검진 외에도, 고지혈증 검사를 더 자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병, 고혈압이 있는 경우, 비만이나 복부 비만이 있는 경우엔 더 적극적인 추적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방간이 있으면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확인이 중요합니다. 술을 자주 마시고 야식이 잦으면 중성지방이 오를 위험이 높아, 이런 분들도 자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고지혈증 약은 한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떤가요?
반드시 평생은 아닙니다. 생활 습관 개선과 체중 감량으로 충분히 좋아지는 분도 있고,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식이조절과 운동, 생활 습관 개선으로 약을 중단한 분들을 종종 봤습니다. 다만 생활 습관 개선이 쉽지 않아 약을 끊으면 수치가 다시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평생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입니다. 중요한 건 평생 복용 여부가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심혈관 위험도와 목표 수치를 정해 약을 개별적으로 조절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경우도 충분히 있습니다.
탄수화물도 중성지방에 영향을 준다는데, 특히 주의해야 할 식습관이 있다면요?
중성지방은 탄수화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중에서도 정제된 탄수화물을 조심해야 합니다. 흔히 '흰 탄수화물'이라고 부르는 흰밥, 흰 밀가루로 만든 빵, 면, 과자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기름진 음식을 줄였더라도 이런 탄수화물을 과하게 먹으면 오히려 중성지방이 더 올라가 고지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관리를 미루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지혈증은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가는 질환이 아닙니다. 몸속에서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혈관 손상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지기 전에 혈액 검사로 미리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기 건강검진으로 혈액 검사를 받고, 생활 습관 관리를 꾸준히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김수연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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