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에 10조 쏟더니…이란전쟁에 웃은 韓 해운재벌, 대체 무슨 일? [나우,어스]
호르무즈 혼란에 운임 급등…VLCC 시장 10% 장악 추정
해협 재개방 후 원유 물동량 증가도 추가 호재
![한국 해운사 시노코 선박[게티이미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4/ned/20260704115720834hhti.png)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전 대규모 유조선단을 사들인 한국 해운업자가 중동 전쟁의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한 명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원유 수송 차질로 유조선 운임이 급등하면서 선제적으로 선박을 확보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한국 해운사 장금마리타임(영문명 시노코) 정태순 회장의 장남인 정가현 장금마리타임 부회장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 약 70억달러(약 9조5000억원)를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단을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시노코는 현재 전 세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약 10%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가 운용하는 유조선은 160척 이상이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한 번에 원유 200만배럴을 실을 수 있는 VLCC다.
정 회장이 보유한 유조선 중 하나인 플라타 캐리어호는 최근 200만배럴의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와 인도로 향하고 있다. 이 선박은 페르시아만에 4개월 이상 머물다 최근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였다. 전쟁 이후 해협이 봉쇄되거나 통항이 불안정해지자 아시아 정유사들은 유럽과 미국산 원유 확보에 나서면서 높은 운임을 감수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유조선 수요가 급증했고 운임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선박 중개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인 3월 VLCC의 하루 평균 운임은 38만5000달러(약 5억2000만원)를 기록했다. 일부 계약은 하루 50만달러(약 6억8000만원) 안팎까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VLCC 한 척이 하루에 5억~7억원의 운임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시노코처럼 80척 안팎의 VLCC를 보유한 선사는 실제 운항 선박 수에 따라 하루 수백억원 규모의 운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WSJ는 정 회장이 전쟁 전 VLCC를 호르무즈 인근에 배치했고, 전쟁 초기에는 일부 선박을 해상 저장시설로 임대하며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4/ned/20260704115721117ozck.jpg)
또 일부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 외곽 항구까지 왕복 운항하며 원유를 싣고 아시아로 향하는 물류 수요를 흡수했다.
시노코는 유조선 실물 운항뿐 아니라 운임 파생상품 거래에서도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임과 연동된 계약을 매매하는 구조상 유조선 운임이 오르면 수익도 함께 늘어난다.
정 회장의 대규모 선박 매입에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MSC 공동창업자 잔루이지 아폰테의 자금도 일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폰테는 코로나19 당시 컨테이너선 운임 급등으로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해운업계 거물이다.
두 사람의 파트너십은 구체적인 구조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그리스 증권거래소 제출 서류에는 MSC 자회사가 시노코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노코는 1989년 정 회장의 부친이 중국 기업들과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이후 한중 교역 확대와 함께 성장했으며, 팬데믹 이후 유조선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왔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대규모 선대를 확보해 시장 공급을 줄이면 운임이 상승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해운 시장에서 이 같은 대규모 베팅은 위험도 크다. 2000년대 대만 해운업자 수노부가 벌크선 시장을 장악하며 성공을 거뒀지만, 이후 유조선 시장에서도 같은 전략을 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실패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정 회장의 승부수가 적중했다는 평가다. 전쟁 초기 급등했던 운임은 일부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평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해운업계는 복잡해진 원유 교역 경로와 선박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높은 운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있지만 운항은 아직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밀려 있던 원유 물동량이 한꺼번에 움직일 경우 시노코 선박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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