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12만 개 채울 물 꿀꺽꿀꺽, 반도체는 점점 더 목이 마르다 [기후인사이트 36 | 인싸M]

우리가 의존하는 기술, 즉 휴대폰과 컴퓨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반도체 없이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은 많은 물을 필요로 합니다. 반도체 산업은 세정, 화학, 냉각 등의 제조과정 전반에서 사용되는 대규모 전력과 더불어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반도체 산업은 그러나 지금보다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합니다. 영국의 글로벌 시장분석기관인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2025년 전세계 반도체 생산에 투입된 물은 9억 톤이 넘었는데, 2035년에는 그보다 2배나 넘는 20억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을까요?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외 생산시설에서 각각 1.98억 톤과 1.17억 톤의 물을 사용했습니다.
두 회사의 물 사용량은 2019년 2억 톤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2024년 처음으로 3억 톤을 넘어(3.14억 톤) 지난해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생산시설 확충과 첨단 미세공정 도입에 따른 결과로 분석됩니다.
3.14억 톤은 얼마나 되는 물일까요? 올림픽 규모 수영장 12만 개 이상을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물을 1m 수심으로 펼친다면 314㎢로 서울 면적의 절반이 넘습니다. 즉 강남이나 강북 전체가 물에 잠깁니다.
현재 반도체 회사들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입니다.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도 상당한 시설이 들어설 전망입니다.

이처럼 대규모 반도체 시설을 가동하려면 많은 물을 추가로 공급해야 할 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할까요?
국회입법조사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동에 필요한 물이 2035년 하루 68만7천 톤, 2040년 100만7천 톤, 2050년에는 137만 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2035년에 매년 2.5억 톤, 2050년에는 5억톤이 넘습니다.
2025년 두 회사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사용한 물 3.14억 톤 중 국내 사용량이 70~80%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두 배나 많은 물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물 사용량은 물을 재이용하려는 노력과 기술개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경쟁사인 TSMC보다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그렇다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 많은 물을 어디서 끌어올 수 있을까요? 이중 하루 27만3천 톤은 확보가 가능해졌습니다. 한강 여주보에서 용인으로 물을 보내는 수로가 곧 준공될 예정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하루 110만 톤 가까운 물이 더 필요합니다. 나머지 물은 어떻게 할까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를 위해 2025년 12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통합용수공급사업'을 수립했습니다.
사업 계획을 보면, 우선 1단계로 하수 재이용수(하루 23만 톤)를 개발하고 소양강댐과 충주댐 여유량(하루 8만 톤)을 합쳐 2031년부터 하루 31만 톤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후 2단계로 소양강댐과 충주댐(하루 30만8천 톤), 화천댐 방류수(하루 45만 톤)를 활용해 2035년까지 하루 76만2천 톤의 물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입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이미 확보한 물과 더불어 2035년 무렵에는 모두 합쳐 134만5천 톤(매년 4억9천만 톤)을 공급해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사업 성공의 관건은 크게 세 가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첫째, 1단계 사업에서 제시한 하수 재이용수(하루 23만 톤)를 계획대로 확보해 기존 용수를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둘째, 2단계 사업에서 제시한 화천댐 용수(하루 45만4천 톤)를 계획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 세 번째는 향후 수도권 개발에 따른 추가 물 수요량에 대처할 여력이 있을지 여부입니다.
보고서는 강원도와 경기도 등 지자체 등 물 관리 주체 간 갈등, 계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천댐의 수위가 상류에 있는 북한 임남댐의 방류량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갈수기와 홍수기 강수량 차이가 2배 가까이 난다는 점 등을 주요 리스크로 거론했습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던진 물 공급과 관련한 숙제는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물 수요를 하루 65만 톤(매년 2.37억 톤)으로 추정하고 부족한 물은 동복댐과 주암댐, 장흥댐, 보성강댐, 나주댐 등에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늘어날 수 있는 물 수요에 대응할 여력이 있는지, 큰 가뭄이 닥쳤을 때도 안정적으로 반도체 생산 시설에 물을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인 물 공급 문제는 용인과 서남권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에 공장을 짓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숙제입니다.

반도체는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하지만, 기후학자들은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물 순환 속도가 빨라지고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는 반도체 산업이 안정적인 물 확보에 실패할 경우 해당 기업의 심각한 매출 감소와 신용도 하락은 물론, 세계 시장에도 큰 충격이 될 것으로 경고했습니다.
장기적인 용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물 사용 효율이 높은 공정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합니다.
《김승환 논설위원》
[출처] 1) 유재국, 박재영, 김진수. (2026). FACT CHECK: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둘러싼 논란과 현실, 국회입법조사처
김승환 기자(coco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834960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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