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연설에 숨겨진 불안…안보에 갇힌 경제, 이탈하는 청년

원동욱 동아대학교 교수 2026. 7. 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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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욱의 외교광장] 중국공산당 창건 105주년 기념사 속 성공의 암호, 위기의 암호

​2026년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건 105주년 기념사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당의 역사를 "영광의 역사"로 규정했다. 그러나 권력의 언어에서 중요한 것은 자축의 수사(修辭) 뒤에 숨은 침묵과 불안의 위치다. 이번 연설의 핵심은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일종의 '성공의 암호'(당의 영도, 인민, 자기혁명, 투쟁, 청년, 통일, 안보)로 제시한 데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암호들은 시진핑 체제가 직면한 심각한 내부적 취약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의 목록이기도 하다.

미중 전략경쟁시대 전략적 자율성의 문제를 고민하는 평화중견국의 입장에서 이 텍스트를 해독하고, 그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경고음과 시사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1. 인민과 경제: 제도적 공간을 지운 추상화와 안보화

이번 연설에서 ​시진핑은 "강산이 곧 인민이고, 인민이 곧 강산"이라는 수사를 재소환했다. 그러나 연설이 강조한 '전과정 인민민주'는 살아 있는 시민들의 다원성을 포용하는 제도가 아니라, 당이 독점적으로 해석하는 추상적 기표에 가깝다. 인민을 호명할수록 실제 인민이 목소리를 낼 통로는 좁아지는 정치적 역설이 발생한다.

​다소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 담론이 안보 담론에 완전히 종속되었다는 점이다. 연설에 등장한 "风高浪急(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과 "惊涛骇浪(거대한 파도와 풍랑과 같은 시련)"이라는 표현은 부동산 침체, 지방부채,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서 중국 체제가 느끼는 위기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과거 개혁개방의 언어가 '풍요를 통한 통합'이었다면, 지금은 '통제를 통한 생존'으로 후퇴했다.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정체를 이념적 결속과 국가안보로 돌파하려는 시도는 체제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2. 대만 문제: 언어의 강경화와 평화적 관리의 공간

​대만 문제에서 '평화통일'이라는 단어가 약화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 타격"과 "외부 세력 간섭 반대"가 명시된 것은 중국의 대외 언어가 한층 거칠어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단기 침공 시간표'로 연결 짓는 것은 군사주의적 과잉 해석이다.

​2026년 1월 장유샤와 류전리 등 최고위 군 인사의 숙청에서 보듯, 중국군 내부의 기율과 통제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내부 단속이 급한 체제가 전면적인 군사 모험을 감행하기는 어렵다. 평화주의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의 거친 언어에 군사적 맞대응으로 일관하며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초조함'을 읽어내고 오판을 막을 수 있는 외교적 안전장치와 평화적 대화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다.

3. 청년 담론: '당을 따르라'는 명령과 세대적 단절의 역설

​이번 연설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대목은 청년을 향한 이례적인 당부다. 공식 매체들이 청년 담론을 별도로 부각한 것은 역설적으로 미래 세대가 더 이상 당의 낡은 서사에 포섭되지 않는다는 체제의 거대한 불안을 반증한다.

​청년에게 "당의 말을 듣고 당을 따르라"고 반복해서 소리치는 순간, 당은 청년들이 이미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폭로하는 꼴이 된다.

​구직난과 계층 이동의 단절, 과도한 이념 동원과 끝없는 경쟁에 지친 중국 청년들은 체제에 정면으로 저항하기보다,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탕핑(躺平)'과 '바이란(摆烂)'이라는 소극적 저항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침묵 속의 체념인 동시에 경쟁 체제에 대한 조용한 거부다.

당은 청년을 국가 부흥의 '생력군'으로 동원하려 하지만, 청년들은 자신들을 국가의 부품으로 소모하는 체제에 정서적 이탈로 저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념과 애국주의로 청년의 실존적 피로감을 덮으려는 시도는 중국공산당이 가진 가장 취약한 고리다.

​4. '위기의 암호'가 한국에 주는 두 가지 시사점

​중국공산당 창건 105주년 기념사가 보여준 것은 자신감의 절정이 아니라, 장수한 체제가 자기 성공의 언어에 갇혀 끊임없이 정당성을 증명해야 하는 권력의 초조함이다. 경제 문제를 안보로, 사회의 갈등을 충성으로, 세대의 고통을 동원으로 해결하려는 정치적 습관은 '성공의 암호'를 '위기의 암호'로 바꾸고 있다. 이 위기의 암호는 우리에게 두 가지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첫째, 청년의 위기라는 '거울'을 보아야 한다. 중국 청년들의 이탈과 절망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 역시 청년들을 무한 경쟁과 구조적 불평등으로 몰아넣으며, 이들의 불안을 정치적으로 동원하거나 도구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청년 세대가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삶의 행로에서 이탈하는 현상은 체제를 막론하고 현대 사회가 마주한 공통의 위기다. 청년의 삶을 국가의 도구로 보지 않고, 그들의 자율성과 평화로운 생존을 보장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둘째, '복합 위기' 속에서 평화 지향적 자율 외교를 확보해야 한다. 중국이 내부 위기를 감추기 위해 대외적으로 더 강경하고 경직된 민족주의 언어를 구사할 때, 한국이 동맹의 논리에만 매몰되어 진영 대결을 가속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마땅히 중국 체제의 '초조함'이 지역의 긴장을 부추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우리는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평화 지향적인 공간을 열어젖히는 '평화의 기획자'가 되어야지, 갈등을 증폭하는 전초기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105년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바는 명확하다. 사회적 다원성과 세대 간의 공존을 거부하고 모든 문제를 이념과 안보로 환원하는 사회는 오래 버틸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평화로울 수 없다. '성공의 암호'에 취해 위기를 키우는 중국의 서사 속에서, 우리는 평화와 연대에 기반한 새로운 공존의 문법을 찾아야 한다.

▲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5주년 기념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동욱 동아대학교 교수(leow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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