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도 ‘기후위기’ 비상…“재난 대응도 지역별 차등”

KBS 2026. 7. 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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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년보다 늦게 본격적인 장마철에 돌입했습니다.

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가 이어집니다.

네, 점점 더워지는 기후와 기습적인 폭우 탓에 여름나기 걱정하는 분들도 있죠.

이같은 기후 변화의 영향은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연일 기상 상황을 주시하며 재해 예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재난 대응에는 단순한 방재를 넘어선 정치적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입니다.

[리포트]

대형 전광판 앞에서 지도를 살피며 분주히 움직이는 관계자들.

북한의 재해 방지와 방재 업무를 총괄하는 ‘재해방지성’의 모습인데요.

북한 재해방지성은 올여름 엘니뇨의 영향으로 폭우와 태풍 등 재해성 이상기후의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박석철/재해방지성 국장 : "지금 적도 부근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엘니뇨가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엘니뇨가 발생하게 되면 폭우와 많은 비, 가뭄, 태풍 등 재해성 이상기후 현상의 위험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북한 당국은 제방 보강과 하천 정비 등 재해 예방 사업에 나서고 있는데요.

[리철남/평양시 모란봉구역인민위원회 부장 : "장마철 전후로 장산 소하천 공사 계획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해서..."]

우리의 기상청에 해당하는 북한의 기상수문국도 기상예보와 특보를 수시로 내보내며 호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독고혁철/기상수문국 실장/6월 20일 : "어제저녁부터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강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개성시에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현재 중부 이북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상기후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재해 방지 사업을 독려하고 있는 북한.

기후변화를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재난 대응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황진태/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기후변화가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는 재난 형태로 나타나게 됐고요. 북한도 예외일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기후변화는 국가적인 어젠다라는 것을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 속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메타포(수사법)로서만 기후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측면에서 강조하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오랫동안 자연재해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로 외부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닥친 1995년 대홍수는 북한 경제와 식량난을 더욱 악화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KBS 뉴스9/1995년 8월 : "북한 지역에도 요즘 집중호우가 내려서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방송은 이례적으로 비 피해 상황을 전하면서 이재민들에 대한 물자 지원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대규모 자연재해는 끊이지 않았는데요.

집권 첫해인 2012년 세 차례의 태풍이 북한을 잇달아 강타하면서 전국적으로 주택이 파손되고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2016년에는 태풍 라이언록이 함경북도를 덮치면서 북한 최악의 수해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크리스 스테인레스/2016년 국제 적십자사 관계자 : "이번 태풍재해는 아마 최악의 시기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타격을 입혔을 것입니다. 수확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농작물에 영향을 미쳤고..."]

2020년에도 8월과 9월, 한 달여 사이 세 차례의 태풍과 집중호우가 잇따르며 곳곳에서 수해가 발생했습니다.

[조선중앙TV/2020년 9월 : "우리는 지금 능라다리에서 평양시 태풍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12시경부터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점점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고..."]

이 같은 대규모 재해가 잇따르자 북한은 과거 지도자와 달리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수해 현장을 찾고 복구를 지휘하는 모습을 적극 공개하고 선전했는데요.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오히려 재해 상황을 새로운 통치의 방식으로 활용했다고 분석합니다.

재해 현장 방문을 통해 애민의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하려 했다는 겁니다.

[김혁/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취약한 공간에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함으로써 얻어지는 정치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많은 주민이 수해를 입은 또는 피해를 본 주민들을 찾아가는 대통령의 어떤 모습, 김정은 위원장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체제의 정당성이나 당위성을 확보하는 그런 정치적인 차원에서 놓고 볼 때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부분이고요."]

2024년 신의주·의주군 수해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수재민 임시 거주지를 찾아 피해 주민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조선중앙TV/2024년 8월 : "김정은 동지께서는 새 옷을 입은 어린이들을 한품에 안으시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고 귓속말도 나누시면서 친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정을 부어주셨습니다."]

북한은 재난 대응을 위한 제도 정비에도 속도를 냈는데요.

2014년 제정한 ‘재해방지 및 구조·복구법’을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개정하며 대응 체계를 강화했습니다.

수해 복구도 과거에 비해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재해 대응과 관련해 최근 동국대가 발간한 '북한 주요 재해재난 취약공간 및 대응 인프라 지도'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됩니다.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북한에서는 시 10곳과 군 48곳에서 홍수와 태풍 피해가 반복됐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유독 직접 현장을 찾고, 북한 당국이 복구와 재건에 특별히 공을 들인 지역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황해북도 은파군과 금천군, 강원도 김화군,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구성시, 함경남도 단천시와 홍원군, 함경북도 회령와 나선특별시가 바로 그곳인데요.

이번 연구를 진행한 전문가는 이들 지역이 단순히 피해 규모가 컸을 뿐 아니라 식량 생산과 군수산업, 대외 교역 등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전략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황진태/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첫 번째 지역은 농업 지역입니다. 은파군이라든지 금천군과 같은 농업 지역은 평양뿐만 아니라 평양 주변의 수도권을 대상으로 해서 식량 공급 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 대한 수해를 제대로 방비하지 못한다면 김정은을 가장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세력이 있는 곳이 평양이고 그곳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한 이슈가 될 거 같고요."]

실제로 2020년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현장을 찾아 농경지 피해를 최소화하고 주택을 신속히 복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금천군도 김 위원장의 복구 지시에 따라 2020년 단기간에 재건이 이뤄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최근 지방 발전 정책의 핵심 대상인 평안북도 구성시와, 단천발전소 1단계가 준공된 함경남도 단천시는 군수산업과 중공업에 필요한 광물 생산과 공업 시설이 밀집한 북한의 주요 거점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함경북도 회령시, 나선특별시는 북한의 대외 교역과 국경 관리가 집중되는 접경지역으로, 북한 당국이 재난 대응에서도 지역별로 우선순위를 둔다는 분석입니다.

[황진태/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이 지역은 아시다시피 북중, 북러의 접경지역이고 이 지역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 그리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외부에서 관찰하기 쉬우므로 이 지역에 대해 관리를 하는 것이 또한 북한 당국으로선 되게 중요하다고 봐서."]

그밖에 강원도 김화군은 군사적으로 중요한 접경지역이며, 함경남도 홍원군은 동해안의 농업과 수산업이 발달한 연안 지역으로 북한에 있어 재해 대응의 중요성이 큰 지역입니다.

결국, 김정은 시대 재난 대응의 핵심은 지역의 전략적 가치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해석됩니다.

[황진태/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경제난이 있고 핵무기 개발 등으로 대북 제재가 오랫동안 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재해 재난이 발생했을 때 그걸 복구할 수 있는 인력, 자원이 굉장히 제한돼 있고요. 그 부분을 고려할 때 북한 당국의 입장에선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하면 좀 더 위기가 발생한, 앞서 이야기했던 전략적 지역들을 중심으로 지원할 거 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선택과 집중에서 밀려난 지역입니다.

재난 대응과 기반 시설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은 재해에 더욱 취약해지고, 지역 간 복구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김혁/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산간벽지 지역 같은 경우에는 사실 그럴 만한 가치가 별로 없어요. 정치적인 어떤 이해관계도 제한적이고 그다음에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투자 재원이 제한적인 데다가 평야 지역으로 농업 생산이 집중되는 지역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산간 지역은 거의 방치되는 상황들이 많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하며 재난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

하지만 그 대응과 복구 지원이 북한의 체제 유지와 전략 지역에 집중될수록, 소외된 지역의 주민들은 이상 기후의 더 큰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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