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대 SUV에 고성능 AI칩 장착…‘중국판 테슬라’ 샤오펑의 승부수 [정다은의 차이나코어]
젊은층 겨냥한 가성비 SUV
1500TOPS 고성능 AI칩 탑재
EREV도 내놔 유럽 관세 회피
한국 등 해외 진출 확대 주목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이 3000만 원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을 탑재하는 승부수를 뒀다. 내수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성비와 기술력을 모두 갖춘 모델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버전도 함께 내놓으며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샤오펑은 2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랑위엔스테이션에서 신형 SUV ‘모나(MONA) L03’를 공개했다. 2024년 8월 출시 이후 샤오펑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세단 ‘M03’에 이어 모나 시리즈의 두 번째 모델이다. 기본형(맥스)와 고급형(울트라)로 나뉘어 있으며 순수 전기차(EV)와 EREV 두 종류를 지원한다. EREV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구동하되, 소형 내연기관 엔진을 배터리 충전 전용으로 함께 탑재한 자동차다.

L03는 사전 판매가 14만 3800위안~16만 5800위안(약 3263만 원~3763만 원)으로 젊은 세대를 정조준했다. 실제 이날 행사장 곳곳에는 ‘젊은 세대의 첫 번째 스마트카’라는 홍보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는 가운데 ‘왕훙(중국 인터넷 인플루언서)’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이 차량 앞에서 한껏 포즈를 취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만 출신 스타 첼리스트 오우양나나, 파리올림픽 수영 은메달리스트 탕첸팅 등 청년층 유명인들이 이날 발표를 맡은 허샤오펑 창업자와 함께 무대에 올라 시승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젊은이들의 지갑 사정을 고려한 낮은 가격의 차인데도 고성능 AI 칩을 탑재했다는 것이다. 기본형 모델에는 750TOPS(초당 1조회 연산)급 성능을 갖춘 자체 개발 ‘튜링’ AI칩 1개, 고급 모델에는 2개를 탑재해 최대 1500TOPS의 자율주행 연산 성능을 갖췄다. 이는 엔비디아가 2024년 내놓은 양산차용 ‘토르(700TOPS)’ 칩과 맞먹는 수준이다. 샤오펑 측은 현재 중국 양산 승용차에서 보편화된 레벨2(L2) 수준 중에서도 훨씬 뛰어난 자율주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 음성비서 ‘샤오P’, 목적지 설정 없이도 차량이 스스로 도시 골목을 탐색하는 ‘로밍’ 주행 모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19.1분이 걸려 테슬라 모델Y(25분)보다 빠른 급속충전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날 무대에 선 허샤오펑 창업자는 “친구가 샤오펑 차를 한 번 타 보니 예전엔 괜찮다 생각했던 다른 차들의 보조주행이 마치 트랙터처럼 느껴졌고 심지어 개인 기사보다도 운전 실력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샤오펑의 전략은 가성비와 기술력을 동시에 앞세워 내수 부진을 돌파하려는 승부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 내 자동차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전기차 침투율도 60% 수준까지 상승해 가격 할인과 전동화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다. L03는 BYD의 위안 플러스(11만~13만 위안대·한국명 아토3 플러스) 등 동급 모델과 비교했을 때 마냥 싼 편은 아니지만 1500TOPS급 AI 칩을 탑재한 모델 중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기존에는 35만 위안 대의 지리차 ‘지커 8X’가 비슷한 성능을 갖춘 모델 중 최저가로 분류됐다.
파격적 가격의 비결로는 자체 칩 개발을 통한 비용 통제가 꼽힌다. 실제 중국 3대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의 리빈 회장은 “니오는 2024년 엔비디아 칩 구매에만 수십억 위안을 썼다. 자체 개발 칩 한 개가 엔비디아 칩 네 개를 대체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며 자체 AI칩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샤오펑은 고가의 라이다(LiDAR) 대신 카메라 기반 순수 비전 방식의 자율주행을 택했다. 라이다 방식은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을 동시에 사용해 서로 다른 센서 데이터를 종합한다. 반면 AI를 활용해 카메라 영상만으로 거리·속도·사물 종류를 추론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샤오펑은 L03을 64개 국가·지역에 출시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특히 이달 16일에는 독일 뮌헨에서 출시 행사를 열고 유럽 시장을 정조준한다. 중국 업체들은 유럽연합(EU)의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EREV 등 하이브리드 모델을 밀고 있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추가 관세는 순수전기차(BEV)에만 적용되고, PHEV·EREV 등 엔진이 탑재된 하이브리드 차량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테무산 레인지로버’라고 불리는 체리차의 재쿠7이 지난 3월 영국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가성비를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 수준에서 2031년에는 1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판매량은 25% 증가한 23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시장 진출을 예고한 샤오펑이 L03을 첫 주력 모델로 내세울지도 관심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BYD의 ‘아토3’과 ‘씨라이언7’ 역시 모두 L03처럼 ‘가성비 SUV’로 분류된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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