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동의에는 충분한 시간 필요”…법원, “유족에게 위자료 지급해야”
심근경색·심장장애 3급 이력에도 마취 시 부작용 누락도

인천지방법원 민사4단독 이우철 부장판사는 수술 뒤 숨진 70대 환자 A씨의 아들이 B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1억7천500여만원 상당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재판부는 B 의료법인이 A씨 유족에게 위자료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의사의 설명 의무는 환자가 의료 행위에 응할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협진 결과 마취에 따른 수술 전후 심폐혈관계 합병증과 항혈전제 복용 중 출혈 가능성 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바로 수술해야 할 정도로 골절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A씨에게 수술에 응할 것인지 숙고할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부작용 시 입게 될 피해의 중대성에 비춰 볼 때 약 1시간30분은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A씨가 여러 조건을 고려해 수술에 응할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마취에 따른 위험성이 매우 높아 보호자에게도 설명하자는 소견이 있었는데도, 병원 측이 보호자에게 간단한 연락조차 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족이 주장한 진료상 주의 의무 위반과 수술 뒤 경과 관찰·응급조치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병원 측 조치가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거나 그로 인해 A씨가 숨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A씨는 과거 심근경색으로 혈관 내부에 지지대(스텐트) 삽입술을 받고 심장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2022년 5월 왼쪽 슬개골 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후 B 의료법인 소속 병원에서 척추마취 뒤 수술을 받았으나, 병실로 옮겨지던 중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A씨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뇌경색에 따른 사지마비와 기도 폐색성 질식 등으로 같은 해 10월 숨졌다.
유족은 “과거 병력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임에도 병원 측이 마취나 수술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환자가 숙고할 시간적 여유 없이 수술했다”며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병원 측은 오전 11시께 A씨에게 수술 동의를 받은 뒤 약 1시간30분 만에 수술실로 옮기고 마취 동의 절차까지 마쳤다. 이후 마취는 동의 절차가 끝난 지 5분 만에 시작됐다.
그러나 A씨가 서명한 수술 동의서에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합병증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민재 기자 ltj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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