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직도 심장이 벌렁"…'산사태 1년' 산청 주민 큰비 올까 걱정

박정헌 2026. 7. 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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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예보 뜨면 겁부터 나"…사방시설 설치됐지만 곳곳 상흔 그대로
수해 복구 완공률 84%…산청군 "7월 말∼8월 초 피해지 복구 마무리"
부리마을 사방댐 [촬영 박정헌]

(산청=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하늘에 구멍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졌던 작년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려요. 흙더미가 마을을 집어삼켰던 상처가 눈앞에 생생한데, 올해 또 큰비가 오면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지난 3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만난 민정숙(70) 씨는 다가오는 장마 소식에 연신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여름 기록적인 극한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거대한 토사가 마을을 덮쳤던 산청 지역은 사고 후 1년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불안함을 떨쳐내지 못했다.

당시 산청 지역이 입은 상흔은 참혹했다.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포수 같은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크고 작은 산사태가 잇따라 발생해 지형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토사가 주택과 농경지, 도로를 집어삼키면서 총 1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냈다.

집계된 재산 피해액만 3천200억원에 달하고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당시 수해로 완전히 파손된 주택만 149가구에 달했으나 급등한 건축비 탓에 자력 복구가 더뎌 수많은 주민이 모텔이나 경로당, 공공임대주택 등을 전전하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쓰러진 전신주 [촬영 박정헌]

사고 이후 1년 가까이 지나 다시 찾은 현장은 어느 정도 예전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다.

마을은 사면 붕괴와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한 시설물들이 대거 확충된 모습이었다.

계곡 상류에서 쓸려 내려오는 토석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축조된 거대한 콘크리트 사방댐은 견고한 위용을 뽐냈다.

사방댐 좌우 사면을 따라 계단식으로 정밀하게 쌓아 올린 대형 석축 공사도 깔끔하게 마무리돼 계곡 전체의 유량과 흐름을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중이다.

도로 옆 가파른 산사태 위험구간 역시 철사망 내부에 깨진 돌을 촘촘히 채워 넣은 대규모 돌망태 옹벽이 층층이 옹골차게 들어서 사면을 단단히 받치고 있다.

하지만 자연재해가 남긴 위태로운 흔적 또한 파편처럼 곳곳에 흩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면 한편에 위치한 콘크리트 전신주 한 기는 당시 밀려 내려온 토사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듯 숲을 향해 대각선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채였다.

붉은 토사와 암반이 그대로 노출된 급경사지에는 땅속에 매설돼 있어야 할 플라스틱 배수관 유공관이 찌그러진 채 지표면 밖으로 드러난 실정이다.

계곡을 타고 휩쓸려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나무뿌리와 부러진 나뭇가지, 돌덩이가 뒤엉켜 거대한 폐기물 무더기를 이룬 모습은 재해 당시의 파괴력을 고스란히 짐작케 했다.

이처럼 현재 군이 복구 중인 수해 현장은 산사태와 도로, 하천 등 총 747건에 달한다. 지난달 말 기준 완료된 곳은 629건으로 전체 완공률은 84.2% 수준이다.

경남 전역에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탓에 작업자와 장비를 구하기가 힘든 데다 일부 현장은 발주 지체로 공사 착수 자체가 늦어져 여전히 공사 중이다.

부리마을 수해 흔적 [촬영 박정헌]

특히 땅밀림 현상으로 마을 전체 이주가 결정된 금서면 상능마을 등 주민 80여명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모텔 등지에서 기약 없는 객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군은 이 같은 이재민들의 조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안전한 고지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주거용 택지 조성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 30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피해지에 인접한 안전 부지에 가구당 330㎡ 규모의 이주단지(총 16필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현재 실시설계 등 행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올 하반기 착공해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리마을은 사방댐과 석축 공사가 마무리돼 한시름 놓았지만, 주민들 걱정은 여전하다.

이정희(84) 씨는 "한번 큰 피해를 보고 나니 일기예보에 대단히 민감해진다"며 "지리산 부근에 몇 ㎜ 예보가 뜨면 겁부터 나서 제발 비가 좀 안 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군은 장마와 태풍 등 큰 돌발 변수가 없다면 이달 말까지 공사를 추가로 마무리 지어 완공률을 97%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주민 대피 훈련을 실시하는 등 다가올 장마철 재난 대응 체계도 점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구조적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시설물은 설치 완료했고 현재는 사면 정리 등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는 산청 산사태 피해지 복구를 최종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리마을 돌망태 옹벽 [촬영 박정헌]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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