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와 담보신탁, 부동산 공매(8) [정보근 변호사의 부동산 법률을 부탁해]

서경IN 2026. 7.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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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근 법무법인 리움 대표 변호사
정보근 변호사의 부동산법을 부탁해

중앙일보가 지난 달 워크아웃 신청을 한 직후였다. 중앙일보에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들이 급하게 법률의견서를 요청해 왔다. 워크아웃이 진행되면 금융기관들이 채권 담보를 위해 설정해 둔 신탁에 따른 권리행사 및 대출채권 회수에 제약이 생기지 않는지 정리가 필요해서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견 건설사들이 회생신청이나 워크아웃 신청을 하고 중소형 건설사·시행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금융권은 긴장감 속에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지속해왔다. 그런데 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에 이어 JTBC, 중앙일보를 포함한 대형 미디어그룹마저 회생 절차에 들어가자 금융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회생절차는 이제 일반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됐다. 하지만 회생절차 진행 과정에서 자주 언급되는 담보신탁, 부동산 공매 등의 용어는 아직 낯설다.

일례로 홈플러스 회생 관련 신문기사를 보자. ‘홈플러스 회생절차에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메리츠)는 신탁으로 확보한 담보가치가 채권액수를 초과해 채권 손실을 볼 우려가 없다.’는 내용이 있는데, 일반인이 100%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부동산 신탁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부동산에 관심 있는 국민이라면 신탁의 핵심 기능을 이해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 거래를 할 수 있다.

홈플러스의 예를 들어 부동산 신탁의 현실적인 기능에 대해 알아보자. 메리츠는 홈플러스에 1조원이 넘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채권의 담보로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이전해 신탁하고, 메리츠는 신탁된 부동산의 처분 등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우선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권리 즉, 우선수익권을 받았다. 신탁된 부동산의 가치를 대출 당시 약 4조 8000억원으로 산정하였으므로 메리츠 입장에서는 대출 회수가 지연돼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한 담보를 확보했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부동산 신탁으로 인해 부동산 소유권은 신탁회사로 이전되었으므로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신탁된 부동산들은 홈플러스의 자산이 아니다. 따라서 메리츠는 회생절차와 무관하게 별도로 신탁회사를 통해 신탁부동산을 공매하여 채권 회수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담보 목적의 부동산 신탁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친숙한 제도는 저당권이다. 그러나 저당권은 법원 경매를 통한 환가라는 담보로서의 강력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채무자가 회생 신청을 하게 되면 저당권자라고 해도 경매신청을 할 수 없고, 회생담보권자로서 권리 신고를 하고 회생절차 내에서 인정된 금액을 정해진 기간 동안 분할 변제받을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거액의 대출을 하면서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가 충분하더라도 회생절차 기간 동안 10년 이상 가량 자금이 묶이게 되고 이자도 감경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되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대규모 대출에서 부동산 신탁은 일반화되어 있다. 특히 부동산 신탁이 큰 효용을 발휘하는 부분은 회생절차와 무관하게 신탁 부동산을 처분해 우선수익권자로서 처분대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신탁부동산은 저당권과 달리 법원을 통한 경매가 아니라 신탁회사를 통한 공매를 통해 처분한다. 공매라고 하니 경매와 유사하다고 생각해 공매로 취득한 부동산의 경우에도 등기부가 깨끗한 상태로 이전받는 것으로 오인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신탁부동산의 공매는 신탁회사가 신탁계약에 따라 부동산을 사적으로 매매하는 절차다. 신탁회사는 부동산을 매도해 취득하는 대금을 신탁계약상 집행 순위에 따라 배분하게 되는데, 집행 순위에 있어 우선적인 지위에 있는 우선수익자들은 신탁계약에 따라 경매에서의 저당권자처럼 우선변제를 받게 된다.

공매절차에 대한 오해로 인해 손해를 입게 된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소송의 예를 보자. A는 신탁부동산 공매를 통해 아파트 한 채를 매수했다. 그런데 매수 후 입주를 해보니 관리비가 1000만원가량 연체돼 있었다. 공매는 사적 매매이므로 기존 소유자가 연체한 관리비가 그대로 남아있다. A는 입주후 우선 관리비를 납부하고 기존 소유자인 신탁회사를 상대로 관리비 상당 금액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A가 신탁회사와 작성한 매매계약서에는 공매공고에 따라 매매계약을 해석하도록 돼 있고, 공매공고에는 미납 관리비는 매수인이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실제로 이러한 경우 신탁회사는 약정에 따라 관리비 부담의무가 없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다시 홈플러스의 사례로 돌아가서, 부동산신탁에서 수익권에 대해 주의할 사항을 체크해보자. 우선수익권을 가지는 메리츠는 신탁부동산을 공매해 생기는 매매대금 중 자기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다.

그럼 메리츠가 우선 변제받는 돈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대금은 어떻게 될까. 홈플러스는 부동산을 신탁계약에 따라 담보 목적으로 맡긴 것이니 메리츠의 담보권 행사로 우선변제한 후 남는 돈은 수익권자인 홈플러스에게 돌아간다. 경매에서 경락대금에서 저당권자가 변제를 받고 난 나머지 돈은 소유자에게 반환되는 것과 유사하다. 홈플러스는 자신의 신탁수익권(메리츠가 가져가고 남게 되는 장래의 금전채권)외 다른 자산이 없으니 이러한 수익권을 담보로 해 추가 대출을 요청했으나 메리츠는 이를 거절하고 있다. 메리츠는 회생으로 인해 담보신탁 부동산의 가치가 대출 당시 평가한 금액보다 현저히 낮아져 자신의 우선수익권을 변제하면 남는 돈이 없다고 보고, 홈플러스의 수익권이 담보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나 영업용 부동산 등 사업성 악화에 따라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 경우에는 우선수익권자의 채권금액도 변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선수익권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권 금액이 얼마나 남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우선수익권을 변제하고 남는 수익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달라는 경우 그 조건이 아무리 좋더라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더욱이 이러한 수익권에 담보를 추가로 설정하려면 신탁사와 우선수익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동의 없이 수익권을 담보로 받아도 효력이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진행 중인 형사사건 중에 수익권 관련 사기를 당한 사례가 있다. 의뢰인은 시행사로부터 망가진 사업장의 신탁부동산을 매입했는데, 사후에 알고보니 매도인인 시행사가 매각한 신탁부동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수익권을 다른 채권자에게 담보설정을 해줬음이 밝혀졌다. 의뢰인은 신탁부동산을 매수해 그 부지에 개발사업을 하려고 한 것인데 제3자가 수익권을 담보로 잡은 상태여서 매입하더라도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의뢰인은 우선수익자인 금융기관들의 채무만 변제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전혀 모르는 시행사의 채권자의 채무도 변제해야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신탁부동산 관련 전세사기 등과 관련한 여러 유튜브 영상들을 보니 신탁원부를 봐야 한다는 조언을 하다가 결론은 신탁부동산은 가까이하지 말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만큼 신탁부동산 관련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고 불신이 큰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러나 신탁이라는 제도가 일반화되어 있고 잘 활용하면 많은 장점도 있는 제도인만큼 무조건적으로 멀리할 것이 아니라 법률전문가로부터 사전에 충분한 조언을 받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경IN 칼럼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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