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팅 시대, 다시 돌아온 ‘중국’과 ‘CPU’ 스케일 [권용만의 긱랩]
국내 시스템 톱은 20위 ‘NHN클라우드 CL1’
중국이 세계 컴퓨터 정상에 섰다. 지난 6월 23일(현지시각) 발표된 67번째 슈퍼컴퓨터 톱(TOP)500에 중국의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시스템이 1위를 차지하며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으로 재편되던 슈퍼컴퓨팅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수를 던졌다.

성능 넘어 독자 생태계 증명한 중국 슈퍼컴퓨터의 귀환
이번 슈퍼컴퓨터 톱500에서 1위를 차지한 시스템은 중국 선전시 국가 슈퍼컴퓨팅센터에 구축된 '라인샤인(LineShine: 靈晟)'이다. 라인샤인은 Rmax 기준 2.198엑사플롭스(Eflops) 성능으로 최신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2엑사플롭스 성능을 넘어선 시스템이 됐다. 2위를 차지한 '엘 캐피탄(El Capitan)'보다는 21% 가랑 성능이 높다. 또한 이 시스템은 HPCG(High-Performance Conjugate Gradient) 순위에서도 22페타플롭스로 1위를 기록했으며, HPL-MxP에서도 7.92엑사플롭스 성능으로 4위를 기록했다.
이 '라인샤인'은 기술적으로도 제법 흥미로운 구조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별도의 가속기가 아닌 범용 'CPU'다. 여기에 사용된 CPU는 Armv9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중국이 직접 만든 'LX2' CPU다. 이 LX2는 프로세서당 152코어 다이 두 개로 304코어, 32GB의 HBM, 256GB DDR5 메모리로 구성된다. 프로세서의 소비전력은 대략 690W 정도로 알려졌다. 칩렛 방식을 써서 대형 다이의 부담을 줄이고, HBM과 DDR5 메모리를 동시에 써서 성능 효율을 높인 점이 눈에 띈다.

이 '라인샤인'은 독자 개발한 CPU 중심 구성이라는 데서 눈길을 끈다. 최근 몇 년간 슈퍼컴퓨터에서도 연산 성능 확보에 GPU의 활용이 필수처럼 여겨졌었는데, 라인샤인은 꼭 GPU만이 길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 셈이 됐다. 또한 미국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Arm 아키텍처 기반의 독자 개발 프로세서를 사용한 점에서, 최근 지정학적 문제로 미국 등 서방의 최신 기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슈퍼컴퓨터 연산 역량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도 보였다.
라인샤인과 같은 CPU 중심 설계는 최근 유행이 아닐 뿐이지 없던 개념은 아니다. 비슷한 구성으로 볼 만한 일본의 '후가쿠(Fugaku)'도 제법 오랫동안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톱500의 기준인 '린팩(Linpack)' 워크로드는 FP64 배정밀도 연산을 사용해 AI용 최신 GPU에서의 성능 가속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이에 AMD는 HPC를 위해 FP64 성능을 끌어올린 'MI430X'를 별도로 만들어 이 시장에 대응할 정도다. 이 'MI430X'가 탑재된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디스커버리(Discovery)'는 2029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양성 높아진 슈퍼컴퓨터들, 국내 시스템 최고 순위는 'NHN 클라우드'
중국의 라인샤인이 등장과 함께 1위로 등재되면서 기존 상위권 시스템들의 순위도 조정됐다. 기존 1~4위까지의 시스템은 순위가 하나씩 밀렸고, 6위에는 에니(Eni S.p.A)의 HPC7 시스템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톱500 상위 5대 시스템은 모두 1엑사플롭스 성능을 넘어섰다. 중국은 라인샤인, 미국은 엘 캐피탄과 프론티어, 오로라 등 3대, 독일은 주피터 부스터를 보유했다. 지난 몇 년간 최상위권 성능을 보여주던 일본의 '후가쿠'는 9위로 내려갔다.
상위권 시스템의 기술적 다양성도 눈에 띈다. AMD의 CPU와 GPU 조합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4대로 가장 많았지만, 인텔의 CPU와 GPU를 사용하는 '오로라', 엔비디아 슈퍼칩을 사용하는 '주피터 부스트'와 '알프스', 인텔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H100을 사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글', Arm 기반 자체 프로세서만 사용하는 '라인샤인'과 '후가쿠'까지 다양한 조합들이 등장했다. 공급 업체에서는 HPE가 10대 중 6대의 구축에 관여해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톱500 순위에서 한국은 19개 시스템을 등재해 글로벌 순위로는 6위에 올랐다. 올해 순위에는 국가 AI 인프라 사업에서 구축된 시스템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 눈에 띈다. 국내 시스템으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시스템은 20위에 새롭게 등재된 NHN클라우드의 'NIPA(NHN Cloud)-CL-1' 시스템으로 AMD 에픽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B200 GPU 조합을 사용한다. 25위에 오른 삼성전자의 'SSC-24'는 인텔 제온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H100 GPU를 사용했고, 2025년 6월 18위로 처음 등장해 지금은 25위까지 내려왔다.
39위에 등재된 카카오의 'NIPA()' 시스템은 슈퍼마이크로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 인텔 제온 6960P 72코어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시스템과 달리 정보가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 2023년 11월 22위로 처음 등장했던 네이버의 '세종'은 72위까지 순위가 떨어졌고, 2024년 11월 41위를 기록했던 카카오클라우드 시스템은 74위까지 떨어졌다. 100위권의 마지막 국내 시스템은 삼성전자의 'SSC-21'로 2021년 11위로 등장해 지금은 84위까지 내려갔다.
한편, 에너지 효율을 겨루는 '그린500'에도 국내 시스템이 있다. 삼성전자의 'SSC-24 에너지 모듈'은 HPE 크레이 XD670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 와트당 67.251Gflops(기가플롭스)를 기록해 7위에 올랐다. 2024년 구축된 이 시스템에는 국내 AI 인프라 솔루션 전문업체 엠키스코어(MKISCORE)가 구축에 참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엠키스코어는 20위에 등재된 NHN클라우드의 CL1, 40위에 등재된 CL2의 설계·구축에도 참여했다.
권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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