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는데 식수 걱정…동남아 데이터센터의 그늘[동남아시아 TODAY]

2026. 7. 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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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장

[편집자주] 한국에서 '가성비 관광지'와 '저임금 생산기지'로만 여겨지던 동남아시아가 뜨고 있습니다. 높은 잠재력의 소비시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미중 패권 경쟁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동남아를 모릅니다. 더욱 가깝게 지내야 하는 이웃인 동남아의 정치, 경제, 문화를 서강대 동아연구소 필자들이 격주로 소개합니다.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장

세계가 경쟁적으로 데이터 센터 건설에 나섰다. 동남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구글이 2011년 싱가포르에 처음 데이터 센터를 짓기 시작한 이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로 건설이 확대됐다.

데이터 센터 건립은 2020년 팬데믹 확산으로 전 세계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전기를 맞게 된다. 이를 기점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엔비디아 등은 앞다퉈 동남아에 디지털 센터 건립에 나섰다. 2024년 이후 빅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따른 초대형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선언했다,

그런데 왜 이들은 하필 동남아에 AI 인프라 투자를 하는 걸까. 우선 빅테크 기업들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윈도우 같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현지에서 원활하게 돌리고, 현지 정부와 기업에 서버 공간과 AI 연산력을 빌려주는 클라우드 임대 및 서비스 사업을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다. 이를 '클라우드 리전'(Cloud Region) 구축이라고 한다.

데이터 센터를 지어서 현지에서 직접 서비스하면 중간에 끊기는 일도 없을 것이고,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세상이라지만 태평양 건너에서 보내주는 정보와 영상이 현지에서 서비스하는 것보다 빠를 수는 없다.

빅테크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동남아 현지에 판매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동남아 각국에서는 2022년에 전면 시행된 태국의 개인정보보호법(PADA)처럼 자국민의 정보를 보호하는 조치가 시행 중이거나 강화되는 추세인데, 국외 유출 역시 엄격히 통제한다.

그런데 현지에 데이터 센터를 지으면 이를 우회할 수 있다. 현지인들의 금융·의료 정보, 공공 데이터가 국외로 샐 위험도 없으니 이미 검증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안심하고 임대해 쓰라고 설득할 수 있다. 품질 좋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는 유혹 이면에는 건설과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빅테크 기업에도 매력적인 투자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결국 동남아 기업과 정부가 쓸 AI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다 깔아주는 대신 임대료를 내라는 뜻이고, 거대한 기술 임대 비즈니스를 선점하려는 공격적인 투자인 셈이다.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 카라왕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 센터 내부. ⓒ AFP=뉴스1

그렇다고 해서 현지인들이 빨라진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열광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3월, 태국 라용(Rayong)과 촌부리(Chonburi)의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데이터 센터 개발이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야기한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라용·촌부리 지역은 이미 산업단지와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해 있어서 오래전부터 물 부족 문제가 불거졌는데, 여기에 AI 데이터 센터 이슈가 추가된 것이다.

농업용수와 생활용수가 더욱 부족해지리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배경에는 태국 정부의 적극적인 데이터 센터 유치 정책이 있다. 정부는 동부경제회랑(EEC)을 AI와 클라우드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에다 중국계 기업들도 현지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 건립을 추진해 왔다. 이들이 센터에 쓰는 냉각수로 막대한 지하수와 공업용수를 선점해 물 문제가 크게 불거진 것이다.

비슷한 시위는 올해 2월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걸랑 파타(Gelang Patah)에서도 일어났다. 조호르는 더 이상의 신규 데이터 센터 건립을 금지한 싱가포르를 보완하는 데이터 센터 거점으로 급부상하면서 오라클,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한 지역이다. 시위는 중국 지데이터(ZData Technologies) 데이터 센터 건설 현장에서 일어났다. 기존 조호르 대부분의 데이터 센터가 산업단지에 건설된 것과 달리 이곳은 주택가에서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공사로 인한 소음과 분진이 시위를 촉발한 것이다. 이 시위는 말레이시아가 동남아 최대 데이터 센터 허브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처음 드러난 사회적 갈등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동남아 곳곳에서 벌어지는 데이터 센터와 관련된 크고 작은 분쟁은 AI 인프라와 환경 정의가 부딪힌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날 산업화 시절에는 석유화학 단지라든가 제조업, 도시와 항만 개발 현장에서의 갈등이 환경 문제의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데이터 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인프라 건설이 현지 주민의 물, 전력, 토지 이용을 위협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산업 현장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일자리도 많이 늘어나지 않는 데이터 센터가 현지 주민들에게 달가울 리 없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편하게 이용하는 것보다 당장 내 농장에 댈 물이 없고 마실 물이 부족하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빅테크의 클라우드 리전 구축 사업으로 인해 상수도의 수압이 낮아지고, 마을의 전기가 끊기며, 대기 오염과 소음 공해를 견뎌야 하는 주민들의 기회비용이 훨씬 더 심각하게 부각되는 현실이다.

요컨대 동남아 현지인들은 빅테크의 데이터 센터 건설 붐의 실체가 디지털 혜택(구독·임대)에 비해 일상에서 치러야 하는 '실물 자원의 대가'를 매우 혹독하게 치르는 데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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