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각얼음만 남은 냉동고, 매대엔 PB뿐…파산 기로 선 홈플러스

남소정 기자 2026. 7.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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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홈플러스 가보니
회생 폐지에 매장도 ‘썰렁’
PB상품으로 빈자리 메워
14일 내 2000억 확보해야
노조 “사실상 사형선고”
3일 오후 서울 시내 홈플러스 매장. 채민석 기자

“물건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3일 오후 1시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신선식품 코너를 둘러보던 한 고객이 직원에게 원하는 상품이 있는지 묻자 직원은 잠시 매대를 살펴본 뒤 “요즘은 물건이 많이 안 들어온다”고 답했다. 손님들은 빈 진열대를 몇 바퀴 둘러보다 장바구니를 든 채 발길을 돌렸다. 이날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직후 찾은 매장에는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매장 곳곳에서는 상품이 빠진 빈 매대가 눈에 띄었다. 냉동 돈기스와 인기 치킨 브랜드가 있어야 할 냉동고에는 각얼음만 남아 있었고, 일부 냉동고에는 ‘점검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텀블러와 프라이팬, 도마로 채워진 육류 냉장 진열장도 있었다. 점심시간이면 손님들로 붐비던 분식집은 문을 닫은 채 영업을 멈춘 상태였다.

3일 오후 서울 시내 홈플러스 매장. 채민석 기자

직원들은 재고를 채우는 대신 남아 있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앞으로 당겨 진열하거나 매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나마 채워진 간편식 코너는 앞줄만 겨우 놓여 있었다. 근무하던 직원은 “예전에는 평일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주말에도 한산하다”며 “이제는 고객이 한 명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물건이 안 들어오는 것”이라며 “손님들도 호기심에 왔다가 살 게 없으니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입점업체들도 한산해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매장 안 카페 직원은 “이제는 바로 옆 다이소가 훨씬 사람이 많다”며 “커피도 직원들이 출근하거나 점심 먹고 한 잔씩 사 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 같은 큰 기업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사람 자체가 안 오니 주변 매장 매출도 예전의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경기 남부 등 다른 지역의 홈플러스 매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같은 건물 지상층 쇼핑몰의 북적이는 모습과 대비됐다. 계산대 8곳 가운데 실제 운영 중인 곳은 한 곳뿐이었고, 신선식품 매대 상당수는 비어 있었다.

5년째 입점 매장에서 근무하는 김 모(70) 씨는 “오늘 소식을 듣고 또 막막해졌다”며 “14일 안에 자금을 마련하면 회생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결국 못 갚으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발 디딜 틈도 없던 매장이었는데 지금은 우리 매출도 예전의 40% 수준”이라며 “납품업체들이 물건을 가져오지 않으니 장사도 안 된다”고 했다.

3일 오후 서울 시내 홈플러스 매장. 남소정 기자

이날 매장에서는 직원들도 말을 아꼈다. 계산대와 생선·정육 코너에는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16년째 근무 중인 직원 김 모 씨는 “직원들 모두 막막한 상황”이라며 “나이가 있다 보니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 가결기한 추가 연장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다만 회사는 즉시항고 기간인 14일 안에 약 2000억 원 규모의 DIP(운영자금) 금융을 확보하면 회생절차를 다시 밟을 수 있다며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공개적으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이날 “회생절차 폐지는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에게 사실상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의 즉각적인 자금 투입, 정부의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도 “수십만 명의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걸린 사회적 재난”이라며 공적 자금 투입 등 긴급 회생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남소정 기자 nsj@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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