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 찍으면 3000만원”… 드론업계, 새로운 돈줄 찾았다
하자 분쟁 급증... 드론업체 “소송 금액 높여준다”
외벽 흠집·균열 등 잡아내서 소송 증거로 활용
“단지 하나 계약하면 2000만~3000만원 수월”
“요즘 드론 들고 아파트 단지 하나 계약하면 2000만~3000만원은 수월하게 법니다. 신축 아파트 하자 소송 판이 드론 업계에선 가장 확실하고 단가 높은 시장이에요.”
신축 아파트 하자 소송 시장이 드론 업체들의 새로운 돈줄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사람 눈으로 보지 못해 놓치던 아파트 외벽의 흠집과 균열들을 드론과 인공지능(AI)이 샅샅이 찾아내 소송 증거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드론 기술을 가진 신생 기업들이 아파트 분쟁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분위기다.

◇밧줄 타고 ‘눈대중’ 하던 시대 끝… ‘드론 채증’
과거에는 아파트 하자를 검사할 때 사람이 옥상에서 밧줄 하나에 의지해 내려오거나 눈대중으로 벽을 조사해야 했다. 이 때문에 높은 층이나 사각지대의 균열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최근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소송을 낼 때 드론으로 외벽을 정밀 촬영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는 추세다.
드론 업체들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소송 승소 금액을 높여준다’며 영업하고 있다. 실제로 드론 업체들은 “처음에는 건설사에게 보수금으로 9000만원을 요구하던 전북의 한 아파트가 드론 조사를 거친 뒤 7억2600만원으로 늘었다”, “경기 수원의 한 단지는 소송 금액이 2억3100만원에서 10억2300만원으로 5배 가까이 불어났다”는 식의 비교표를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충 조사해서 손해를 보느니 처음부터 확실한 증거를 들이밀어 건설사를 압박하겠다는 분위기”라며 “아파트 하자 소송에서 드론 데이터는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하자 분쟁 건수는 급증... 연간 5000건 안팎
이 같은 열풍의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아파트 분쟁 수요가 있다.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아파트 하자 분쟁 신청 건수는 2022년 3027건, 2023년 3313건, 2024년 3922건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지난해(2025년)의 경우 10월까지만 집계됐는데도 이미 4333건을 기록해 전년도 1년치 수치를 넘어섰다. 1년 최종 수치는 5000건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싸움판이 커지자 국내 드론 산업 규모도 눈에 띄게 커졌다. 국내 정식 등록된 드론 사업체 수는 2021년 4000여곳 수준에서 2025년 말 기준 6075곳으로 급증했다.
이 중 아파트 외벽 진단 등을 맡는 드론 업체 수는 2022년 520개사에서 2025년 1092개사로 2배 정도로 늘었다. 관련 시장 매출 역시 2022년 831억원에서 2025년 1667억원으로 2배 커졌다. 아파트 하자 소송 시장이 드론 업계의 가장 확실한 먹거리가 된 셈이다.

◇ “머리카락 굵기의 미세 균열도 찾아내”… 로펌과 손잡은 드론 업체의 ‘합작 소송’
드론 업체들은 아파트 하자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들과 손을 잡았다. 로펌이 주민들에게 “소송 비용은 나중에 이기면 받겠다”며 제안하고, 승소할 확실한 무기로 드론 업체의 정밀 촬영에 의존하는 구조다. 로펌이 소송 판을 짜면 드론 업체가 증거를 대는 ‘동업’이 시작된 셈이다.
단가도 드론 조종사의 하루 일당이 아니라, 아파트 동(棟) 수에 따라 매긴다. 보통 아파트 외벽 촬영 비용은 동당 50만~150만원 선이다. 10개 동이 넘는 대단지는 촬영과 분석을 합쳐 1500만~3000만원의 청구서가 나온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게 아니다. 수만 장의 사진을 컴퓨터 속 입체 모델로 만들어 분석하는 전문 업체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드론 영상에 AI 기술을 더해 머리카락 굵기만 한 미세 균열이 몇 동 몇 호실 벽에 생겼는지 정확한 위치까지 뽑아낸다. 법원이 인정하는 완벽한 증거를 만들어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의 기술값을 받는다.
한 드론 스타트업 관계자는 “수천만 원을 들여 건설사로부터 수억 원의 보상금을 더 받아낼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 역시 드론 기술을 도입해 맞불을 놓고 있다. 준공 전후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드론을 띄워 외벽 결함을 자체 보수해 소송 과정에서 ‘트집’을 잡히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대충 때우는 식으로는 주민들의 드론 과학 채증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이제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시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드론 활용은 필수 단계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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