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맛에 스타일을 입히다…한 점 한 점 백자에 담은 품격

2026. 7. 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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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의 핫 플레이스
사진 1
하얗고 깨끗한 백자 그릇 안에 차갑고 맑은 소고기 육수, 그 위에 조각보처럼 곱게 빚은 만두 ‘편수’가 단정하게 떠 있다. 호박과 표고버섯으로 소를 만든 편수는 여름을 대표하는 반가의 전통 요리 중 하나다. 동글동글 부드럽게 익힌 수란과 도톰하고 붉은 대게 살, 아삭한 오이 절임 위에 뽀얀 잣국물을 부어 내는 경주 최씨 가문의 음식 ‘잣수란’에는 고소한 잣 내음과 함께 더운 날 입맛을 돋우는 상큼한 유자향이 번진다. 귀한 양반가에 초대된 듯 제철 식재료로 정성껏 조리한 음식들이 둥근 달처럼 밝은 백자 위에 한 점 한 점 놓인다.

2008년 남산 소월길에서 시작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품 서울’(사진 1)이 최근 청담동으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년 넘게 여러 광고와 잡지의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는 동시에 반가 음식을 연구하고 가르쳐 온 노영희 셰프의 정갈하고 세련된 감각이 담긴 공간이다. “1990년대부터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면서 음식과 어우러지는 테이블 세팅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한국의 식문화가 발전하려면 음식과 함께 일상의 좋은 감각이 우리 스스로에게 배어 있어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 ‘품 서울’을 열었습니다.”

품(POOM, 品)이라는 넉넉한 이름은 한식의 품격을 뜻하는 동시에 입이 3개인 한자의 모양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은은하게 빛나는 한지의 따뜻한 색감, 꽃과 새를 비롯해 자연의 문양을 수놓은 수십 개의 자수 틀로 만든 커다란 샹들리에, 메뉴에 따라 계속 바꿔 나오는 아름다운 식기들, 곳곳에 놓인 도자기와 공예 작품 등 푸드 디렉터의 섬세한 손길이 닿은 여러 요소들이 식사의 분위기를 한층 기분 좋게 연출한다.

사진 2
이곳에선 짧은 계절의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코스에 포함된 메뉴를 매달 조금씩 바꾸어 운영하는데, 요즘엔 여름이 제철인 생선 민어가 테이블에 올랐다. ‘민어 사슬적’은 민어 살을 곱게 다져 양념한 소고기와 함께 지져 낸 궁중 요리로 마치 사슬처럼 생선과 고기를 번갈아 꿰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싱싱한 민어를 포로 떠서 소금에 절인 무와 들기름 소스에 버무린 ‘민어 냉채’, 민어 뼈로 우린 진한 육수에 부드러운 민어 살과 뭉근하게 익힌 채소를 넣어 고추장으로 매콤하게 끓인 ‘민어 감정’(사진 2) 등이 차례로 나온다. “뭐든 뿌리가 튼튼해야 곁가지도 제대로 날 수 있죠. 한식 세계화의 흐름 속, 우리 음식 본연의 아름다움을 정성스러운 반가 요리를 통해 경험해보세요.” 1인 식사 가격은 점심 코스 16만5000원, 저녁 코스 27만5000원이다.

글 이나리 출판기획자, 사진 김태훈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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