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도 맛이다…접시 밖에서 더 기억되는 한식

2026. 7. 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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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식당의 비결] 미국 뉴욕 레스토랑 ‘아토믹스’
금눈돔·감자죽·홍합·김치 등을 한 접시에 담은 ‘한국의 바다와 강’. [사진 아토믹스]
사람들이 별점을 매길 때 최하위인 1점을 주는 경우는 언제일까. 십여 년 간 벤처투자자로 일하며 음식 배달과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 자연스레 수많은 고객 리뷰도 함께 읽었는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 사람들은 좋은 식당은 음식으로 기억하지만, 나쁜 식당은 서비스로 기억한다는 점이다. 별점 1점을 주는 이유 역시 대부분 음식보다 서비스였다.

일상의 식사에서도 서비스가 이토록 중요한데,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며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는 파인다이닝에서라면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세계적인 미식 시상식에는 ‘환대(Hospitality)’ 부문 시상이 따로 있다.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이하 월드50베스트)’에선 ‘Art of Hospitality(환대의 미학)’, 미국 미식계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에선 ‘Outstanding Hospitality(탁월한 환대)’ 부문을 별도로 시상한다.

이번에는 ‘탁월한 환대’로 세계 미식계를 사로잡은 특별한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무대는 미국, 음식은 한식이다. 뉴욕 한복판에서 한식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아토믹스(Atomix)’가 그 주인공이다. 뉴욕타임스가 ‘반드시 경험해야 할 레스토랑’으로 꼽았고, ‘월드50베스트 2025’에선 북미 1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와 ‘월드50베스트’ 모두에서 최고의 환대를 인정받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레스토랑이다. 맛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곳은 많지만, 환대 부문까지 세계 정상에 오른 곳은 많지 않다.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박정은 대표 부부. [사진 아토믹스]
그 길을 개척한 주인공은 박정현 셰프와 박정은 대표 부부다. 많은 레스토랑이 천재 셰프 한 명의 이름으로 기억되지만 아토믹스는 다르다. 박정현 셰프가 미각을, 박정은 대표가 서비스를 설계한다.

입구에서 코트를 맡기고 계단을 내려갈수록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토믹스 팀이다. 모두가 고개를 들어 계단을 내려오는 손님과 눈을 맞추며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딱딱한 정장이 아니라 공간과 색을 맞춘, 편안해 보이는 짙은 회색빛 유니폼을 맞춰 입었다.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색’을 가진 사람은 손님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계단 아래 공간에는 단 14명만을 위한 테이블 하나 뿐이다. 자리에 내 이름이 적힌 작은 환영 카드가 보인다. 그동안 아토믹스를 세 번 찾았는데, 그때마다 카드의 메시지와 이미지가 모두 달랐다. 아토믹스는 예약 과정에서의 질문들이나 이전 방문 기록을 바탕으로 손님을 세심하게 기억한다. 재방문 고객에게는 그 사람만의 이야기를 담은 환영 카드를 준비한다. 카드를 받아드는 순간,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들리는 듯하다.

박정현 셰프의 메뉴들은 한국인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미역국·전·게장·돌솥밥처럼 한국에선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음식들을 파인다이닝 문법으로 표현해낸다. 익숙한 음식을 그대로 내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맛만 남긴 뒤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거나 고도의 테크닉으로 맛의 밀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식이다.

‘아토믹스’의 요리는 여러 겹의 맛이 차례로 펼쳐진다. [사진 아토믹스]
예를 들어 ‘Waters of Korea(한국의 바다와 강)’ 메뉴는 금눈돔과 감자죽·홍합·김치 그리고 초리조 소스를 한 접시에 담아낸다. 각각의 재료는 서로 다른 조리법과 소스로 준비됐고, 한 입 안에서 여러 겹의 맛이 차례로 펼쳐진다. 생선의 담백함 위로 김치의 산미와 감칠맛이 더해지고, 홍합과 초리조는 감칠맛의 층을 한 겹 더 쌓아 올린다. ‘Nuruk(누룩)’이라는 메뉴는 단호박과 간장, 미림을 함께 졸여 만든 소스 위에 방어를 올리고, 아토믹스가 수개월에 걸쳐 직접 배양한 쌀누룩을 곁들였다. 발효가 만들어내는 은은한 향과 감칠맛으로 생선의 풍미를 한층 깊게 끌어올린 요리다.

아토믹스에선 음식보다 이야기가 먼저 시작된다는 점이다. 각 코스가 나오기 직전, 손님은 음식보다 먼저 카드 한 장을 받는다. 카드 뒷면에는 시즌마다 선정된 한국 작가가 해당 요리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그려져 있고, 앞면에는 셰프의 의도와 음식에 담긴 한국 문화와 식재료와 조리 과정이 적혀 있다. 예를 들어 ‘Nuruk’ 카드에는 누룩이 무엇인지, 왜 아토믹스가 직접 몇 달에 걸쳐 누룩을 배양했는지, 요리 안에서 누룩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손님은 매 코스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먼저 읽고, 그 이야기를 맛으로 확인한다.

흥미로운 점 또 하나. 아토믹스는 메뉴 이름을 모두 한국어 발음 그대로 병기한다. ‘Nuruk(누룩)’ ‘Jang(장)’ ‘Gamtae(감태)’ 등. 설명은 영어로 하지만 이름은 한국어로 남겨둔다. 여기에는 “한국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게 한다”는 박정현·박정은 부부 의도가 담겨있다.

‘환대 카드’. [사진 아토믹스]
카드에 담긴 이야기는 요리만이 아니다. 음식을 담아내는 식기 역시 모두 한국 작가들의 작품인데 각 식기가 어떤 작가의 작품인지, 심지어 작가들의 인스타그램까지 함께 소개한다. 한 끼 식사를 마친 외국인 손님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도예가와 디자이너를 알게 된다. 그야말로 한국의 미학을 최대치로 경험할 수 있는 환대다. 식사가 끝나면 이 카드들은 상자에 담겨 기념품처럼 전해진다. 덕분에 손님은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카드를 펼쳐보며 그날의 맛과 이야기를 언제든 다시 꺼내 볼 수 있다.

사실 세계적인 레스토랑 중에는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한 곳들이 있다. 놀라웠고 감탄스러웠지만 굳이 다시 갈 이유는 없는. 반면 아토믹스는 세 번을 다녀온 지금도 다음 계절이 궁금하다.

박희은 자유기고가. 기술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벤처투자자. 전 세계 도시를 오가며 로컬 미식·공간·사람을 통해 문화의 결을 읽는 것을 즐긴다. 셰프를 하나의 창업자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미식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최고의 레스토랑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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