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강 탈락’ 122억 퇴직금은 챙길듯…독일 감독 결국 물러났다

독일축구협회(DFB)는 율리안 나겔스만(38) 감독이 3일(현지시간) 북중미 월드컵 조기 탈락의 책임을 지고 중도 하차했다고 밝혔다. 감독이사회는 이날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협회장이 제안한 계약 해지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협회 측에 따르면 나겔스만은 전날 수뇌부와의 면담에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 언론의 시각은 다르다. 노이엔도르프 회장과 루디 푈러 스포츠디렉터 등 협회 수뇌부가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고 나겔스만은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만 취했을 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독일은 지난달 29일 파라과이와의 32강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부차기까지 갔지만 이를 넘지 못하고 짐을 쌌다. 이번 패배는 뼈아픈 기록 하나도 함께 남겼다. 독일은 그동안 월드컵 본선 승부차기에서 4전 전승을 자랑해 왔는데 메이저 대회 승부차기에서 패한 것은 1976년 유럽선수권 결승 체코슬로바키아전 이후 무려 50년 만이었다.
탈락 직후만 해도 나겔스만은 물러날 뜻이 없어 보였다. 그는 “나는 도망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계속 지휘봉을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마츠 후멜스, 필리프 람 등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앞장서 결과에 책임을 지라는 목소리를 높였고 파라과이전 승부차기에서 주축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를 포함한 여러 선수가 키커로 나서길 거부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팀 내부 분위기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나겔스만은 2023년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임기는 2028년 6∼7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8)까지였다. DFB는 지난해 1월 계약 기간을 연장하며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 계약을 조기 종료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독일이 조별리그를 넘어 32강까지는 진출한 탓에 이 조항이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았고 이 때문에 나겔스만은 1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700만유로(약 122억7000만원) 상당의 퇴직금을 받을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전망했다.
후임 사령탑으로는 위르겐 클롭(59)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DFB는 “후임 선임과 관련해 클롭과 대화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그가 이미 지휘봉을 잡을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클롭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이끌며 분데스리가 2연패(2010-11, 2011-12)와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2012-13)을 경험했고, 이후 2015년부터 2024년까지 9년간 리버풀 지휘봉을 잡아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이듬해 30년 만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며 ‘클롭 시대’의 황금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클롭은 지난해 1월부터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등 여러 축구 클럽을 보유한 에너지 음료회사 레드불에서 ‘글로벌 사커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는데, 대회 초반 중계 도중 “다행히 아직 나겔스만이 팀을 지휘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겨 이미 후임 자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그가 레드불에서 받는 연봉은 약 1천만유로(약 175억원)로 알려졌다. 도르트문트와 리버풀에서 증명했던 재건 능력이 침체에 빠진 독일 대표팀에서도 통할지 유로2028을 앞둔 유럽 축구계의 시선이 클롭의 다음 행보에 쏠리고 있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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