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60% "美 황금기 이미 끝나"…정치·경제 불신 커졌다
"정치폭력 늘어날 것" 양극화 극심
건국 기념행사 주체, 둘로 갈라져
제조업 등 국가 경쟁력 의심 커져
중동戰 뒤 국제사회 리더십 흔들

1776년 7월 4일 토머스 제퍼슨과 존 애덤스 등 미국 주요 인사는 영국으로부터의 13개 식민지 독립을 선언하는 독립선언서를 발표했다. 모든 사람의 평등한 권리와 천부인권을 강조하고 정부 권력은 국민의 동의에서 나온다고 강조한 이 문서는 미국 이념의 뿌리다.
이로부터 250주년이 되는 4일 미국 워싱턴DC에서는 성대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평소 독립기념일보다 네 배나 많은 폭죽(85만 발)을 쏘아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미국인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전성기 지났다”

미국인은 미국의 현재가 예전보다 좋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매년 미국인에게 ‘미국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이들이 현재 미국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묻는다. 2001년에는 “기뻐할 것”이라는 답변이 54%, “실망할 것”이라는 응답이 42%였다. 지난달 설문에서는 “실망할 것”이라는 응답이 77%로 압도적이었다. “기뻐할 것”이라는 답은 19%에 그쳤다. 갤럽은 이런 응답 추세가 인종, 성별, 연령, 소득 수준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많은 미국인은 미국 전성기가 “이미 지나갔다”고 평가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미국의 가장 좋은 시절이 언제냐는 질문에 “이미 지났다”고 답한 비중이 59%로 “앞으로 올 것”이라는 응답(40%)보다 많았다. 미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응답 비중(58%)은 25년 만에 최저치(갤럽 6월 조사)를 기록했다.
부정적 감정이 커진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양극화다. “향후 5년 동안 정치적 폭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 비중은 77%(로이터입소스 6월 조사)에 달한다. 양당 지지자 간 혐오감이 깊어져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도 늘고 있다.
건국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주체가 둘로 갈라진 것도 양극화의 결과다. 트럼프 정부는 10년 전 구성된 초당적 위원회 ‘아메리카 250’을 제치고 공화당을 중심으로 ‘프리덤 250’을 꾸려 격투기 경기 등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CNN은 “미국의 생일 파티가 아니라 특정 정당을 위한 축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념행사를 ‘트럼프 집회’라고 부르며 폭염 속에서도 “아주 긴 연설”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제 자신감도 약해져
건국 이념에 강하게 반영된 정부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은 약화하고 있다. 연방 관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들어 3일까지 총 268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162건)를 훨씬 넘어선 것은 물론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8년(277건)에 육박하는 명령을 1년 반 만에 내놨다.
쏟아지는 행정명령은 의회와 사법부의 기존 권한을 행정부 영역으로 돌리고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해진 연방대법원은 헌법에 정면으로 도전한 관세 문제와 출생시민권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위법,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행정부 권한을 전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경제 자신감도 약해졌다. 객관적으로 미국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다. 증시는 랠리를 펼치고 있고 실업률(6월 4.2%)도 낮은 편이다. 이란 전쟁 등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때와 비교하면 양호하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978년 후 최저치(44.8)를 기록하는 등 미국인은 경제 상황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경제를 낙관한다는 이들도 35%(맥킨지 2분기 조사)에 불과하다. 미국이 제조업을 포기했기 때문에 경쟁력을 잃었으며, 그 원인은 중국 및 동맹국에 있다는 서사도 트럼프 정부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후 유지해온 세계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이란과의 전쟁은 미국이 지상군 투입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다는 것과 동맹 보호 능력이 약화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대의와 대중문화 등 소프트파워를 중심으로 한 미국에 대한 호감도도 급락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36개국에서 벌인 조사에서 미국은 ‘호감’(37%)보다 ‘비호감’(57%)이라는 평가를 더 높게 받았다. “미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답한 비중도 급격히 늘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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