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세계적 석학 조안 트론토 첫 방한…“돌봄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민주적 정치는 시민을 돌보고, 시민은 민주주의를 돌봐야 한다”

조안 트론토(Joan C. Tronto)는 오늘날 세계에서 '돌봄'을 정치와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으로 끌어올린 대표적 정치철학자다. 미네소타 대학교 정치학과 명예교수인 그는 《도덕적 경계들》(Moral Boundaries)과 《돌봄 민주주의》(Caring Democracy)를 통해 돌봄을 여성의 사적 책임이나 가족 내부의 윤리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권력, 정의, 민주주의를 재구성하는 정치적 개념으로 확장해 왔다.
7월 2일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안 트론토 교수 초청 돌봄민주주의 토론회'는 그 관심을 현장에서 확인하게 한 자리였다. 트론토 교수의 첫 한국 방문은 학계와 시민사회, 돌봄 현장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애초 국회도서관 소강당으로 안내됐던 행사는 참석 신청이 몰리면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로 변경됐고, 전국에서 189명이 신청했다. 부산, 울산, 대구 등지에서 참석자가 찾아왔고, 직접 오지 못한 이들은 방송과 중계 여부를 문의했다. 현장에서는 EBS '위대한 수업' 녹화와 국회방송 촬영도 함께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 1부의 주제는 '한국적 돌봄민주주의의 지평과 성찰'이었다. 신영전 한양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조안 트론토 교수가 '돌봄민주주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이어 김보영 영남대 교수, 장숙랑 중앙대 교수, 송다영 인천대 교수가 한국 복지체계, 통합돌봄, 여성주의 돌봄정책의 관점에서 토론을 이어갔다.
축사와 인사말에서는 돌봄을 가족의 책임이 아닌 사회와 민주주의의 기반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어졌다.

당초 개회식 첫 축사 순서에 예정돼 있었으나 국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현장 일정으로 뒤늦게 참석한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돌봄민주주의가 아직 한국 사회와 정치권에는 낯선 개념이지만, 가족과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 책임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돌봄기본법 등 관련 입법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돌봄을 사회권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돌봄을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공의 기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도명 사단법인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이사장은 돌봄을 새로운 사회 전환의 핵심 가치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밝혔으며,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트론토 교수의 방한을 계기로 돌봄민주주의 논의가 더 넓고 풍성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1부에 앞서 《돌봄민주주의》를 공동 번역한 나상원 우석대 교수는 트론토 교수를 "돌봄을 윤리 혹은 정치적 개념으로 확장해 새로운 지평을 넓힌 학자"로 소개했다. 그는 트론토 교수가 유엔과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여러 곳에서 돌봄민주주의를 설파해 왔으며, 이번 방한 기간에도 연세대 강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신영전 교수는 트론토 교수의 핵심 주장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우리는 보통 돌봄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조안 트론토 교수는 민주주의에는 돌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 주장이 오래된 문제의식이면서도 오늘 한국 사회에 매우 혁명적인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한국은 돌봄민주주의로 나아갈 가능성이 큰 나라"

그가 주목한 첫 번째는 한국 시민의 민주주의적 역량이었다. 트론토 교수는 한국 시민과 국회가 법치주의 안에서 권력의 일탈을 저지한 경험을 언급하며, 이를 민주주의가 작동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했다. 두 번째는 의료와 장기요양, 그리고 올해 본격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이다. 그는 한국 시민들이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누리고 있으며 장기요양보험과 통합돌봄의 제도적 진전을 이뤄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평가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도 함께 짚었다. 그는 저출생과 초고령화, 돌봄노동자 부족을 복지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돌봄의 책임을 어떻게 나누고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즉, 돌봄 위기의 해법은 복지제도 확대만이 아니라, 돌봄을 민주주의의 핵심 의제로 다루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왜 돌봄을 필요로 하는가
트론토 교수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되짚으며 현대 민주주의가 애초부터 완전한 포용의 제도로 출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불신의 대상이었고, 근대 민주주의 역시 여성, 노예, 무산자, 종교적 소수자 등을 배제해 왔다.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시민의 범위는 점차 확대됐지만, 정치는 여전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를 통치하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시민의 필요보다 부의 이해관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트론토 교수는 이를 '신자유주의'보다 '부의 돌봄'(wealth-care)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정부와 정치가 부의 성장, 이윤, 자산 증식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을 때 돌봄은 비용으로 취급되고, 돌봄노동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조건 속에 밀려난다는 것이다.
특히 돌봄을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실제 돌봄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상태를 그는 오래전부터 '특권적 무책임성'(privileged irresponsibility)이라고 불러왔다. 돈을 내고 돌봄을 구매하는 사람은 좋은 돌봄을 원하지만, 동시에 돌봄노동자의 임금과 비용은 낮게 유지되기를 바란다. 이 모순이 돌봄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트론토 교수는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민주주의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돌봄민주주의란 사회 안의 돌봄책임을 정의롭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정치의 중심을 경제성장과 경쟁에서 돌봄책임의 재조직으로 옮기고, 돌봄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몫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돌봄민주주의는 단순히 복지 예산을 늘리자는 주장이 아니다. 시민들이 함께 '좋은 돌봄'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 모두가 배제되지 않는 정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도 돌볼 수 있고 돌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질 때, 사회는 분노와 배제 대신 연대와 책임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출생·고령화·돌봄노동자 부족을 다시 묻다
첫 번째는 저출생이다. 트론토 교수는 출생률 하락을 무조건 국가의 위기로 규정하기보다 먼저 "왜 위기인가, 누구에게 위기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을지, 언제 낳을지는 여성과 남성이 스스로 결정할 자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실제로 원하는 자녀 수보다 적게 낳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를 사람들이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기 어려운 사회라는 신호로 해석했다. 따라서 단순한 출산장려금보다 육아 친화적인 사회 환경을 만들고, 부모가 함께 돌봄을 나누며 충분한 육아휴직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고령화다. 트론토 교수는 고령화를 '위기'로 규정하기 전에 먼저 "그것이 누구에게 문제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대수명이 늘고 더 많은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은 오히려 축하할 일인데도, 사회가 노인을 생산성이 떨어진 존재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부담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노년을 특별한 예외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고령자도 지역사회에서 계속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를 설계하는 것이 돌봄민주주의의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교통과 주거, 공공공간 등 일상의 환경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는 돌봄노동자 부족이다. 트론토 교수는 돌봄노동자 부족 역시 단순히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돌봄노동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여성과 가족에게 집중됐던 돌봄 책임을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이 돌봄을 일부 도울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며, 남성의 돌봄 참여를 확대하고 돌봄을 특정 개인의 희생이 아닌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론토 교수는 특히 '시간'을 돌봄민주주의의 핵심 자원으로 제시했다. 사람들이 돌보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돌보지 못하는 사회라면 좋은 돌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부모가 자녀를 돌보고 가족이 서로를 돌볼 수 있도록 노동과 학교의 시간을 재구성해야 하며, 돌봄은 복지정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보영 교수, "한국 복지체계, 돌봄의 필요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첫 토론에 나선 김보영 영남대 휴먼서비스학과 교수는 '한국의 복지체계는 돌봄의 필요에 응답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돌봄 관련 예산과 제도는 꾸준히 확대됐지만, 시민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돌봄은 여전히 부족하며 현재의 복지체계도 돌봄의 필요를 중심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돌봄체계가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돌봄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노인돌봄과 장애인돌봄 등 공공 돌봄서비스는 꾸준히 확대됐지만 돌봄 부담은 여전히 가족과 지인에게 집중돼 있고, 현장에서는 인력과 재정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가 차원에서는 돌봄 재정이 계속 늘어나면서 돌봄을 사회적 권리보다 재정 부담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한계의 원인으로 한국 사회의 '부의 돌봄'과 중앙집권적 복지체계를 꼽았다. 생산 중심의 발전국가 체제 속에서 돌봄은 가족의 책임으로 남았고, 중앙정부가 사업별로 제도를 확대하면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돌봄 필요보다 중앙사업 수행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이후에도 제도와 서비스가 따로 움직이는 '분절된 통합돌봄'에 머물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대안으로 기존 제도를 일부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돌봄의 필요에 응답하는 새로운 공적 돌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건의료기관, 사회서비스원, 지역사회, 가족, 시장, 노동자가 함께 참여하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통해 돌봄의 책임과 권한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숙랑 교수, "돌보는 의료가 통합돌봄의 출발점"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는 '통합돌봄의 시작, 돌보는 의료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한국 의료체계에서 돌봄이 배제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의료는 원래 돌보는 세계의 일부여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치료에 집중하면서 돌봄을 의료 밖으로 밀어냈다"며 이제는 의료 안에서 돌봄을 회복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돌봄이 병원 입원으로 대체되는 구조가 고착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병상수가 가장 많은 수준이고, 대부분의 사람이 의료기관에서 생애 마지막을 맞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병원을 원해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돌봄과 의료를 충분히 받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를 '돌봄의 의료화'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가 담당해야 할 일상 돌봄과 생애 말기 돌봄이 병원으로 집중되면서, 병원은 돌봄의 역할까지 떠안게 됐지만 정작 의료 안에서도 돌봄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원 치료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만 간병은 여전히 가족이나 개인의 부담으로 남아 있고, 그 결과 가족의 경제적·신체적 부담과 간병노동의 열악한 처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돌보는 의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 중심의 행위별 수가체계를 넘어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재활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직이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다학제 체계를 구축하고, 사례관리와 건강교육, 가족 상담, 방문의료처럼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돌봄 활동도 정당한 의료행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다영 교수, "돌봄정의와 젠더정의가 함께 가야 돌봄민주주의도 가능하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주의 관점에서의 돌봄정책 새판 짜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트론토 교수의 돌봄민주주의가 돌봄을 여성이나 가족의 책임이 아닌 민주주의와 시민권의 문제로 확장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인간은 누구나 생애 어느 시점에는 돌봄이 필요한 존재이며, 돌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기반이라고 했다. 따라서 돌봄은 단순히 복지서비스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돌봄을 받고 누가 돌봄을 제공하며 그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함께 결정하는 사회적 정의의 문제다.
특히 돌봄정의와 젠더정의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돌봄을 받을 권리뿐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도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돌봄이 특정 성별이나 가족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돌봄정의도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돌봄정책은 노인과 장애인, 아동처럼 대상별로 제도를 나누고 있어 실제 생활세계에서 벌어지는 돌봄 현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가정 안에서도 부모와 자녀, 배우자를 동시에 돌보는 복합 돌봄이 늘고 있는 만큼, 생활세계 중심으로 돌봄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교수는 돌봄을 받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돌봄자와 돌봄노동자가 정책 결정 과정에도 참여하는 민주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돌봄정의와 젠더정의가 함께 실현될 때 비로소 돌봄민주주의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으로 돌아가는 돌봄, 시민권의 문제로 다시 봐야 한다"
세 토론자의 발표를 들은 뒤 트론토 교수는 한국의 현실이 자신이 강연에서 설명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론자들의 발표가 결국 모두 가족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노인이 가족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가족 안에서 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되며, 국가와 사회가 맡아야 할 돌봄이 다시 가족에게 돌아가는 현상은 모두 같은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트론토 교수는 이어 노인의 시민권을 유지하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돌봄을 가족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보다 지역사회 안에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트론토 교수는 돌봄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통합하지 않으면 좋은 돌봄 시스템을 만들기 어렵다며, 돌봄은 위에서 관리(management)하는 대상이 아니라 아래에서 함께 키워가는 '가꾸기(cultivation)'에 더 가까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식이 더 지속가능한 돌봄체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어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다면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 그리고 현장에서 제도의 한계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며, 해결책도 그들의 경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민주주의는 한국 사회의 다음 질문이다
1부의 마지막에서 신영전 교수는 트론토 교수의 말을 다시 인용했다. "돌봄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돌봄을 중심에 놓는다면 진정한 평등으로 살아가기를 열망할 수 있다." 그는 이날 이곳에 모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석학의 강연으로 함께한 이번 토론회는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와 저출생, 가족돌봄 부담, 돌봄노동의 저평가, 의료와 복지의 분절을 어떻게 민주주의의 문제로 다시 읽을 것인가를 묻는 자리였다.
트론토 교수는 한국을 돌봄민주주의로 나아갈 가능성이 큰 나라로 평가했지만, 그 가능성은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돌봄통합지원법의 시행, 장기요양보험의 발전,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실험은 중요한 출발점이었으나, 돌봄을 여전히 가족과 여성, 저임금 노동자, 지역의 취약한 인프라에 떠넘긴다면 돌봄민주주의는 선언에 머물 수밖에 없다.
돌봄민주주의는 돌봄을 받는 사람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희생만 요구하지도 않는다. 돌봄의 책임을 가족이나 특정 집단에 떠넘기지 않고 시민 모두가 함께 나누는 민주주의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이날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것은 세계적 석학 조안 트론토를 향한 관심만이 아니었다. 돌봄을 복지의 주변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문제의식 또한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Copyright © 본 기사의 저작권은 디멘시아뉴스에 있으며, 사전 동의 없는 무단 복제·배포·전송·변형을 일체 금합니다.
- [현장] “누가 대신 결정할 것인가”…초고령사회 노인복지의 핵심 쟁점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
- [현장] 통합돌봄 시작됐지만 주거·돌봄은 여전히 분절…초고령사회 해법 ‘생활권 재설계’ -
- [현장] 치매 정책, “돌봄권·당사자 중심 전환 필요”…보사연 연구위원이 짚은 핵심은 - 디멘시
- [기자의 눈] '치매 돌봄' 없는, 치매 이름 내건 국회 토론회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미국판 통합돌봄’ 제도...한인 사회서 외면받은 이유는?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통합돌봄 시작됐지만…시행 초기 쟁점은 ‘이것’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돌봄, 시설 밖으로 나올까…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취약지부터 적용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이혜주 칼럼] 돌봄의 시작과 완성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인터뷰] 김호성 진료과장, “죽음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가 만든 결과” - 디멘시아뉴스(dem
- “25년 돌보다 결국…” 치매 간병, 왜 같은 일이 반복되나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