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쿠팡 차별' 주장 적극 반박…안보협력 영향 차단 주력
정부 "계속 설득하겠다"…기존과 같은 대응만으로는 한계 관측도
![쿠팡 서울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3/yonhap/20260703163306873yztq.jpg)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처리를 둘러싼 한미 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한미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미국 의회뿐만 아니라 백악관까지 쿠팡을 노골적으로 두둔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원자력을 비롯해 한미 간 전반적인 협력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3일 브리핑에서 "쿠팡에 대한 조사는 모두 국내법상 적법절차에 따라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적에 따라 기업활동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거나, 누구를 표적화해 조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 일각과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 삼아 미국 기술기업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다시 제기되자 청와대가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전날에도 박일 외교부 대변인이 미 하원 법사위원회 보고서가 쿠팡 측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했다고 지적하며 유감을 표했고, 국가정보원도 보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는 등 이틀 연속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대응하는 배경에는 쿠팡 사건에 대한 미국 측의 문제 제기가 한국 정부의 그간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앞서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쿠팡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쿠팡의 잘못은 눈감은 채 한국 정부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쿠팡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반영했다.
이어 백악관 당국자도 2일 언론의 논평 요청에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들을 차별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어떤 합리적 잣대를 적용하더라도, 이재명 정부는 쿠팡을 콕 찍고 있다(single out)"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는 의회 일부 의원만 쿠팡을 위해 목소리를 냈지만, 지난 2월 하원 법사위가 쿠팡의 해롤드 로저스 한국법인 임시 대표를 출석시켜 증언을 들었고, 지난 4월에는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무려 54명이 쿠팡 같은 미국 기업 차별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보냈다.
![하원 법사위 증언 출석하는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3/yonhap/20260703163307066vqwi.jpg)
정부는 주미대사관을 중심으로 미국 정부와 의회에 정부 입장을 설명하며 미국 측의 인식을 바꾸려고 하고 있지만, 쿠팡의 로비력에 역부족인 모습이다.
쿠팡 문제, 그리고 한국 정부의 대미 투자 이행 속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이 쌓이면서 핵추진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와 같이 정부가 우선순위를 둔 한미 안보 협력에도 영향을 미쳤고 관련 협의가 한때 지연되기도 했다.
한미 간 원자력 협의는 결국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개최됐고,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노력 때문인지 쿠팡 문제는 최근까지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22일 간담회에서 "쿠팡 문제는 한미 정부 당국 간에는 어느 정도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면서 "한미 양국 외교 당국 간에는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해서 이런 기업의 실정법 위반 문제가 과도하게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동안 쿠팡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백악관까지 한국 정부 비판에 가세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를 관리하기보다는 쿠팡의 입장을 한국에 관철하는 데 더 관심을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측이 법사위 보고서에서 한국이 한미 조인트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명시된 한미 정상 간 무역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쿠팡 문제를 더 키우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미국 측이 쿠팡 문제를 빌미로 또다시 원자력 협의를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가 두 사안을 연계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해도 한국에 대한 의회의 부정적인 시각이 커질 경우 협력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현재 외교부는 원자력 협력을 논의할 2차 협의를 이달 중 미국에서 개최하려고 미국 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정부는 쿠팡 문제가 더 커지지 않도록 미국 측을 계속 설득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위성락 실장은 "이 사안이 과도하게 커져서 다른 한미관계 영역에 파장이 없도록 노력하고자 한다"며 "한미 간 여러 다른 이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격리·분리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 및 의회에 관련 내용을 지속 바로잡아 나갈 예정이며, 미국 디지털 기업을 비차별적으로 대우한다는 한미 조인트팩트시트 상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 중임을 적극 설명할 것"이라며 "동 사안이 계속해서 한미 양국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안을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한국 정부보다는 쿠팡의 주장과 로비에 더 귀를 기울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기존과 같은 설명과 대응만으로는 별 효과가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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