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인기인 이 만화... 알고보니 푸틴 선전물?

김혜민 기자 2026. 7. 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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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의원들 ‘마샤와 곰’에 대해 방영 중단 촉구
곳곳에 친러시아·친소련 코드 숨은 ‘앙증맞은 선동물’

영국 의원들이 자국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러시아 애니메이션이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선전 선동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초당적으로 정부에 방영 중단을 촉구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해 온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콘텐츠에 대한 초당적 보이콧 움직임은 이례적인 일이다. 3일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중도 성향 야당인 자유민주당의 톰 고든 의원을 비롯한 하원의원 50여 명은 러시아 애니메이션 ‘마샤와 곰’에 대해 영국 내 방영과 스트리밍 중단을 검토해 달라는 서한을 리사 낸디 문화부 장관에게 보냈다. 어린이 만화로 포장돼 있지만 사실상 러시아 체제를 미화하는 선전 선동물이라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마샤와 곰'에서 주인공 마샤가 소련 국경 수비대를 연상시키는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 /유튜브

‘마샤와 곰’은 장난기 가득한 어린 소녀 마샤와 덩치 큰 곰이 숲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러시아계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애니마코드에서 만들어 2009년부터 전 세계 주요 방송국 및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다. 2018년 한 에피소드의 조회 수가 33억회를 돌파하며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애니메이션’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서한에서 “앙증맞게 보이도록 꾸며진 러시아 프로파간다”라면서 논란이 되는 장면을 언급했다. 먼저 주인공 마샤가 탱크를 운전하는 전차병 복장 또는 소련 시대 군복처럼 보이는 복장을 한 점을 지적했다. 의원들은 “이 복장은 소련의 비밀경찰 기관인 내무인민위원회(NKVD)와 연관되어 있다”며 “NKVD가 대규모 추방, 처형, 수천만 명에 대한 박해를 주도했다”고 했다. 이런 묘사를 통해 주 시청층인 미취학 아이들에게 소련과 러시아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이식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마샤와 곰’의 스트리밍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세금 형태로 러시아에 흘러들어가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에 일조하고 있다”고도 했다. 서한에 이름을 올린 의원 50여 명의 소속 정당은 집권 노동당과 제1 야당 보수당, 녹색당 등 정파를 초월했다. 또 스코틀랜드국민당과 플라이드컴리(웨일스당) 등 지역 정당도 있었다.

애니메이션 '마샤와 곰'에서 주인공 마샤가 전차병을 연상시키는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 /유튜브

의원들뿐 아니라 영국 언론들도 해당 애니메이션에 러시아 선전물로 의심될 만한 장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마샤가 소련 국경 수비대를 연상시키는 모자를 쓰고 당근을 훔치려 하는 토끼를 쫓아내는 설정을 통해 무력 사용은 정당한 국경 수비라는 러시아의 입장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더 타임스는 2018년 전문가를 인용해 “마샤는 거침없으며 자신의 작은 체구에 비해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캐릭터”라며 “마샤에게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연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영국에 앞서 러시아와 갈등 관계에 있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마샤와 곰’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분출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는 ‘마샤와 곰’에 대해 “단순한 만화가 아니라 러시아 소프트 파워의 도구”라며 “마샤의 행동을 통해 다른 국가의 전통을 폄하하고, 소련 군국주의를 정상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소련 강제병합기를 겪었던 에스토니아도 외무장관이 “‘마샤와 곰’은 친러시아 및 군국주의 메시지를 내포한 아동용 콘텐츠”라고 했다.

최근 넷플릭스가 마샤와 곰의 새 시즌을 방영하기로 계약하고 100여 지역에 대한 유통 라이선스를 연장하며 논란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작품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탈을 쓴 러시아의 정치 선전 도구”라며 “넷플릭스가 이번 결정을 다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프로파간다 논란에 대해 제작사 애니마코드는 “허위 사실 유포이자 명예훼손”이라며 “정치적 메시지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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