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 팔다 중국 납치된 홍콩 서점 주인, 대만에서 별세

박은하 기자 2026. 7. 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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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홍콩 귀환 후 기자회견
납치 알리며 언론 자유 상징으로
2019년 반송환법 시위 도화선
중국 본토로 납치됐다 8개월 만에 돌아온 홍콩 서점 주인 람윙케이가 2016년 6월 서점에 내걸린 다른 실종자 사진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팔다 중국 본토로 납치돼 언론 자유 문제의 상징이 됐던 홍콩 서점 주인 람윙케이가 대만에서 사망했다. 향년 70세.

3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람은 지난 2일 타이베이 맥케이 메모리얼 병원에서 사망했다. 람은 지난해 폐암이 재발해 투병해 왔다. 홍콩의 민주파 변호사 클라우디아 모는 소셜미디어에서 “내 친구 람이 폐암으로 사망했다”고 적었다.

람은 홍콩 코즈웨이베이 서점의 점장이던 2015년 말 다른 직원 4명과 함께 실종된 뒤 이듬해 중국 본토에서 발견됐다. 서점 직원 5명이 각각 다른 곳에서 실종되면서 중국 본토에서 공산당 지도부의 사생활 등을 폭로한 ‘금서’를 판매한 혐의로 납치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다. 당시 홍콩과 중국은 범죄인 송환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실종 8개월 만인 2016년 6월 홍콩으로 돌아온 람은 민주파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중국 당국에 납치돼 부당하게 감금됐다고 폭로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는 2015년 10월24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검문소에서 신분증을 빼앗기고 선전 경찰서로 끌려갔다가 다시 저장성 닝보로 옮겨졌다.

그는 24시간 감시를 받으며 가택연금 상태를 놓였고 가족과 연락하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요구받았다. 람은 코즈웨이베이 서점에서 취급하는 서적의 집필자와 구매자 명단을 중국 측에 넘긴다는 약속을 하고 홍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홍콩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며 “내가 말하지 않으면 (홍콩의 자유가) 더 나빠질 것이 걱정돼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람의 폭로는 홍콩 안팎에 큰 파장을 낳았다. 홍콩에서 반중여론이 일었으며 아나키스트 성향의 국제 해커 그룹인 어노니머스 일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유튜브에서 중국 공산당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중국과 홍콩이 2019년 범죄자 인도 조약을 체결하자 코즈웨이 베이 서점 사건이 대대적으로 다시 상기되며 ‘반송환법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람은 2019년 신변의 위협을 느껴 대만으로 이주했다. 타이베이에서 연 서점에서도 건물에 붉은 페인트칠을 당하는 등 위협이 이어졌다. 홍콩의 독립서점들은 현재도 현지 공안당국의 주된 감시 대상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람윙케이의 별세는 매우 슬프지만 그가 남긴 용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만은 홍콩의 한 서점 직원이 가장 평범하면서도 확고한 방식으로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세대를 거듭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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