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파산 수순에 MBK 벼랑 끝…유통계 '대혼란'

정용진 2026. 7. 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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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회생절차 폐지…법원 "자금 조달 가능성 부족"
인수자도 운영자금도 막혀 파산 가능성 커져
협력사 연쇄 피해 우려…정부 긴급 유동성 지원
MBK 중징계 수순…사모펀드 책임론 확산되나

[지데일리] 마트 업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홈플러스가 결국 생존의 마지막 문턱마저 넘지 못했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폐지하면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파산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중징계 절차까지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는 한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국내 사모펀드 시장과 유통산업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한때 고객으로 북적이던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지데일리DB


서울회생법원은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수정 회생계획안의 이행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핵심 근거는 운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조달 실패다. 법원이 회생 유지의 최소 조건으로 제시했던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인수·합병(M&A)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 가능성을 높이려 했다. 특히 기업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잔존 사업을 인수할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오프라인 대형마트 산업의 성장성이 둔화된 점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회생절차가 종료되면서 홈플러스는 더욱 거센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그동안 회생절차 아래에서는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이 제한됐지만, 이번 결정으로 법적 보호막도 사라졌다. 금융기관과 거래업체들의 채권 회수가 본격화될 경우 영업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파산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 착수했다.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를 막기 위해 44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근로자 지원 대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대금 회수 지연이나 거래 중단에 따른 자금난을 우려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 유통기업 한 곳의 위기가 공급망 전체의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경영 문제를 넘어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제재와도 맞물려 있다.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에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 방침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심 심의는 마무리됐으며 최종 처분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쟁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조건 변경 과정이다. 금융당국은 MBK가 RCPS 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출자자(LP)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낮춘 것은 아닌지 들여다봤다. 반면 MBK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판단이었으며 해당 상품도 일반적인 RCPS와 성격이 다른 증권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금융위원회 판단과 행정소송 여부에 따라 논란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직무정지 처분이 최종 확정된다면 이는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GP)에 대한 첫 중징계 사례가 된다.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과 경영 책임, 투자자 보호 의무를 둘러싼 기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투입된 거래 구조에 대한 감독 기준도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홈플러스 사태는 국내 유통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변화도 보여준다. 온라인 플랫폼과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으며,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모델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다. 여기에 과도한 차입을 활용한 인수 방식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이 장기 경쟁력 확보보다 재무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한 기업의 회생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이후 경영 책임, 투자자 보호 장치, 유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까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며 "과연 인수자가 나타날지 파산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기업 회생 제도의 실효성과 사모펀드 운용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시험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남게 될 전망"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