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금지됐던 ‘책 읽는 기쁨’…끈질기게 읽어온 여성 독자의 역사[플랫]

플랫팀 기자 2026. 7. 3. 15: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읽는 여성의 역사
최현미 지음
어크로스 | 352쪽 | 1만9800원
1892년 그려진 책읽는 여성의 일러스트. 이미지컷

최근 텍스트힙의 중심에서 여성 독자들이 활약하는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책 읽는 여성’은 오랜 시간 부정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여성이 글을 배우면 가사 노동을 소홀히 하거나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읽는 여성의 역사>는 오랜 금기와 탄압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읽고 쓰며 세계를 확장해온 여성 독자들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30여년간 일간지 문화부에서 책 담당 기자로 일한 저자는 수천년 동안 이어져온 여성들의 끈질긴 ‘읽기’와 그 너머에 있는 여성 독자의 힘에 주목한다.

책은 바빌로니아 신전에서 문서를 읽고 기록한 여성 서기관부터 배움을 위해 은둔을 택한 중세 수녀들, 지적 능력을 질시당해 마녀로 몰린 여성들과 죽어서야 이름을 남긴 조선의 여성 학자들까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여성 독서의 역사를 복원한다. 홀로 읽는 사적 독서 시대를 연 중세의 ‘시간 기도서’, 비녀를 맡기면서까지 소설을 빌려 읽던 조선 후기의 세책점, 일제강점기 여성 독서회는 여성들이 읽기를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의 문을 두드렸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여성 독서의 여정은 ‘막아서는 역사’와 ‘나아가는 역사’의 충돌이었다. 여성의 대학 입학이 금지됐던 15세기 폴란드에서 나보이카는 죽은 오빠의 이름으로 대학에 들어가 학문을 익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찰스 디킨스 초청 만찬에서 입장을 거부당한 여기자 제인 커닝엄 크롤리가 결성한 미국의 북클럽 ‘소로시스’는 여성참정권 등 사회적 의제를 이끄는 시민운동으로 성장했다. 여성 읽기의 역사는 주목받지 못하고 지워진 여성이 주인공인 역사이자, 지성사이며 권리 운동사라고 저자는 말한다. 동시에 평범한 독자들이 매일 일상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읽었던 모든 시간의 기록이라고 말이다.

▼ 노정연 기자 dana_fm@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