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 상향' 이끌었나…4년 후까지 모른다 [불장의 이면⑦]
강세장 이면과 위험요인 7편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상향
국민 노후 좌우할 중대 결정
참석 위원은 19명 중 15명
위촉직 위원 4명 참석 안 해
찬성, 반대 누가 했는지 깜깜이
어떤 논의 했는지도 공개 안 해
4년 후까지 법으로 공개 막아
# 국민연금이 70조원 규모의 매도 물량을 쏟아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높이면서 잠정 중단했던 리밸런싱(조정)을 7월부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217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코스피지수의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 그러자 시장 안팎에선 국민연금이 5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한차례 더 높인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돕니다. 그렇다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끌어올린 주체는 누구일까요? 그들은 어떤 논의를 거쳐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성을 바꾼 걸까요?
# 더스쿠프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결론을 살짝 귀띔하면, 국민연금 측은 정보공개 청구건 대부분을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불장의 이면' 7편입니다.
☞ 視리즈_불장의 이면
1편 하락장에 베팅하는 사람들, '포모'의 그림자
2편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위험한 역설
3편 '증시 방정식' 흔드는 외국인 투심
4편 탈출 아닌 리밸런싱… '25거래일 투심'의 기록
5편 "안전판인가 불쏘시개인가" 국민연금 논쟁
6편 국내 주식 비중 상향한 국민연금을 향한 질문
7편 누가 '국내 주식 비중 상향'에 이끌었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3/thescoop1/20260703145701814ndrg.jpg)
참고로 올 4월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 규모는 419조5000억원이었습니다. 여기에 변동폭 1%포인트를 적용하면 해당 자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419조5000억원×1.0%=4조1950억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바꾸는 게 그만큼 중요한 결정이란 얘기입니다.
■ 의문➀ 국민연금 기금위 누가 참석했나 =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어떤 과정을 통해 누가 결정했는지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금위 회의에 누가 참석했고, 누가 찬성했으며,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이란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지점입니다.
국민연금 측은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느냐'고 항변할지 모릅니다. 과연 그럴까요? 국민연금이 제5차 기금위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을 보시죠. "기금의 수익성과 안전성, 기금운용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바탕으로 목표 비중의 현실화(14.9%→ 20.8%)에 나섰다." 어떤가요? 만족스러우신가요? 최소한 누가 이 결정 과정에 참여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더스쿠프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조정한 '(제5차) 기금위 참석 위원 명단'을 확인했습니다. 현재 기금위 위원은 총 21명입니다. 위원장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한 정부 당연직 위원 7명과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 대표, 관계 전문가로 구성된 14명의 위촉직 위원입니다. 현재는 2명이 공석 상태여서 19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참고: 사용자 대표인 대한상공회의소 위원, 지역 가입자 대표인 소상공인연합회 위원이 공석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대폭 상향한 기금위엔 누가 참석했을까요? 더스쿠프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금위엔 전체 위원 19명 중 15명이 참석했습니다. 참석률은 78.9%였습니다.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회의였지만 기금운용위원의 3분의 1가량인 4명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 4명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수협중앙,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속한 위촉직 위원이었습니다. 위촉직 위원 14명 중 8명만 참석한 상태에서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끌어올리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이 불참한 건 눈여겨볼 지점입니다.[※참고: 기금위는 위원 중 과반이 출석하면 회의를 시작할 수 있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합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3/thescoop1/20260703145703341vdlr.jpg)
그렇다면 국민은 제5차 기금위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를 언제쯤 알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4년은 더 지나야 할 듯합니다. 제5차 기금위 회의록은 2030년에야 열어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측이 국민연금법 제103조의2(운용위원회의 회의록)에 따라 회의록을 4년 후 공개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좌우할 중대한 결정의 논의 과정이 4년 동안 봉인되는 셈입니다.
[※참고: 국민연금 기금위 회의록은 1년이 지난 후에 공개하는 게 기본 원칙입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안건은 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4년 후에 공개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한편에선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을 국민 스스로 검증할 기회를 법적으로 박탈한 격'이란 비판을 내놓습니다. 또다른 한편에선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증시 부양이란 정부 정책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던집니다. 좀 더 자세히 들어볼까요?
은성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의 말입니다. "자산배분은 기금위의 핵심 의사결정 사안이다. 수익과 손실의 책임을 지는 것도 위원회의 몫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하는 안건을 사전에 충분히 논의했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국내 주식 부양과 주가 방어 등을 위해 기금위를 거수기로 쓰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민연금 측은 제5차 기금위에 참석한 위원 중 누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하는 안건에 찬성하고 반대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는 4년 후에야 알 수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3/thescoop1/20260703145704659rtdt.jpg)
실제로 현재 기금위 위촉직 위원 중에서도 투자 전문가는 많지 않습니다. 충분한 전문성과 정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의사결정보다는 정부가 만든 안건을 승인하는 절차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진규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상향이 국내 증시 부양이라는 정책적 가이드라인에 밀려 결정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당연직과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이뤄진 기금위를 금융투자 전문가 중심의 상설독립기구로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과연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상향 조정한 국민연금의 선택은 '알찬 열매'로 이어질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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