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간다] ‘두 차례 합격’ 무효라는 한국전력…새우등 터진 납품업체 “보복성 조치”
[앵커]
제보와 이슈 현장에 무조건 갑니다.
이번주부터 무간다를 새로 맡게 된 나경렬 기자, 어서오세요.
나 기자, 첫 번째 무간다 현장 어디인가요.
[기자]
한국전력 본사와 한전 납품업체들이 모여 있는 전라남도 나주를 다녀왔습니다.
한전과 납품업체, 그리고 시험 인증기관 사이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먼저 영상부터 보고 오시죠.
[앵커]
정리를 해보면, 국가 공인시험기관에서 두 번이나 이 전력 기자재가 안전하다,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는데도 한전이 이를 부적합 판정을 했다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공공기관 사이 갈등, 의견 불합치로 중소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받고 있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앵커]
궁금한 점, 하나씩 풀어보죠.
한전은 왜 잘못된 시험 결과라고 하는 건가요?
[기자]
국가 공인시험기관이 “시험 순서를 지키지 않았다”는 겁니다.
가공용 개폐기 인증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두 가집니다.
개폐기가 정상 작동하는지 보는 부하전류개폐시험, 고장이 발생해 거대한 고장 전류가 흐를 때, 어마어마한 전류가 흐른다고 하거든요.
이를 강제로 차단할 능력이 있는지를 보는 정격투입전류시험입니다.
쉽게, 부하전류개폐시험은 권투 용어인 잽, 정격투입전류시험은 어퍼컷으로 비유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인증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선, 개폐기가 잽 200회, 어퍼컷 5회를 버텨야 합니다.
한전은 순서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반드시 잽 200회 시험 이후 어퍼컷 5회 시험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앵커]
이 업체는 강한 전류가 흐르는 어퍼컷, 그러니까 정격투입전류시험부터 받았나 보죠?
[기자]
네, 맞습니다.
통상적으로는 잽, 어퍼컷 순으로 시험이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 업체의 경우 입찰 등록 마감 일정이 촉박해서 순서를 바꿨습니다.
시험 순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본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국가 공인시험기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보신 대로, 한전이 ‘부적격’ 판정을 하자, 인증기관은 기술위원회를 열어 해당 인증의 적정성 여부를 다시 따졌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기술검토의견서인데요. 의견 3을 보면, “순서를 바꾸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음”이라고 돼 있습니다. 한전과 충돌하는 지점이죠.
결론에선 해당 업체가 받은 시험이 “더 가혹한 시험조건이므로 적합함을 알려드린다”고 써 있습니다.
업체도 이 부분이 가장 억울하다는 입장인데, 들어보시죠.
<정영옥 / A 납품업체 사장> “순서 관계 없다고 해서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는데 지금 주장하는 것은 왜 더 쉬운 방법을 안 했느냐고 주장하면서 자격을 박탈한…”
[앵커]
객관적인 규정을 살펴보면 해결될 것 같은데, 시험 규정이 없나요?
[기자]
있습니다.
한전은 국제 규격인 IEC 6.101을 따라 시험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양측의 해석이 또 달라서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는 IEC에 문의도 해봤지만, 국가기술표준원에 문의하라는 답만 받았고요.
국가기술표준원에 찾아가 봤지만,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만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해석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소업체가 자문이나 해석의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한전과 같은 발주처의 판단이 곧바로 답이 돼 버리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양 기관이 갈등하는 동안, 업체 피해는 계속 불어나고 있겠어요.
[기자]
네, 이 사업장은 지역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입니다.
투자도 많이 했고, 장애인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인데 납품이 끊겨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정영옥 / A 납품업체 사장> “이게 지금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등록된 물건입니다. 근데 지금 자격을 박탈해서 장애인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데 납품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앵커]
그런데 또 궁금한 게 한전이 공인 시험 기관의 인증을 ‘부적합’ 판정을 한 경우가 또 있었나요?
[기자]
취재해보니, 굉장히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 업체만 어퍼컷, 잽 순으로 시험을 진행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가 공인 기관이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가 없다, 이렇게 인증한 시험을 뒤집은 건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게 이 업체 주장인데요.
한 번 들어보시죠.
<정영옥 / A 납품업체 사장> “이번 가공용 개폐기 같은 경우는 보복을 하고 있는 것 같고…한전에 잘못된 것을 지적한 것에 대해서 소송 과정 중에 엄청나게 동원해서.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것을 제가 승리를 이끌어서”
소송을 제기한 이후부터 보복이 이뤄졌고, 이번 건도 그 연장선이라는 게 이 업체의 말입니다.
한전 측은 이에 대해 “내부 기준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적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며 “해당 업체가 제기한 보복성 조치 의혹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한전과 이 업체 사이 갈등이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것 같은데, 지난해 국감장에서도 이 갈등이 다뤄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 국감장에서 질의를 했는데요.
그 현장 짧게 보시죠.
<이용우 / 더불어민주당 의원(2025년 10월 29일)> “강경 대응 지시에 따라서 일사천리로 한전의 납품 업체에 대한 압박이 시작됩니다.”
<김동철 / 한국전력공사 사장(2025년 10월 29일)> “한전이 갑질한다고 하는데, 이 회사에 대해서 두렵고 무서운 존재입니다. 이 회사가 수십건의 민원을 제기하고…”
[앵커]
네, 그렇군요.
양측 갈등의 골이 깊은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가 어떻게 해결돼 갈지 계속 주목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주 무간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나 기자,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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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렬(inten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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