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공사 맡겼더니 준공 현장 막아”…50년 중견건설사 울린 협력업체 ‘논란’
"회생신청 전까지 공사대금 정상 지급"…경찰, 업무방해 혐의 조사 착수
입주 예정주민 "은혜를 원수로 갚아…처음부터 도우면 안 됐다"
(시사저널=경기본부=서상준 기자)
준공을 한 달여 앞둔 경기 이천시 백사지구 공동주택 공사현장이 협력업체와의 분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공정률이 97%를 넘긴 상황에서 협력업체가 현장에 컨테이너와 유치권 행사 현수막 등을 설치하면서 후속 공정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900여 가구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건설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창사 50년의 중견 건설사 S산업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와 자금 경색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지난 5월29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S산업은 이천 백사지구 공동주택 준공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협력업체 공사대금 변제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협력업체와의 갈등으로 준공 일정에 제동이 걸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창호·유리공사를 맡은 J업체가 있다.
S산업에 따르면 이 업체에 110억원에 달하는 이천 백사지구 1·2차 창호공사를 맡겼다. 이미 준공된 1차 공사비 43억여 원은 모두 지급했고, 2차 공사도 계약금액 67억4500만원 가운데 기성금 56억4400만원을 회생신청 전까지 지급했다고 밝혔다.
회생신청 당시에도 J업체에 미지급된 기성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S산업 측은 특히 2월 기성금 1억1650만원에 대해 발행한 약속어음의 지급기일이 6월30일로 남아 있었는데도 J업체가 6월7일부터 유치권 행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S산업은 "준공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면 입주 예정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J업체 대표 김 아무개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J업체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유치권 행사 현수막을 게시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212동 일부 라인에는 CCTV와 잠금장치를 설치해 작업자 출입을 제한하는 등 공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S산업은 J업체 대표와의 신뢰가 무너진 데 대해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A회장은 시사저널과 만나 "과거 '공사 한 건만 달라'며 간절히 부탁했던 업체였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100억원이 넘는 공사를 맡겼는데 회사가 어려워지자 준공을 앞둔 현장을 막아섰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크다"고 허탈해 했다.
그는 "입주민 피해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업무방해 고소를 결정했다"며 "준공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면 상당한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협력업체 공사대금 변제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이 같은 내용은 협력업체에 보낸 공문에도 담겼다.
유치권 행사 방식의 적법성도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 분쟁 전문인 B변호사는 "유치권은 민법상 인정되는 권리지만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해야 하고 적법한 점유가 전제돼야 한다"며, "행사 과정에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경우 형사상 업무방해 여부가 별도로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역 건설업계에서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100억원이 넘는 공사를 맡아 성장한 협력업체가 발주사가 위기에 처하자 준공 직전 현장을 멈춰 세운 모습에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입주 예정 주민 C씨는 "입주만 기다리고 있는데 공사대금 분쟁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가장 답답하다"며 "지역에서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 아니냐', '이런 업체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큰 공사를 맡기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J업체는 약속어음을 포함, 공사대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해 정당한 범위에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J업체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분쟁과 관련해)답변하기 곤란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3일)경찰 조사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와 맞고소 사건 등을 함께 조사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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