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제일고 선수들에게 정말 죄송"… 어렵게 입 연 배재고 야구부원

남병진 2026. 7. 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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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구호로 비판받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 선수 한 명이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배재고 야구부원 A군은 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렵게 입을 열어 "야구부도 많이 반성하는 분위기"라며 "같은 야구인으로서 광주제일고 선수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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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야구부원 논란 이후 첫 인터뷰
5·18 폄훼한 스타벅스 응원 구호 논란
배재고 앞에는 비판·응원 화환 이어져
7일까지 시험… 불편 호소하는 학생들
2일 배재고 앞에 놓여 있던 배재고 야구부 비판 및 응원 화환을 서울 강동구청이 수거하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구호로 비판받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 선수 한 명이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배재고 선수가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배재고 야구부원 A군은 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렵게 입을 열어 "야구부도 많이 반성하는 분위기"라며 "같은 야구인으로서 광주제일고 선수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재고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상대팀 광주제일고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5·18 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으로 물의를 일으킨 스타벅스를 거론하며 광주 학생들을 조롱한 것이다.

당시 경기 영상을 보면 배재고 더그아웃에서 한 학생이 구호를 선창하자 다른 학생들이 일제히 따라 외친다. A군은 "준비한 응원은 아니었다"며 "한 선배가 시작해서 다 같이 휩쓸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팀 선수가 타석에 섰을 때 응원을 안 하고 조용히 있으면 미팅(집합)까지 하는 운동부 특징도 감안해 주셨으면 한다"며 "한 선배가 갑자기 구호를 외쳐 같이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회적 공분이 커지면서 온라인에선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의 신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A군은 "크게 소리친 선수도 있지만 뒤에서 율동만 따라 하거나 박수만 친 선수들도 있다"며 "그 또한 잘못된 행동이지만 신상이 박제돼 온라인에서 퍼지는 건 무섭다"고 했다.

배재고 야구부는 '스포츠 정신에 반하고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다. 학교 측은 문제의 구호를 선창한 학생 선수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이규연(왼쪽) 광주일고 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방문해, 전국 고교야구대회 도중 발생한 배재고의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한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들의 혐오 표현에서 시작된 논란은 어느새 어른들 간 진영 대결로 확산됐다. 2일 배재고 교문 앞에는 '일베가 낳은 현장' 등 비하 문구가 새겨진 근조 화환과 '너희들이 국가의 미래'라고 적힌 응원 화환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강동구청은 화환들을 모두 수거하고 '불법적치물 정비 및 물품 보관' 안내장을 바닥에 붙였지만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화환들이 연달아 배달됐다. 보수 유튜버가 찾아와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6개월 출전 정지 징계가 과도하다"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인사들을 강요·업무 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 화환이 놓여 있고 그 앞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문구를 읽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부뿐 아니라 학생 인권의식 교육과 스포츠 정신 지도에 소홀했던 학교 측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면서 학내 분위기는 잔뜩 가라앉았다. 배재고 3학년 한 학생은 "7일까지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이라 정신이 없다"며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마지막 시험이라 매우 중요한데, 학교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계속 들려와 집중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오히려 반발심을 갖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날 학생 5명은 교문 안으로 들어가며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며 문제의 구호를 크게 외쳤다. 이들 중 한 학생은 "이미 '일베고'라는 낙인이 찍힌 마당에 더 못 할 것도 없다"며 "충암고가 광주제일고를 '내란고'라고 비하한 것에 비하면 (스타벅스 구호는) 나은 것 같다"고 변명했다. 과거 충암고가 광주제일고에 '내란의 요람'이라고 조롱한 적이 있다는 온라인상 루머를 언급한 것인데, 내란고 발언은 사실과 다르게 와전된 내용으로 확인됐다.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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